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의 진실3] 러시아군은 왜 키이우를 점령하지 않는가

김민준 기자 | 기사입력 2022/04/01 [15:17]

[우크라 전쟁의 진실3] 러시아군은 왜 키이우를 점령하지 않는가

김민준 기자 | 입력 : 2022/04/01 [15:17]

러시아 기갑부대는 전쟁 발발 10시간 만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30km 지점까지 진출했고 주요 도시들을 포위해 전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아시아경제는 2월 27일 보도 ‘유럽 최대 공군력 가졌던 우크라이나, 방공망 붕괴 이유’에서 “러시아의 미사일공격과 폭격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는 바람에 “개전 초기부터 우크라이나 공군이 제공권을 상실하고 주요 방공망 시설이 대부분 파괴”됐으며 “우크라이나의 공군력은 개전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러시아의 공세에 완전히 무너”졌다고 하였다. 

 

러시아 국방부는 개전 후 2시간 만에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한 달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키이우를 점령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으며 오히려 부분적인 철수 소식만 나오고 있다. 

 

이에 많은 이들은 우크라이나가 초반의 열세를 극복하고 효과적으로 저항해 러시아군을 몰아내고 있다고 여긴다. 

 

이는 그동안 미국이 진행한 여러 침략전쟁 방식에 익숙해져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이라크전이나 아프간전을 보면 미군 폭격기와 미사일이 주요 거점 도시들을 초토화한 다음 육군이 진격해 하나씩 점령한 뒤 정부를 무너뜨리고 친미대리정권을 세우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따라서 러시아도 당연히 키이우를 초토화한 뒤 점령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정부 요인들을 제거하고 친러시아 대리정권을 세울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러시아는 군사시설만 공습하고 수도 키이우를 점령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반면 남동부의 항구도시 마리우풀에 대해서만큼은 상당히 강도 높은 공격을 지속하는 등 러시아군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러시아는 젤렌스키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도 관심이 없고 오히려 전쟁 초기부터 협상을 독촉해 젤렌스키 정권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가 미국과 전혀 다른 전쟁 양상을 보이는 것은 전쟁의 목적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표면상의 이유와 달리 지역 군사패권 확보와 자원 약탈을 목표로 전쟁을 해왔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지역을 점령해 친미정권을 세워 미군기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미국 기업들의 자원 약탈을 보장해줘야 한다. 

 

따라서 미군 입장에서 보면 미군의 점령을 반대하는 모든 이라크인, 아프간인이 제거해야 할 적이 되는 셈이다. 

 

러시아의 전쟁 목표는 푸틴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듯 우크라이나의 ‘중립화’와 ‘탈나치화’다. 

 

러시아의 의도가 위와 같다는 점에 대해서는 서방에서도 대체로 인정한다. 

 

‘중립화’란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하고 미국·유럽과 러시아 사이에서 중립국이 되는 것이다. 

 

이런 목표에 비춰보면 젤렌스키 정권은 러시아의 적이 아니라 협상의 대상이다. 

 

젤렌스키 정권이 나토 가입을 포기하고 중립국화에 합의하면 굳이 무너뜨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현재 젤렌스키 정권은 나토 가입 포기와 중립국화에 거의 동의하고 있다고 한다. 

 

‘탈나치화’란 네오나치 부대인 아조프 연대를 중심으로 한 우크라이나 내 나치세력을 청산하고 이들의 돈바스 학살을 중단시키는 것을 뜻한다. 

 

▲ 아조프 연대의 과거 모습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2016년과 2018년 아조프 연대의 만행을 고발하는 보고서를 공개하는 등 이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은 차갑다. (김혜리, 「푸틴에 우크라이나 ‘탈나치화’ 빌미 준 아조프 연대의 정체는?」, 경향신문, 2022.3.17.)

 

러시아의 전쟁 목표를 기준으로 보면 러시아계가 다수인 돈바스 지역 주민들을 약탈, 고문, 학살해온 아조프 연대는 제거해야 할 적이다. 

 

마리우풀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 양상이 다른 도시들과 다른 이유는 이 도시가 바로 아조프 연대의 근거지이기 때문이다. 

 

군사 분석가 저스틴 크럼프는 “러시아와 열렬히 싸워온 그들(아조프 연대)은 네오나치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마리우풀 점령은) 푸틴 대통령의 전쟁 명분인 ‘비나치화’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크림·돈바스 연결 외에도 전략적 의미 큰 마리우폴 점령」, 연합뉴스, 2022.3.22.)

 

푸틴 대통령은 3월 30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마리우폴에 대한 포격은 우크라이나 군이 항복해야만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군과 함께 마리우풀 점령 작전을 하고 있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군 대변인 에두아르트 바수린도 3월 31일 리아노보스티통신에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탈출 제안이 주어졌지만 스스로 거부했다”라면서 “그들은 이미 전투원이 아니라 민간인을 살해한 범죄자이기 때문에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군 스스로 아조프 연대가 거의 소멸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마리우풀 작전이 끝나면 러시아가 주장하는 ‘탈나치화’ 목표도 일정하게 달성되었다고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가 내세운 전쟁의 목표 2개가 달성된 것이므로 전쟁이 마무리될 수도 있다. 

 

다만 크림반도의 러시아 병합과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주권을 우크라이나 정부가 인정하느냐 문제가 남아있어 평화협상의 마지막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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