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174] 마리우폴과 남북 정상 친서 교환

이형구 | 기사입력 2022/04/28 [09:52]

[아침햇살174] 마리우폴과 남북 정상 친서 교환

이형구 | 입력 : 2022/04/28 [09:52]

1. 마리우폴 함락

 

1) 마리우폴이 주 전선이 된 이유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주요 전선은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이었다. 그러던 4월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마리우폴 해방작전이 성공적으로 종료됐다”라고 승리를 선언했다. 마리우폴에 남아 있는 우크라이나군은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고립됐다. 푸틴 대통령은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대해 “파리 한 마리도 통과하지 못하도록 봉쇄”하라고 지시했다. 스스로 항복하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아조우스탈 제철소에는 우크라이나군 아조우연대가 있다. 아조우연대는 신나치 부대라는 지적을 받는다. 미국 CNN방송은 3월 29일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에 맞서 싸우는 핵심 세력은 극우 성향의 아조우연대”라며 “(아조우연대의) 신나치주의와 관련된 몇몇 지점은 서방을 불편하게 한다”라고 보도했다. 2016년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아조우부대 부대원들이 대규모 약탈행위와 불법 구금, 고문, 집단강간 등 여러 차례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라고 지적했다. 

 

아조우연대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마리우폴을 근거지로 삼아왔다. 아조우연대가 수도 키이우가 아니라 마리우폴을 거점으로 삼았던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애초 친러 정권이었던 우크라이나에서 2013년 쿠데타가 일어나 친미 정권이 들어섰다. 그러자 친러 성향이 강한 크림반도는 쿠데타에 반발, 2014년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에 합병됐다. 또한 우크라이나 남동부 돈바스 지역 주민들은 투표로 독립을 선포하고 루간스크인민공화국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을 탄생시켰다.

 

우크라이나 친미 정권은 차마 러시아 영토가 된 크림반도를 건들지 못했지만, 돈바스 지역에 대해선 독립을 저지하고자 병력을 투입했다. 하지만 진압이 쉽지 않았다. 일부 우크라이나군이 자국민과 싸우고 싶지 않다며 친미 정권의 명령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2014년 4월 11일 우크라이나 보안국 소속 특수부대 ‘알파’ 지도자가 건물 습격 명령을 거부했고 같은 해 7월 26일 우크라이나군인 41명이 투항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에 우크라이나 친미 정권은 돈바스 지역에 투입하기 위해 준군사조직인 민병대 창설을 지원하고 훗날 이들을 정규군으로 편입시켰다. 그렇게 탄생한 부대 중 하나가 아조우연대다. 처음부터 자국민을 진압하려고 만든 부대인 것이다.

 

미국은 아조우연대를 구성하고 훈련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3월 당시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아르센 아바코프는 “(아조우연대가) 미군이 훈련시킬 첫 번째 부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발표 후 미국 내에서 어떻게 신나치 부대를 지원할 수 있냐며 후폭풍이 일었다. 이에 미국은 2015년 6월 12일 아조우연대에 무기 지원 및 훈련 지원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여론을 무마하려 했다. 하지만 미국은 같은 해 11월 그 조항을 슬그머니 삭제해버렸다. 미국이 아조우연대를 후원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프랑스 잡지 자코뱅은 올해 1월 15일 “CIA가 실제 나치를 훈련시키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보도했다. 1990년대 이라크 무기사찰단장으로 활동했던 미국 정보장교 출신 스콧 리터는 3월 10일 전 영국 하원의원 조지 갤러웨이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미국, 캐나다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가서 아조우연대에 소속된 신나치주의자들을 훈련시켰다”라고 강조했다.

- <Former US officer : We trained neo-Nazis in Ukraine>, Syrian Arab News Agency, 2022.03.12.

 

돈바스 지역 진압을 위해 아조우연대가 만들어지면서 이들은 돈바스 인근에 있는 마리우폴을 근거지 삼아 발전하였다. 

 

러시아는 전쟁 목표로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 포기와 탈나치화, 돈바스 지역 독립을 내세웠다. 그러니 러시아 입장에서 우크라이나전의 핵심전장은 수도 키이우가 아니라 마리우폴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마리우폴을 근거지로 둔 아조우연대가 우크라이나군의 핵심전력이자 우크라이나 신나치세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또한 돈바스 지역의 독립을 위해서도 인근에 있는 마리우폴을 공략하는 게 필수다.

 

 

 

 

 

▲아조우연대. 나치깃발이 보인다. 아조우연대의 문양은 나치의 상징 문양 가운데 검은태양(Schwarze Sonne)과 늑대덫(Wolfsangel)을 합친 것이다.

  

 

2) 아조우스탈 제철소엔 누가 있을까?

 

마리우폴에 있는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고립되어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격퇴할만한 능력이 없기 때문에 러시아가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장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조우스탈 제철소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다른 나라의 군대가 있다는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수반 데니스 푸실린은 4월 9일 “적의 전술이 포병 운영과 전투, 방어진지 구축 등 모든 면에서 프로급이었다”라며 “진짜 우크라이나군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푸실린은 “훈련을 제대로 받은 뛰어난 용병들이 현장에 있었거나, 나토군 군사자문단이 부대를 지휘한 것으로 본다”라며 “우크라이나 군대가 1~2년 만에 그만한 수준에 올라갈 수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4월 7일 러시아 신문 프라우다에 따르면 전 루간스크인민공화국 총리 마라트 바시로프는 일부 나토 회원국이 러시아군에 자국 군인을 대피시켜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 체첸 자치공화국의 람잔 카디로프 대통령이 4월 10일 텔레그램 채널에 공개한 아조우연대 소속 병사의 증언 영상도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영상 속 병사는 “외국군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있다. 국적은 모르고 200~300명이다”라고 증언한다. 

 

나토 참전설을 뒷받침해주는 정황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아조우연대 장갑차에서 프랑스 특수부대 베레모와 군복, 휘장을 발견했다며 영상을 공개했다. 또한 러시아 국방부는 4월 8일 우크라이나군을 무선 감청했더니 총 8개 언어가 등장했으며 대부분 유럽 언어였다고 밝혔다. 그래서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최소 8개국 병력이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한 마리우폴 탈출 시도에서도 미심쩍은 정황이 있다. 러시아군은 마리우폴 항구로 접근하는 선박을 제지하고 야간 탈출 시도를 저지했다고 소개했다. 4월 5일 러시아군은 마리우폴 탈출을 시도하는 헬기 2기를 격추했는데, 이 헬기에서 프랑스 외무부 관리 2명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고 한다. 러시아군에 발각되기 전에 어떻게든 나토 군사고문단을 피신시키려 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런 와중에 4월 19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모든 전쟁 포로를 전쟁 규약 및 법에 따라 적절히 대우해줄 것을 러시아에 요청”하겠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4월 14, 16, 18일 러시아 국영 방송에 영국인들이 등장해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했다가 러시아에 붙잡혔다며 영국에 구조를 요청한 데 대한 반응이다.

 

영국은 우크라이나에 파병하지 않았다는 게 공식입장이다. 그렇다면 이 영국인들은 정식 군인이 아니라 민간 용병이다. 용병의 경우 포로 대우를 받을 수 없다. 러시아도 용병을 포로로 대우하지 않고 처벌하겠다고 일찌감치 공언했다. 그런데도 존슨 총리는 포로 대우를 요구한다.

 

한편 영국은 해당 영국인이 4년 전부터 우크라이나군에서 복무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또한 미심쩍다. 

 

영국 주장대로라면 해당 영국인은 우크라이나 군인으로서 포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이 사건의 담당국은 영국이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된다. 하지만 그 영국인들은 자신이 용병이라고 밝히며 영국에 구조를 요청했다. 그리고 이 요구를 접한 존슨 총리도 우크라이나에 책임을 넘기지 않고 자신이 나서서 러시아에 포로 대우를 요청하는 등 해결에 나서고 있다.

 

이런 정황을 두고 영국이 비밀리에 우크라이나에 파병해놓고 참전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래서 영국군이라고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영국이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마리우폴에 과연 영국군만 있을까? 외국군이 우크라이나에 투입되었다면 영국군 혼자가 아니라 나토군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소개했던 격추당한 구출 헬기에서 프랑스 외무부 직원이 발견된 것 등은 이런 의혹을 뒷받침한다.

 

우크라이나전에는 나토군 말고 국제의용군도 참전해있다. 명칭은 의용군이지만 사실상 용병이다. 한국에서 참전한 것으로 알려진 이근 전 대위도 락실(ROKSEAL)이라는 한국 소재 용병 회사의 대표이사다. 

 

우크라이나가 용병을 대거 고용할 수 있을 만큼 재정이 넉넉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용병들은 서방세계가 꾸려서 보내준 것이라고 봐야 한다. 미국과 나토가 직접 참전하기도 하고 용병도 꾸려 보내주기도 하며 다방면으로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점을 보면 마리우폴은 서방세계의 대러시아 전진기지였다고 볼 수 있다.

 

마리우폴은 국경에서 약 60km 거리인 러시아와 가까운 도시다. 브라질 국제정세분석가 페페 에스코바는 4월 10일 아조우스탈 제철소 지하에 PIT-404라는 비밀 나토 시설이 있을 것이고 여기에 독일, 캐나다,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터키, 스웨덴, 그리스의 장교 240여명이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조선일보는 4월 26일 기사 <지하 30m ‘철의 요새’… 마리우폴 우크라군 2000명 일주일째 항전>에서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대해 “미로처럼 펼쳐진 6층 구조의 터널은 깊이가 최대 30m, 길이는 20㎞가 넘는다”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언론 뉴스프론트는 4월 11일 이 터널에 나토의 비밀 생물연구소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 생물연구소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50만 달러를 투자했다는 메타바이오타라는 회사 소유라고 한다.

 

마리우폴이 서방의 대러시아 전진기지였다는 점에서도 러시아의 공격을 피할 수 없었다.

 

아직은 추정이지만 만약 러시아가 제철소를 점령했을 때 실제 나토군이 발견된다면 나토는 상당히 곤혹스러워진다. 나토로선 환장할 노릇이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 나라들이 안절부절못하고 어떻게든 나토군을 탈출시키기 위해 헬기, 선박, 야간탈출 등 온갖 시도를 하는 게 아닐까.

 

나토가 참전한 사실을 인정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유럽이 러시아의 직접 공격을 받거나 세계대전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따라서 유럽은 절대 나토 참전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나토가 참전을 부인하면, 사로잡힌 나토군은 포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범죄자로서 처벌받게 된다. 그러면 잡힌 군인들의 애국심, 충성심이 어지간히 강하지 않는 한 자기 살길을 찾기 위해 러시아에 협력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참전했는지, 참전해서 무엇을 했는지, 나토가 전쟁에서 어떤 언론조작을 벌였는지, 민간인 학살의 실체는 무엇인지 등 충격적인 증언이 쏟아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서방세계는 완전히 아수라장이 된다. 

 

나토는 이런 사태가 벌어질까 봐 우려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보리스 총리가 사로잡힌 모두를 포로로 대우해달라고 간청한 것 같다.

 

전황을 봤을 때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와 반러시아 세력 사이의 전쟁, 사실상 국제전이다. 그런 전쟁에서 러시아가 승기를 쥐고 있다.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나토가 러시아에 패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는 서방세계의 위에 있다는 게 확인되고 반러시아 세력은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다.

 

 

 

▲ 러시아 연방 체첸 자치공화국의 람잔 카디로프 대통령이 4월 10일 텔레그램 채널에 공개한 영상 갈무리. 아조우연대 소속 병사가 증언하고 있다.  

 

 

▲ 우크라이나에서 발견된 프랑스군 베레모  

 

 

▲ 마리우폴에서 탈출을 시도하다 격추된 헬기     ©

 

 

2. 우크라이나 전에서 미국의 고립 패퇴

 

1) 미국의 대러 구상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고립, 약화를 기본 목표로 삼고 있을 것이다.

 

나토의 싱크탱크 대서양자문위원회 연구원 존 데니는 2021년 12월 22일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감수해도 되는 전략적 이유’라는 칼럼에서 서방세계는 러시아와의 협상을 거부하는 것이 그 어떤 경우에도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와의 협상을 거부했는데 러시아가 그대로 물러나면 러시아의 위상이 손상된다. 러시아가 강경하게 나와 전쟁이 발발하면 유럽 전역에 반러시아 정서를 키우고 대러 제재를 강화해 러시아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무조건 미국에 이익이라고 분석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지금은 전쟁이 난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은 반러 정서 확대와 전쟁·제재를 통한 러시아의 경제력·군사력 약화를 도모할 수 있다. 이에 맞춰 상황을 분석해보자.

 

반러 정서 확대 측면에선 미국이 상당한 효과를 누리고 있다. 미국은 서방세계 언론을 총동원하여 러시아를 공격했고 수많은 나라에서 러시아 규탄 여론이 거세다.

 

승패를 불문하고 전쟁을 통해 러시아 군사력이 소진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단적으로 인명피해만 봐도 러시아군 총참모부에 따르면 3월 25일까지 러시아군인 1,351명이 숨졌다.

 

그런데 경제적 측면에서는 미국이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은 것은 맞다. 하지만 러시아보다 미국과 유럽이 더 큰 피해를 받았다. 

 

남종석 경남연구원 혁신성장경제연구실장은 4월 12일 “(대러시아) 경제제재 효과는 크지 않다”라고 짚었다. 남종석 실장은 “에너지 가격은 다시 폭등해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4월 기준 66% 이상 상승한 것이다. 국제 곡물 가격도 폭등하기는 마찬가지다. 러시아가 수출하는 주력 상품이 폭등하는데 러시아가 왜 망하겠는가?”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에 대해 제재하려 하지만 여의치 않다.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이 대러 에너지 제재에 불참하겠다고 밝혔고 심지어 독일, 헝가리, 오스트리아 같은 유럽 나라들도 불참을 선언했다. 

 

크리스티안 린트너 독일 재무장관은 “문제는 우리가 입는 피해보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는지”라며 대러 에너지 제재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독일이 경제제재 참여하면 러시아에 주는 피해보다 자신이 받는 피해가 더 크다고 평가한 것이다. 그래서 독일은 원유에 대해선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제재에 동참하겠다고 밝혔으며 천연가스에 대해서는 제재를 거부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유럽연합의 원유 수입 중 러시아산의 비중이 2020년 기준 26%다. 천연가스는 38% 석탄은 49%에 이른다. 독일은 더하다. 독일의 경우 러시아산 비중이 천연가스 50~75%, 석유 25~50%에 달한다. 독일의 주요 경제연구소 5곳은 4월 13일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이 끊기면 2년 동안 독일의 GDP가 292조 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니 유럽이 러시아와의 에너지 교류를 끊으면 사실상 러시아 제재가 아니라 유럽 제재가 된다.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미국은 2022년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보다 8.5% 상승했다. 특히 에너지의 경우 32% 치솟았다. 유럽의 3월 소비자물가도 전년 동월 대비 7.5% 상승했다. 

 

내가 죽더라도 러시아에 피해를 주면 된다는 자살특공대식 작전이 아닌 이상 경제적 측면에서 미국의 구상은 성공했다고 할 수 없다.

 

사실 피해를 비교한다면 군사적 측면에서도 미국의 구상이 성공하고 있다고 봐도 될지 의문이다. 러시아보다는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피해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러시아는 극초음속미사일 킨잘을 실전에서 사용해 성능을 확인하는 등 훈련으로는 얻기 힘든 ‘전쟁 경험 축적’이라는 부수적 성과도 얻었다. 

 

외교적으로도 미국은 전쟁을 활용해 반러시아 동맹을 구축하려 했는데 이것이 순탄하지는 않다.

 

일례로 미국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대표적 친미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석유 증산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우디는 미국의 요구를 매번 거절했다. 더 나아가 월스트리트저널 4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는 중국과의 석유 거래에서 위안화로 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석유를 달러 외의 화폐로 거래하는 것은 미국에 치명타다. 미국은 석유를 달러로만 살 수 있도록 국제질서를 구축해놓았다. 이것이 미국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는 핵심 수단이다. 석유는 필수적인 자원인데 달러로만 살 수 있으니 석유가 있는 한 달러의 가치는 보장된다. 그런데 앞으로 달러 외의 화폐로 석유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위협받는다. 그래서 사우디의 행보는 미국에 큰 위협이다.

 

인도도 미국의 러시아 제재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인도는 인구가 많고 떠오르는 신흥국이기 때문에 인도의 결정은 국제사회에 상당한 파급력을 갖는다. 게다가 대중국 안보공동체 쿼드에 참여하는 등 최근 친미 행보를 했기 때문에 미국으로선 더욱 당황스러웠다. 

 

인도는 다른 나라들이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틈을 타 3월 16일 러시아산 원유 300만 배럴을 국제 기준가보다 20% 싼 가격에 구매하기로 했다. 무턱대고 미국을 따라가기보다 자기 국익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이런 걸 보면 국제 사회가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2) 국제질서 변동

 

러시아는 영토가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다. 인구는 유럽지역에 더 많다. 그동안 러시아는 아시아보다는 유럽국가가 되길 바랐다. 러시아는 유럽연합과 나토에 가입하려고도 했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소련 해체 선언 직전인 1991년 12월 20일 나토 가입 의사를 밝혔고 1992년 2월 6일 프랑스를 방문해서는 유럽공동체(유럽연합의 전신)에 가입할 예정이라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도 2010년 11월 독일을 방문해 유럽연합에 가입하고자 하는 뜻을 밝혔다.

 

그런데 이번 전쟁에서 온 유럽이 러시아를 적대함으로써 러시아가 유럽의 일원이 될 수 없다는 게 확실해졌다. 유럽은 왜 러시아를 받아들이지 못할까?

 

문화·정서적으로 보면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유럽에서 극우 민족주의, 백인 우월주의가 창궐하는 것이 한 이유이다. 물론 러시아인도 백인이지만 유럽인은 러시아인에 대한 편견이 있다. 유럽인의 심리에는 러시아에 대한 공포가 깔려 있다. 이를 루소포비아(Russophobia)라고 한다. 

 

책 ‘영국인 재발견’의 저자 권석하는 2018년 3월 26일 주간조선 기사 <스파이 독살 시도로 본 영국과 러시아 애증의 역사>에서 “몽골인이 러시아를 거쳐 폴란드까지 무너뜨리고 서유럽을 휩쓸기 직전 유럽인들이 느꼈던 엄청난 공포가 유럽인의 의식 밑바닥에 있다”라며 “(루소포비아는) 유럽인들이 러시아를 유럽의 하나로 보지 않고 동양의 일원, 특히 몽골인의 후예로 여긴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유럽과 가까이 지내고자 노력했지만, 이번 전쟁을 통해서 다 소용없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번 전쟁을 통해서 러시아는 유럽에 확실히 등을 돌리고 대신 중국, 이란, 인도 같은 아시아에 힘을 쏟게 될 수 있다. 이런 흐름이 진행되면 세계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서구권과 러시아, 중국, 인도, 이란 등 아시아권으로 양분되어 냉전과 비슷한 국제질서가 형성될 수 있다.

 

서구권과 아시아권이 경쟁하면 승자가 누가 될지는 뻔하다. 경제적으로 미국, 유럽, 일본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러시아, 중국, 인도 등은 오르막길을 걷고 있다. 

 

 

 

▲ 명목GDP. 동아시아 및 태평양(초록색), 미국(파란색), 유럽연합(보라색). 출처: 세계은행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이런 양상이 드러난다. 러시아가 군사·경제적으로 우세를 점하고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반면 미국과 유럽은 큰 타격을 입고, 앞으로 러시아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두고 자중지란에 빠지고 있다. 앞으로 펼쳐질 세계질서를 예견해주는 듯하다.

 

특히 전쟁 과정에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위협받는 상황은 주목해볼 법하다.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배경엔 앞서 언급한 석유 결제와 함께 전 세계 나라들이 달러를 사들여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비축해놓고 있다는 점도 있다. 세계 각국이 대량의 달러를 보유함으로써 달러의 가치를 보증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4월 13일 호주파이낸셜리뷰 보도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달러 외환보유고를 줄이고 있다. 

 

이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뉴욕, 런던, 도쿄 등지에 예치해둔 4천억 달러에 달하는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를 동결한 것과 관련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4월 3일 이런 미국의 조치가 신용화폐 체제에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정책에 따라 외환보유고가 안전하지 않고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걸 상기시켰다는 것이다. 

 

마이클 허드슨 미주리대 명예 연구교수는 3월 25일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고 생각했던 미국 은행 예금과 미 국채 등 달러화 자산이 안전하기는커녕 위험성이 매우 높으며, 이것들의 보유로 자신이 미국 대외정책의 인질이 됐음을 깨달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허드슨 교수는 “다른 나라들은 미국에 예치된 금을 본국으로 옮기고 있다. 예컨대 독일은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예치된 금을 다시 독일로 가져오고 있다. 그래서 미국이 원치 않는 일을 한다는 이유로 독일의 금을 미국이 압류하는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사태는 1971년 브레튼 우즈 체제 붕괴를 떠올리게 한다.

 

미국은 1944년 브레튼 우즈 체제를 출범시켜 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들었다. 당시 미국은 달러의 가치를 보장하기 위해 달러를 가져오면 금 1온스(약 28g)당 35달러로 바꾸어주는 금태환제를 실시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독일,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이 경제 발전을 이루며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경제 비중이 점차 줄어들었다. 그리고 미국은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을 치르면서 전쟁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달러 통화량을 증가시켰다. 그러자 미국의 금태환 능력에 의문을 품은 나라들이 생겨났다.

 

그 결과 1971년 스위스가 5천만 달러를, 프랑스가 1억 9천만 달러를 금으로 바꿔간 것을 시작으로 금과 달러를 바꿔 달라는 요청이 미국에 쇄도했다. 미국은 이런 요구를 모두 들어줄 경제력이 없었다. 그래서 미국은 1971년 8월 금태환제 중단을 선언하게 됐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다. 세계 각국이 달러에 대한 신뢰를 잃고 달러를 팔아 금과 같은 다른 자산 확보에 나선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를 압박하려다 달러 체제를 흔드는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종합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중국, 인도 등 우군을 얻고 있다. 반면 미국을 필두로 한 반러시아 세력은 큰 피해를 보며 자중지란을 일으키고 있다. 반면 인도 같이 제재에 불참한 나라들은 싸게 원유를 확보하며 경제 이익을 누리는 상황이다. 

 

한국은 러시아 제재에 동참했다가 손해를 보고 있다. 일례로 러시아는 2월 24일 대한항공에 80억 루블, 약 1,1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출항 절차가 일부 빠졌다며 벌금을 매긴 것인데, 사실상 대러 제재에 동참한 데 대한 보복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한국이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면 우리도 러시아산 원유나 천연가스를 싼값에 사들여 경제 이익을 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3. 친서 교환

 

1) 친서 교환

 

4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답 친서를 보냈다.

 

조선중앙통신은 친서 교환이 남북 정상 간 신뢰심의 표현이라며 “북남 수뇌분들께서는 서로가 희망을 안고 진함 없는 노력을 기울여나간다면 북남관계가 민족의 염원과 기대에 맞게 개선되고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 데 대해 견해를 같이하시면서 호상 북과 남의 동포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전하시었다”라고 친서 내용을 전했다. 

 

그런데 윤석열 인수위의 반응이 독특하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4월 22일 “임기 말 두 분이 친서를 교환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에는 반드시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새 정부에서 듣길 바라는 내용이 제법 있다고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그간 윤석열 당선인은 ‘힘에 의한 평화’, 선제타격 등 호전적인 대북정책을 내세웠다. 그런데 윤석열 인수위가 마치 남북 사이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길 바라고 있었다는 듯 친서 교환을 반긴다. 왜 태도가 바뀐 것일까?

 

좀 더 생각해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한창 종전선언을 추진하던 때라면 몰라도 퇴임을 코앞에 둔 이 시점에 왜 친서를 보냈을까? 이제 청와대에서 나오려니 문득 북한 생각이 난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그간 남북관계에서 철두철미하게 미국의 ‘승인’을 추종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를 고려하면 친서를 보낸 것 또한 미국의 지시로 해석된다. 미국의 지시에 따른 것이니 윤석열 인수위도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기보다 한통속이 되어 환영한다는 입장을 낸 것이다.

 

2) 북한은 왜 친서에 화답했을까?

 

북한은 왜 친서에 화답했을까?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이 편지를 보냈기 때문에 인간적인 차원에서 답장을 보내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인간적인 모습을 강조한다. 북한은 한번 손잡은 사람과 끝까지 함께 하려는 경향을 보여 왔다.

 

그 사례로 김일성 주석과 독립군 대장 양세봉과의 관계를 들 수 있다. 김일성 주석은 항일무장투쟁 중 양세봉과 힘을 합치고자 회동했다. 하지만 양세봉은 일부 공산주의자들을 비난하며 협력을 거부했다. 그래도 김일성 주석은 양세봉을 적대하지 않았다. 김일성 주석은 광복 후 양세봉 아들을 찾아 항일유자녀를 키우는 만경대혁명유자녀학원에 보내주었다. 

 

1948년 김구 선생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만경대혁명유자녀학원에서 양세봉의 아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김구 선생은 북한이 이념도 다르고 심지어 생전에 협력을 거부했던 양세봉의 아들까지 챙기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은 듯하다.

 

1986년 북한으로 망명한 최덕신의 사례도 있다.

 

최덕신은 박정희 정권 때 외무부 장관을 했던 사람이다. 최덕신은 한국전쟁 때 북한에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거창 주민 500여 명을 학살한 악명 높은 반공반북 인사였다.

 

최덕신은 박정희와 불화가 생겨 미국을 거쳐 1986년 북한에 망명했다. 최덕신은 북한에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천도교청우당 중앙위원장 등을 맡았고 사후 애국열사릉에 안장됐다.

 

최덕신의 아들 최건국은 2000년 “(최덕신은) 철저한 반공주의자였으나 미국에 나가 살면서 김일성 주석의 통일토론 제의를 수락해 76년 처음 북한을 방문”했으며 “(월북의) 직접적인 계기는 김 주석의 ‘인력’ 때문이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악행’을 저지른 최덕신에게 손을 내밀고 환대한 데에는 최덕신의 아버지 최동오의 영향이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동오는 김일성 주석의 아버지와 함께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김일성 주석이 다닌 학교 화성의숙의 숙장(교장)이었다. 그래서 북한은 최동오와의 인간적인 관계를 생각해 최덕신을 정성껏 대한 것 같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을 성심껏 대우한 사례도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정주영 회장이 방북할 때마다 숙소를 직접 찾아가기도 하며 접견해주었다. 또한 새로 지은 체육관에 류경정주영체육관이라는 이름을 붙여 정주영 회장의 통일에 대한 노력을 기리게 했다. 체제 대결적인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대표 자본가인 정주영 회장은 북한과 가장 상극인 사람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은 정주영 회장을 체제 대결의 관점이 아니라 인간적인 차원에서 대해주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어린 시절 친구와 친교를 유지한 사례도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0대 시절 3년 동안 스위스 유학을 했다고 한다.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귄 친구 중에는 포르투갈 출신 주앙 미카엘로가 가장 친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2012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카엘로를 꼭 다시 만나고 싶다며 북한에 초청했다. 미카엘로는 처음 북한에 도착했을 땐 두려움도 느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껴안고 인사를 나누면서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카엘로는 옛날처럼 일대일 농구도 하며 우정을 나누었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외교적 이익을 얻자고 평범한 요리사 생활을 하던 미카엘로를 만난 건 아니었을 것이다. 그냥 동창이어서 부른 것이다. 우정 같은 인간적인 것을 중요하게 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번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도 마찬가지다. 사실 지금 시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친서를 교환하는 것은 실용적인 의미를 찾기 힘들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하면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퇴임 후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선언했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퇴임 후 역할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굳이 문재인 대통령 친서에 화답해줘서 얻을만한 외교적인 이익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화답 친서를 보낸 것은 어떤 계산이 있어서가 아니라 인간적인 측면에서였을 것이다. 

 

 

  
▲ 애국열사릉에 안치된 양세봉의 묘

 

 
▲ 애국열사릉에 안치된 최덕신의 묘

 

▲ 평양에 있는 류경정주영체육관경정주영체육관 

 

 

3) 미국의 구상

 

그렇다면 미국은 왜 친서를 보내게 했을까?

 

미국은 북미관계에서 전반적으로 수세에 몰려있다. 미국은 북한에 끊임없이 대화를 간청하지만, 북한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이미 바이든 대통령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응답이 없으니 친서를 보냈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국이 어떻게든 북한과 대화를 이끌어내 보기 위해서 문재인 대통령을 시켜 친서를 보내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 미국이 앞으로 북한에 강경하게 나설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기간 “한미연합훈련 축소와 기동훈련 취소 등으로 한미 간 신뢰가 저하”됐다며 “한미 간 전구급 연합연습(CPX)과 야외기동훈련을 정상 시행하겠다”라고 밝혔다.

 

미국도 “훈련을 많이 하는 것을 선호한다”(폴 라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3.10.), “훈련을 확대하기로 한다면 미군은 언제든 준비가 돼 있다”(크리스틴 워머스 미국 육군장관, 3.15.)라며 대규모 실기동 훈련을 재개하길 벼르는 듯한 입장을 냈다.

 

하지만 미국은 다시금 저자세를 보이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4월 21일 “우리의 목표는 외교와 대화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이라며 “적대적 의도 없이 선의로 북한과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한결같이 밝혔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마틴 메이너스 미 국방부 대변인도 “우리는 북한에 대해 어떤 적대적 의도도 없으며, 전제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다”라며 “북한이 우리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바란다”라고 요청했다. 국무부가 아닌 국방부까지 대화를 간청하는 모습에서 미국의 다급함이 느껴진다. 

 

북한이 3월 25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 17형을 발사했고 북한이 4월 15일을 계기로 강력한 무력시위를 할 거라고 예상되는 속에서 미국이 완전히 꼬리를 내린 것이다. 

 

특히 한미 당국은 4월 18일부터 28일까지 한미연합훈련 본훈련을 진행했다. 북한을 압박하려면 대규모 야외 실기동 훈련을 벌이며 대대적으로 언론을 통해 선전해야 하지만, 미국은 실기동 훈련도 하지 않고 훈련을 하는 게 맞는지 모를 정도로 쉬쉬하고 있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하반기 한미연합훈련 때 실기동 훈련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마치 새로운 레드라인을 설정한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미국은 화성포 17형 발사 때도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런 사례를 보면 북한이 초대형핵실험을 해도 미국은 별 반응을 보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아무것도 못 하는 건 북한이 2017년처럼 대대적인 군사행동을 개시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7년 SLBM, 단거리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연달아 시험했고 그 정점으로 11월 29일 ICBM인 화성포 15형을 발사했다. 9월 3일에는 6차 핵실험을 단행해 수소폭탄을 선보였다. 북한은 이런 물리력을 토대로 2017년 8월 9일 화성포 12형 4발로 괌을 포위사격할 수 있다거나 9월 21일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상에서” 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런 군사대결이 재개되면 그렇지 않아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비난을 받는 바이든 입장에서는 큰일이다. 윤석열 당선인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 때 북한이 핵실험이라도 하면 완전히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그런 사태만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바이든 정부는 북한의 분위기를 알고 싶어서 문재인 대통령을 시켜 친서를 보낸 것 같다. 윤석열 인수위도 이런 미국과 한통속이기 때문에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반응이 미국의 반응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북한은 답장을 하지 않고 한미연합훈련을 하는 미국과 대북적대적인 윤석열 인수위에 비난을 퍼부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북한은 좋은 이야기만 써서 답장해주었다. 그러니 윤석열 인수위는 친서 교환은 좋은 일이라며 두 손을 들어 환영했다. 북한이 답장해줘서 고맙고 감지덕지하다는 투다.

 

친서에 특별한 내용이 있었던 건 아니다. 노고가 많았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좋겠다 등의 통상적인 덕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하자고 제안해왔다. 이번에 교환한 친서들이 바로 그 조건 없는 대화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소원이 드디어 이뤄졌다.

 

4) 전망

 

미국의 향후 대북정책도 충분히 예상된다. 미국은 북한과 절대로 강대강 대결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북한이 강대강으로 나올까 봐 전전긍긍하며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서도 러시아를 군사적, 경제적으로 제압하지 못하고 힘겨운 상황이다. 여기서 북한까지 강대강 대결로 가면 미국은 감당하지 못한다.

 

행여라도 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상황이 한반도에서 발생하면 어떨까? 우크라이나 전쟁은 사실상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쟁이다. 그처럼 남과 북 사이에 전쟁이 나도 사실상 미국과 북한의 대리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두고 전쟁이 안 나도 좋고 나도 좋다는 야심을 갖고 러시아를 밀어붙였다. 미국이 과연 북한에 대해서도 그런 야심만만한 태도를 보일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사실 러시아 편에서 지켜보면 답답함을 느낄 것 같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충분히 초전박살 낼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4월 14일 모스크바함이 침몰되는 일이 있었다. 러시아로선 치명적인 실수였다. 4월 15일 러시아는 키이우 외곽에 있는 군수공장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러시아가 3월 말 이후로 키이우에 대한 공격을 중단했었기 때문에, 이 공격은 모스크바함 침몰에 대한 보복 성격으로 풀이됐다.

 

또한 러시아 국방부는 12개 지휘소 등 우크라이나 군사시설도 타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4월 13일 “러시아 시설이 공격당하면 키이우의 우크라이나군 지휘센터를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러시아가 왜 이제야 이런 공격을 하는지 의아하다. 전쟁 초반에 군 지휘소를 무력화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전쟁이 발발한 지 2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는데 아직도 공격할 대상이 남아 있는 것 자체가 황당하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압도적으로 제압해서 우크라이나의 전쟁 의지를 완전히 꺾어놓았어야 했다. 

 

러시아가 왜 초반에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제압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여튼 러시아는 초반에 물량만 많이 투입했고 전격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만약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러시아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어떤 사람들은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보며 교훈을 얻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우크라이나가 핵을 포기했다가 결국 안전 보장을 받지 못하는 모습을 교훈 삼아 북한이 더욱 핵포기에 나서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그런데 이건 부적절한 분석이다. 북한이 교훈을 찾는다면 그 대상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러시아일 것이다. 핵보유국으로서 전쟁을 어떻게 해야 할지 러시아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것이다.

 

아마 북한도 러시아를 보며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다. 이는 북한이 최근 밝힌 핵교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4월 4일 김여정 부부장은 “전쟁 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하고 타방의 전쟁 의지를 소각하며 장기전을 막고 자기의 군사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핵전투 무력이 동원되게 된다”라고 밝혔다. 

 

핵보유국은 핵무기를 섣불리 사용해선 안 되기 때문에 전쟁이 나도 국지전에 그치도록 힘 조절을 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런데 북한은 다르게 바라본다. 북한은 전쟁이 나면 일단 핵공격부터 하겠다고 말한다. 단순한 엄포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도 북한이 정말로 그렇게 행동할 것 같다고 평가하기 때문에 러시아와는 대리전쟁을 해도 북한은 건드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점은 북한과 소련·중국을 비교해도 봐도 잘 알 수 있다. 

 

소련은 1962년 쿠바에 미국을 겨냥한 미사일 기지를 설치하려 했다. 그런데 미국이 제3차 세계대전도 불사하겠다고 성명을 발표하고 쿠바를 봉쇄하는 등 군사행동에 나서자 소련은 꼬리를 내렸다. 

 

반면 1968년 북한이 미국의 첩보함 푸에블로호를 나포했을 때를 보자. 미국은 항공모함 3척과 각종 전투기 등을 보내 위협했지만, 북한은 “보복에는 보복으로, 전면전쟁에는 전면전쟁으로!”라며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 전쟁을 할 테면 하자는 태도였다.

 

2001년 미국 정찰기가 남중국해 영공을 침범해 중국 전투기와 충돌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중국 전투기 조종사는 사망했고 미국 정찰기는 하이난섬에 불시착했다. 중국은 정찰기를 나포하고 승무원을 사로잡았다. 미국이 정찰기와 승무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중국은 별 저항 없이 내주었다.

 

한편 북한은 1969년 미국 조기경보기 EC-121이 영공을 침범해오자 주저 없이 격추했다. EC-121 기체는 박살이 났고 승무원은 전원 사망했다. 이에 미국은 6월 25일 북한에 전술핵무기로 공격하는 방안까지 검토해가며 북한을 군사위협했다. 그러나 북한은 같은 해 8월 미군의 OH-23 헬리콥터가 영공을 넘어오자 또다시 곧바로 격추했다. 

 

마이클 허드슨 미주리대 명예교수는 3월 25일 미국 매체 카운터펀치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찬성 일색이라며 그들은 핵전쟁이 나더라도 자신들은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으로 국민이 죽어도 미국 지도층은 살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러시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살려주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지휘부를 완전히 소탕할 능력이 있지만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그러니 미국 지도층이 러시아를 상대하며 ‘설사 핵전쟁이 나도 자신은 살아남으니 괜찮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어느 정도 맞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은 소련·중국과 기질 자체가 다르다. 북한은 전쟁 초반 핵공격을 한다고 했다. 그 핵무기는 미국 지휘부가 있는 벙커로 날아갈 것이다. 따라서 북한과의 전쟁은 중국·러시아와의 전쟁과는 양상이 완전히 다를 것이다. 그래서 미국이 더더욱 북한에 겁을 먹고 연일 대화를 촉구하고 북한으로부터 편지가 오면 감지덕지한 상황이 되었다. 미국은 앞으로도 북한과의 관계에서 이런 저자세를 보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세계초강대국으로서의 패권을 놓으려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자면 미국은 북한에 저자세이면서도 세계 앞에서 체면치레는 해야 한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미국은 골머리를 썩일 것이다. 이런 미국의 고뇌를 볼 수 있었던 것이 올 4월 항공모함 링컨함의 동해 진입이다.

 

미국은 4월 12일 링컨함을 동해 공해상에 진입시켰다. 미국은 링컨함의 동해 진입이 중국을 겨냥한 행동인 것처럼 설명했지만, 대체로 북한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거라면 항공모함을 서해나 남중국해로 보내지, 동해에 불러들일 이유가 없다. 미국은 항공모함을 끌고 오면서도 북한 견제용이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상태다.

 

링컨함은 한국군이랑은 훈련을 못 하고 일본 자위대하고만 훈련했다. 한국군이 훈련에 동참하면 대북군사행동의 성격을 띠게 되기 때문에 피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대로는 미국이 링컨함을 동해까지 끌고 온 의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미국이 방안을 짜낸 것이 4월 14일 한국 합참의장과 주한미군사령관을 링컨함에 탑승시킨 것이다.

 

링컨함이 한국군과 합동훈련을 하는 것도 아니니 한국 합참의장이 링컨함에 오를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미국이 한국 합참의장과 주한미군사령관을 항공모함에 태운 것은 링컨함 동해 진입이 북한이 봤을 땐 대북적대행위가 아니지만, 한국이 보기엔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인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앞으로도 미국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나라엔 강해 보이려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고심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 후 잊힌 삶을 살고 싶다고 했지만, 미국이 문재인 대통령을 재차 활용할 수 있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에는 응하지 않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에는 응답했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 나쁜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서 앞으로도 문재인 대통령을 활용할 수 있다. 과거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북한과의 외교에 동원되어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카터 전 대통령과 같은 역할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맡기는 것이다. 물론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런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대선 경쟁자이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를 활용하진 않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북한과 연계가 있는 정치인의 몸값이 올라가는 셈인데 상당히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까지 한 사람이 국내 정치에서나 국제 외교무대에서 상당히 높은 몸값을 갖게 된 것이다.

 

한국 역사에서 퇴임한 대통령은 대부분 감옥에 가거나 큰 곤욕을 치렀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도 퇴임하면 검찰의 공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적절히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 등 최근 정세는 미국·유럽이 몰락하고 북·중·러 반미국가들의 위세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양상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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