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동행"

황선 | 기사입력 2022/03/21 [12:57]

시 "동행"

황선 | 입력 : 2022/03/21 [12:57]

동행

 

-황선

 

당신은 거기 있었다.

 

돋보이려 겹겹이 가면을 쓰고

짙은 화장으로 선명한 혈흔 애써 가린 

위선의 소도

육중한 아크로비스타를 때리던 

앳된 목소리들

 

그 곁에서 내내 시린 손 잡아주었다.

 

당신은 거기 있었다.

 

거리마다 바람에 맞서

팽팽하게 구호를 내지르던 현수막 

글귀 하나 하나

쏟아지는 가짜뉴스

한 마디로 일갈하며

진실은 

이렇게 쉽고 이렇게 선명하다며

 

곳곳에서 힘차게 펄럭이고 있었다.

 

광기의 완장들 학살의 유전자들이

부끄러움도 없이 날뛰는 현장에서,

끌려나오고 짓밟히고 내던져지던

그러나 끝없이 일어서던 오뚜기.

토닥토닥 흙먼지 털어주며

헝클어진 머리 살살 어루만지며

따뜻한 커피 들려주며

 

함께 견디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도 당신은 있다.

 

구경하지 않았으므로

후회없이 싸웠으므로 

우리는 이기는 중이다.

길은 멀고 때로 뒷걸음 친 것 같아도

둘러보아라,

백배한 대오.

우리는 더 뜨겁고 단단하게 뭉치고 있다.

우리는 승리하는 중이다.

 

겨울을 이긴 홍매화처럼 진홍빛으로

또박또박 말하는 그대, 동지여.

 

*이 시는 진보예술운동가 신혜원 작가 1주기 추모시입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