러시아 제재 동참이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

백남주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2/03/08 [08:10]

러시아 제재 동참이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

백남주 객원기자 | 입력 : 2022/03/08 [08:10]

▲ 한국무역협회의 뉴스레터.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기업들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출처 : 한국무역협회)  © 편집국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과 서방국가들의 러시아 제재로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국제유가는 급등해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했고, 경제 불안이 커지자 금값이 급등했다. 원화 가치는 크게 떨어져 원/달러 환율은 1달러당 1230원 선을 넘어섰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러시아만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제재를 하는 당사국, 나아가 전 세계경제에 타격을 주는 양날의 검과도 같다. 

 

일례로 현재 유럽 국가들은 물가상승과 공급망 붕괴 등의 위험에 처해있다. 독일은 러시아로부터의 천연가스 의존도가 50%에 달하며, 이탈리아는 40%에 달한다. 더군다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요의 30%를 담당하고 있는데, 주요 수출 지역이 유럽이다. 밥상물가가 들썩일 수밖에 없다. 러시아 혹은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부품공급 차질로 유럽연합 내 공장들이 멈춰 서기도 했다. 

 

러시아가 전 세계적으로 원자재 공급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비단 유럽국가들 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 물가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물가상승 압력은 최근의 금리 인상을 압박한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이자부담은 커지고 경기는 위축된다.  

  

큰 타격이 예상되는 한국기업 

 

한국경제 역시 러시아 제재로 인한 타격이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러시아는 한국수출의 1.6%(99억8,000만 달러), 수입의 2.8% 비중을 차지하는 10위 교역대상국이다. 물론 액수만 놓고 보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할 순 없지만 현지에 공장들이 많이 진출해 있고, 러시아로부터 수입해 오는 필수 원자재가 많다는 점에서 충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현대차·기아,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현지 공장을 가동 중이다. 2021년 상반기 삼성전자의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3.2%로 1위를 기록했다. 2021년 기아와 현대차는 러시아에서 기아 20만5,801대, 현대차 17만1,811대를 판매하며 현지 자동차 브랜드인 라다에 이어 2위(점유율 12.3%), 3위(점유율 10.0%)를 차지했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은 전쟁 발발로 반도체 등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서 3월 들어 5일까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러시아로부터 수출대금을 받지 못하거나, 거래가 끊기는 사례가 늘어나며 기업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현재 한국 조선사들은 러시아로부터 10척 정도를 수주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러시아 건설 수주액은 17억8450만 달러(약 2조1,333억 원)로, 전년 대비 14배 이상 급등했다. 루블화로 대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루블화 가치가 폭락한 데 따른 극심한 손해도 예상된다.

 

부품과 원자재 조달에서의 문제도 예상된다. 2021년 기준 한국의 나프타(석유화학산업의 원재료) 수입 1위국은 러시아다(비중 23.4%). 원유(6.4%, 4위), 유연탄(16.3%, 2위), 천연가스(6.7%, 6위), 무연탄(40.8%, 2위), 우라늄(33.9%, 2위) 등의 수입 의존도도 높다(한겨레, 2022.02.22.).

 

뿐만 아니라 러시아 극동 지역과의 가스관 연결 등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해 러시아와 함께 구상하고 있던 사업도 접어야 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한국 정부 역시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고 있지만 신중할 수밖에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주최 ‘우크라이나 위기 관련 긴급 전문가 간담회’에서 러시아 전문가인 김석환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한국은 기본적인 제재는 동참하되 주도적으로 제재를 하지 않는, 즉 동의에 의한 집단적 제재에만 동참하는 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연합뉴스, 2022.02.28.).

 

미국이 제재하라면 해야 하는 구조가 문제 

 

하지만 문제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제재를 우리 스스로 결정하기가 힘든 구조하는 것이다. 

 

미국 정치권이나 언론에서는 러시아 제재에 고심하고 있던 한국을 향해 ‘러시아 눈치를 보는 것이냐’며 불만을 터트려왔다.  

 

또한 미국은 러시아를 제재하면서 ‘해외직접생산규칙(FDPR)’을 적용했다. 제3국 제품이더라도 미국 기술 및 소프트웨어(SW)를 활용한 제품은 대러 수출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핵심 기술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반도체, 전자제품 등은 큰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은 자국과 함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들에게는 FDPR 적용을 면제해 줬다. 결국 미국과 함께 러시아 제재에 나서지 않으면 피해를 주겠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도 배제됐다. SWIFT에는 200여 개국 1만1,500여개 금융기관이 가입해 있다. 달러 중심으로 국제결제 시스템이 운영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길 거부하는 금융기관을 찾기란 어렵다.

 

결제망 배제는 러시아 기업의 수출입 대금 결제와 해외 대출 등이 모두 막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기업들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러시아로부터 수출대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달러 중심의 국제결제 시스템 상에서 미국의 제재는 다른 나라의 무역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의 실익을 따져가며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단순히 서방언론에서 말하는 선과악의 이분법적 구도가 아니라면, 미국이 이라크전쟁 등에서 보여준 것처럼 자국 이익을 위한 전쟁을 하는데 우리를 전쟁 상대국에 대한 제재 동참 국가에 포함시키려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이 제재를 하라고 하면 할 수밖에 없는 구조, 이런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해야 우리의 외교적 선택 폭이 넓어진다. 미국 중심 세계질서를 바꾸려는 노력을 할 때 우리 국익에 맞는 나아가 정의로운 국제질서를 위한 외교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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