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위 정론] 주한미군 범죄, 더는 좌시할 수 없다

신은섭 통신원 | 기사입력 2022/05/07 [11:34]

[민족위 정론] 주한미군 범죄, 더는 좌시할 수 없다

신은섭 통신원 | 입력 : 2022/05/07 [11:34]

*자주민주평화통일 민족위원회가 매주 발행하는 소식지에 실리는 정론을 소개합니다. 

 

지난 5월 1일 주한미군이 20대 한국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외국군대에 의해 우리 국민의 존엄이 참혹히 짓밟혔지만, 제대로 된 수사와 처벌이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해당 사건을 다룬 기사에 달린 “강간은 미군 전유물, 저러고 몰래 미국으로 도망가겠지??”, “법령 좀 개정해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냐? 미국 놈들이 상전이냐? 쓰레기보다 못한 놈들~”, “전작권 회수하고 미군 놈들 쫓아내고 자주적으로 살아보자”와 같은 댓글을 통해 국민의 우려와 분노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는 윤금이 씨 살해 사건이 발생한 지 30년, 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 사건이 발생한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미군의 범죄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반복되는 현실 앞에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주한미군 범죄, 얼마나 더 참아야 하는가?

 

통계를 보면 오히려 최근 미군 범죄는 급증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주한미군 야간통행 금지 해제가 있다. 2011년, 야간에 기지 밖으로 외출한 미군 장병들의 음주, 폭행 등 각종 범죄로 인해 여론이 악화되자 주한미군은 야간통행 금지령을 내렸다. 그러나 미군 장병들의 계속된 항의로 2019년 12월, 야간통행 금지는 완전히 해제되었고 기다렸다는 듯이 미군 범죄가 급증한 것이다. 법무부가 발행한 ‘2020 법무연감’에 따르면 야간 통행금지령이 해제된 2019년, 주한미군 범죄 발생 건수는 전년 대비 26%(351건→444건) 이상 증가했다.

 

이 중 미군 측이 관할하는 범죄를 제외한 미군과 미군속(군무원) 관련 범죄만 보더라도 전년 대비 무려 34%(312건→417건) 이상 증가했다. 김진애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는 성범죄, 마약, 강력, 교통 등 중범죄 전반에서 범죄율이 급증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미군 범죄가 심각한 상황인데도 기소율은 평균 25%로, 국내 평균 기소율보다 무려 10%P나 낮다. ‘주한미군’이라는 이유로 처벌은커녕 기소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21세기에 우리 땅에서 우리 국민을 유린한 범죄자들을 법정에 세우지조차 못하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주권국가인가?

 

​미군 범죄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한미관계가 주권국가 대 주권국가의 평등한 관계가 아닌 본질적으로 불평등한 관계라는 데 있다. 1945년 9월 8일, 미군은 이 땅에 처음 발을 들인 그날부터 스스로 ‘점령군’이라 칭했으며 환영인파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점령군’, 이는 한미관계 시작의 본질을 표현하는 가장 적나라한 단어이다.

 

이후 미국은 한국의 현대사 굽이굽이마다 자신의 이익을 실현하고자 정치, 군사, 경제적 개입을 마다치 않았다. 1980년에는 주한미군 사령관이 전두환 군부독재에 맞서 목숨을 바쳐 민주주의를 쟁취하고자 했던 우리 국민을 모욕하며 “한국인은 들쥐 같다. 지도자가 누구든, 줄을 서서 그를 따른다. 한국인에게 민주주의는 적합한 체제가 아니다”라는 망발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런 미국의 인식은 최근에도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남북 정상회담과 공동선언 등으로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의 분위기가 무르익자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한국은 우리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한다’라며 미국이 한국을 속국처럼 생각하고 있음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이러한 불평등한 한미관계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 한미주둔군지위협정(이하 한미SOFA)이다. 미군의 주둔은 미군정 시기, 전쟁 시기를 거쳐 1953년 10월 1일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체결로 ‘정식화’된다. 한미SOFA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기반한 주둔군 지위협정이다.

 

앞선 1950년에는 이승만이 ‘대전협정’(‘재한 미국군대의 관할권에 관한 한미협정)이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된 국회 비준 절차도 없이 교환 각서 형식, 즉 편지 한 장으로 우리의 군사주권을 포기했다. 이 정신 나간 독재자가 손쉽게 넘겨버린 전시 작전권은 아직도 반환되지 않고 있으니 통탄스러울 따름이다. 대전협정은 전시 작전권 외에도 주둔하는 미군의 지위와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미군의 형사관할권을 100% 인정한, 협정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불평등한 것이었다. 1952년 5월 24일에는 '대한민국과 통합사령부의 자격으로 행동하는 미합중국 간의 경제조정에 관한 협정(마이어 협정)'을 체결하여 주한미군은 우리의 민사청구권으로부터도 벗어나게 되었다. 미군이 그 어떤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러도 한국은 절대 처벌할 수 없는, 흡사 일제 식민지를 연상케 하는 불평등한 내용이었다.

 

이후 수많은 미군 범죄 피해자가 발생하며 가해자 미군을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미국은 종전에 누리던 특권을 포기하고 새로운 주둔군 지위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원치 않았고, 우리나라가 미국에 협상을 제의한 지 13년 만인 1966년에야 한미주둔군지위협정(한미SOFA)이 체결되었다.

 

한미SOFA는 협정 본문과 합의의사록, 합의양해사항, 교환각서로 이뤄진 3개의 부속문서로 구성되어 있다. 주한미군 범죄의 처벌에서 핵심은 형사재판권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SOFA 제22조에 따르면, ‘재판권을 행사할 권리가 경합하는 경우, 미군·군무원(군속) 및 그 가족의 신체나 재산에 대한 범죄, 공무 집행 중에 일어난 범죄에 대해서는 미군이 일차적 재판권을 가지며, 기타 범죄에 대해서는 한국이 일차적 재판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해 얼핏 그 내용이 한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일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기만이었다.

 

미국은 부속 합의서를 통해 본 협정을 무력화하며 철저히 미국의 이익을 지켜냈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포기 조항이다. 한국이 제1차 재판권을 갖는 경우에, 한국 안보에 특히 중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한 모든 사건에서 재판권 행사의 의사를 서면으로 통고하지 않을 시 한국 측 재판권이 자동으로 포기되게 한 것이다. 또한 미국이 한국에 재판권 포기를 요청하면 이를 호의적으로 고려하고 재판권 행사가 중요하다고 결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국의 일차적 권리를 포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한국 정부는 범죄를 저지른 주한미군에 대해 사실상 재판권 및 처벌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이후 SOFA는 1991년, 2001년 두 차례에 걸쳐 개정되었다. 주요 범죄자에 대한 피의자의 신병 인도 시기를 기소 시점으로 변경하고, 환경 조항을 최초로 신설하고, 미군 기지 내 한국인 노무자 해고 요건 강화 등 이전에 비해 나아진 측면이 있으나 본질적인 불평등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 미미한 개정마저도 성폭력, 살인, 강도상해 등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국민의 피해와 희생, 끊임없는 투쟁으로 겨우 이뤄진 것이다.

 

2001년 이후, 불평등한 SOFA 개정에 대한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높지만, 여전히 이를 바로잡기 위한 시도는 보이지 않는다. 주한미군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한미SOFA의 아래 내용을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먼저, 미군의 공무 수행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주체에 대한 문제이다. 공무 수행 중인 미군의 범죄에 대해서는 미국이 1차 재판권을 갖는다. 문제는 그 공무 수행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것은 결국 미국이라는 점이다. 미국이 범죄를 저지른 미군에 대해 공무 수행 중이었다고 우기면, 우리는 1차 재판권을 주장할 수 없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일정 기간 ‘공무 수행 여부’에 대해 미군 측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시, 독일은 독일과 미국, 양 정부 간 검토가 이뤄지도록 규정하고 있고, 일본은 일본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은 자동으로 미군 측에 재판권을 넘기게 되어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나라가 제1차적 재판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미군 당국의 요청이 있으면 ‘재판권을 행사하는 것이 특히 중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일본만 하더라도 이런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의 주둔 미군과 비교해보아도 심각하게 불평등한 것이다.

 

셋째로 피의자 신병 인도 문제이다. 제대로 된 수사를 위해서는 피의자의 신병을 빠르게 확보하고 수사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살인, 강간 등 12개 강력 범죄에 대해서는 신병인도를 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4가지 전제조건(한국이 1차 재판권을 가지고, 기소 시 구금 인도를 요청한 범죄여야 하며, 12개 범죄에 해당하며, 구금에 대한 상당한 이유와 필요성이 입증되어야 함)을 규정도 있어 매우 까다로우며, 무엇보다 신병 인도의 기한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신병 인도 기한을 확정하는 것은 미군의 묵인하에 가해 미군이 죄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넷째로 미군 피의자에 대한 특혜를 폐지해야 한다. SOFA에 따르면 미국 대표 입회 없이 미군 피의자의 예비 수사, 수사, 재판 진행이 불가능하며 그 과정에서 이뤄진 진술조차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 그러나 일본과 독일의 경우에는 수사 시 미국 대표의 입회가 없다. 한국에서만 이를 고집하는 것은 우리를 우습게 보기 때문이다. 유죄가 아닌 판결 또는 무죄판결과 피고인이 상소하지 않은 판결에 대해 검찰의 상소권을 제약하는 말도 안 되는 특혜 역시 폐지해야 한다. 1967년 기지촌 여성의 집에 불을 지르고 달아나던 미군이 택시 기사를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한국법원은 방화 부분에 대해 가해 미군이 부인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상소권 제한 조항 때문에 항소를 할 수 없었고, 해당 미군의 방화는 무죄로 확정되었다. 황당하기 짝이 없다.

 

마지막으로 협정을 적용할 때, 우리의 경우 미군의 직계 가족 외에도 기타 친척이나 초청계약자까지 광범위하게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타국의 사례가 존재하지 않는데도, 한국에게만 광범위한 적용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군 범죄가 반복되는 다른 원인도 있다. 바로 주한미군이 망나니나 다름없는 질 낮은 군대라는 점이다. 미 연방수사국 FBI 보고서에서 주한미군에 조직 폭력배들(갱단)이 잠입했음이 밝혀졌다. 미군기지에서 암약 중인 폭력 조직이 드러난 것만 53개에 달하며, 이들이 마약 밀매, 무기 밀반출, 폭행 치사 등 다양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 적발된 주한미군 마약 밀매에도 이들이 연루되어 있다고 한다. 이는 주한미군이 정상적인 군대가 아닌 망나니 범죄 집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미군의 정신건강도 심각하게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2021년 미 국방장관이 언급한 바에 따르면, 전쟁에서 사망한 군인보다 자살한 미군의 수가 많다고 한다. 특히 2001년 9월 이후에는 그 수가 무려 4배에 달했다고 하니,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지난 4월에는 미국의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에서 근무 중인 미군이 일주일 사이에 3명이나 연달아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미군의 자살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는 일각에서는 미국이 대립하고 있는 북한이나 중국과의 긴장이 격화되며 군 전체의 정신적 부담,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범죄 조직과 연루되어 있거나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놓여있는 것이 미군 스스로 고백하는 미군의 모습이다. 왜 미군에 의한 잔학무도한 범죄가 끊이질 않는지 묻는 게 이상할 정도로 형편없는 집단이 주한미군이다. 이런 망나니 군대가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는 완전한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주권국가가 자국의 군대로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것, 외국군의 주둔을 허용하고 국방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 그 주둔군이 ‘평화와 안전 유지’라는 주둔 목적에 부합하지 않게 수십여 년간 각종 범죄를 일삼으며 국민의 재산, 안전,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면 그 존재 가치와 이유에 대해 심각하게 재고해야 한다. ‘주한미군이 이 땅에 계속 주둔하는 것이 과연 우리에게 이로운가?’와 같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때이다. 단언컨대, 국민의 생명보다 우선하는 동맹은 없다.

 

​현실적으로 보더라도 미국의 패권은 무너지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무려 9조 원에 달하는 무기를 제대로 챙기지도, 정리하지도 못하고 도망치듯 떠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큰소리는 뻥뻥 치고 있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대러 제재에 미국의 오랜 우방으로 꼽히는 이스라엘이나, 인도조차도 동참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의 대러 제재가 러시아가 아닌 미국을 경제 위기로 몰아넣고 있으며, 미국 패권의 기반이 되는 달러 기축 통화 체제를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미국 학자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지금 국제 정세는 미국이 더는 우리를 지켜줄 힘도, 의지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한미군 범죄를 근절하는 것,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청산하는 것은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가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현실에 침묵해선 안 된다. 국민의 이익, 나라의 이익을 지키는 길로 나서야 한다. 미국에 의해 고통받으면서도 그 손을 놓지 못해 함께 몰락할 것인가, 우리 국민의 행복을 지키는 자주 국가로 나갈 것인가. 두려워 말고 과감히 선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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