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과제 곳곳이 모순이고 시대착오적인 윤석열 정부”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05/09 [17:19]

“국정과제 곳곳이 모순이고 시대착오적인 윤석열 정부”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2/05/09 [17:19]

▲ 민주노총이 9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12층 교육장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의 국정 방향은 시대착오적이며 과거로의 회귀와 퇴행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사진출처-노동과 세계]  


“새 정부의 국정 방향은 시대착오적이며 과거로의 회귀와 퇴행을 불러올 것이다.”

 

민주노총이 9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12층 교육장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처럼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윤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가 노동자, 민중 진영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반노동 정책이며, 한반도 정세의 악화를 가져올 반평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노동에 대한 배제와 실종이 심각하다”라면서 “노동은 국정 전 분야에 걸쳐 반영되어야 할 종합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인수위가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약속’에는 가장 심각한 비정규직 문제,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의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인수위의 국정과제 곳곳이 모순이고 시대착오적”이라며 “성평등이 아니라 양성평등을 이야기하고, 핵발전을 추진하며 기후위기의 대안이라 억지를 부린다.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강군육성을 주장하며 한반도 평화를 말한다. 하나하나 가치와 철학이 없이 주먹구구식이다”라고 힐난했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출범을 앞둔 정부는 국가와 정부의 역할을 인위적으로 축소하고, 민간이란 명분 아래 재벌과 자본에 그들의 이익을 보장하고 곳간을 채우려 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또한 남북관계 관련한 국정 방향에 대해서는 “긴장 완화와 평화가 아닌 대결과 갈등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매우 위험하고 부적절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민주노총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채운 새 정부의 출발. 더 늦기 전에 제대로 준비하고 시작하라.

 

[새 정부는 어디에 발을 딛고 어디를 바라보며 나갈 것인가? 이전 문재인 정부의 노동유연화를 연장한 노골적인 재벌, 자본 편향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공공성을 약화, 후퇴시키고 극도의 불평등 양극화를 가속화할 것이며, 동맹의 강화에 목을 맨 국방외교안보정책은 한반도의 긴장을 가속화하고 평화와 번영의 길을 요원하게 만들 뿐이다. 결국 ‘미래로의 도약’은 고사하고 새로운 전환의 시대를 주도하지 못하고 과거로의 퇴행을 가져올 뿐이다. 새 정부는 이제라도 눈과 귀를 열고 노동자,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열린 자세로 이를 수용, 반영해야 한다.] 

 

후보자 시절 공언했던 공약들이 대거 삭제되거나 후퇴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노동의 배제와 실종이다. 국정 전 분야에 걸친 의제이며, 모든 정책 방향에 스며들어야 할 노동은 그 의미가 완연하게 축소되었다.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필수적인 노동권 보장과 노동조건 개선은 국정과제의 한 귀퉁이도 차지하지 못한 채 액세서리 수준에 머물고 있다. 더구나 노동안전, 비정규직 권리 등 노동자들의 투쟁과 사회적 압력을 통해 그나마 진전되었던 사항들도 ‘규제 완화’와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후퇴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감출 수 없다.

 

특히 노사대등 결정의 당사자로 노동조합이 존재함에도 불구, 이를 배제하거나 무력화하면서 노사협의회의 근로자 위원을 중심으로 노사관계를 재편하겠다는 것은 당선자와 새 정부가 가진 노조 혐오, 반노조 정서의 투영으로 매우 심각한 지점이다.

 

국가와 정부의 역할을 인위적으로 축소하며 민간이란 명분 아래 재벌과 자본에 그들의 이익을 보장하고 곳간을 채우겠다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강화는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현실을 고의적으로 외면한다. 비정규직의 고용안정 정책도 없고 플랫폼 노동자 등의 권리보장을 위한 차별 없는 보편적 노동권의 보장, 원청과의 교섭, 초기업 단위 교섭 제도화 등이 제시되지 않은 채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강조하며 결국 재벌, 대기업에 국정의 주도권을 넘기고 정부는 적자생존의 시장 논리에 따라가겠다는 것이다. 이는 불평등 양극화를 해결하는 국정이 아니라 불평등사회를 고착, 심화시키는 위험한 국정 방향이다. 

 

노동자의 생명, 안전과 직결된 산업재해 대책은 더더욱 우려의 지점이 높다. 선진국에서 산재 감소의 근본 대책으로 정립된 노동자 참여 확대 강화는 일언반구 없이 수십 년 재탕, 삼탕 했으나 실패가 입증된 <기업자율안전관리체계> <상생형 안전보건관리체계> 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다. 오히려 <산업안전보건관계 법령 정비>라는 문구에 숨어 ‘현장의 불확실성 해소’ ‘안전보건확보의무 명확화’라는 경영계의 요구를 수용하여 법의 무력화를 추진하겠다 선언했다. 공약에 있던 건설안전관리체계 혁신적 개선은 구체성 없는 ‘안전관리 지원’으로 수정되었고, 급격히 산재가 증가하고 있는 플랫폼 종사자에게는 ‘예방 정보 공유 플랫폼 지원’이라는 실체도 실효성도 없는 대책만 제시되고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라 복지-돌봄서비스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에 대한 국가책임과 공공성 강화는 실종됐다. 사회서비스제공기관의 다변화, 규모화를 위해 민관합동 사회서비스 혁신TF를 구성하여 기반구축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돌봄서비스마저 민간기업이 중심이 되는 산업으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여기서 말하는 사회서비스산업발전을 위한 복지-고용-성장의 선순환은 결국 돌봄서비스를 이윤 창출의 수단으로 전락시켜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키며 민간업자들의 이익을 위한 돈벌이 사업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정과제의 가장 커다란 우려스러움 중 하나는 ‘원전, 기술, 녹색성장’을 내세운 기후정책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탈탈원전’ 선언과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 및 만료원전 계속 운전 등의 과제는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이며 퇴행이다. 특히 산업계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방향으로 인해 탄소중립 기후 위기를 새로운 시대 전환의 계기로 삼지 못하고 있다. 대선 토론 막바지에 당선자가 약속한 ‘RE100과 택소노미’에 대해 추후 알아보고 공부하겠다는 말은 공염불이었다.

 

선거와 인수위 초창기 큰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여성, 성평등 정책에 대한 과제 제시도 큰 문제다. 특히 ‘성평등’이 아닌 ‘양성평등’을 지칭하며 새 정부 스스로가 지닌 한계를 드러냈다. 성평등의 목표와 효과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구조화되어 있는 사회를 극복하는 것으로 삼아야 한다는 요구가 있음에도 여전히 저출산 위기를 넘어서는 것을 그 목표와 효과로 삼고 있으며 이는 그간 여성 노동운동이 주장해왔던 성평등 고용환경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남북관계 발전 전략은 실현 불가능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내세우며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정책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이미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남북이 노력한다는 남북 간 합의에 기초해 관계 개선과 긴장 완화, 평화체제로 가는 정책의 제시여야 한다. 또한 국방외교정책 역시 미국이 원하는 한미일 동맹강화 정책을 그대로 반영했다. 한반도 전쟁 위협을 부추기는 한미연합연습을 야외기동훈련으로 재개하고 2018년 중단되었던 미국의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상시 순환배치하겠다고 공언하며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다시 가동하겠다고 하는 것은 긴장 완화와 평화가 아닌 대결과 갈등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매우 위험하고 부적절한 방향이다.

 

이렇듯 새 정부의 국정 방향은 시대착오적이며 과거로의 회귀와 퇴행을 불러올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당선자와 새 정부의 편향된 계급적 기반과 시각에 기인한다. 모두를 위한 모두의 정책이 아니라 가진 자와 힘 있는 자들의 요구에 기반한 새 정부의 출범에 기대보다 우려가 큰 이유가 여기 있다. 첫 단추를 제대로 채워야 옷이 제대로 입혀진다. 이제라도 새 정부가 눈과 귀를 활짝 열고 나라를 구성하는 모든 이들을 향해 열려있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윤석열 당선자와 새 정부의 결단을 요구하나.

 

2022년 5월 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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