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사슴은 사슴”
황선 | 입력 : 2022/03/31 [16:09]
사슴은 사슴
-황선
지록위마의 순간
하늘을 우롱하는 중범죄를 탈없이 진행하려면
사슴이 사슴이란 것을 알면서도 모른 채 하는 다수와
그 사슴이 말이라 맞장구 칠 졸개들이 많으면 된다.
그럴 때 하늘은 땅의 천박함에
순간이지만 눈을 감는다.
그러나
거짓이 진실을 짓밟고
권세에 외람을 느끼는 비겁들만 입을 열어 구취가 진동할 때
그 꼴이 한심해 잠시 돌아누워도 결국
하늘은 그 모든 것을 기록한다.
판결문이 길어지고 형이 무거워질 뿐이다.
시방은
아무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우겨도
그 말을 복창하는 미약한 소리들
제 목소리에 귀가 울려 세상의 비웃음이 들리지 않아도,
‘정신 차려라, 그것은 사슴이다.’
지축을 흔드는 진실의 시간.
거짓의 제국은 저물고
동해바다를 용광로처럼 일렁이며
발걸음 내딛는 새로운 날들.
죽도록 싫어도,
사슴은 사슴이고
화성포-17형은 화성포-17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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