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악’을 예고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관련 인사

박영준 기자 | 기사입력 2022/05/10 [07:01]

‘노동개악’을 예고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관련 인사

박영준 기자 | 입력 : 2022/05/10 [07:01]

 

후보 및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시절을 포함해 윤석열 정권을 준비하는 시기 동안 윤석열 후보(당선인) 주변에는 ‘노동’관련 전문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말들이 많았다. ‘노동’ 이슈가 후순위로 밀려나 있다는 것이다. 

 

인수위 출범 당시만 봐도 한국노총 출신의 임이자 의원(국민의힘)이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로 유일하게 인수위에 들어간 노동전문가였다.  

 

물론 노동이슈가 후순위로 밀려있다는 것은 ‘별 관심이 없으니 현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노동문제가 경제성장의 하위파트너가 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즉, 노동문제가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면 노동개악을 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 주변에 그나마 몇 명 있는 노동관련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이와 같은 기조를 확인할 수 있다.  

 

임이자 의원의 경우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의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해 특수고용노동자와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들의 단결권과 단체협상권 보장을 주장하기도 하는 등 노동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활동을 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시간 유연화에 대해선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현행 1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의 정책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된 김현숙 숭실대 교수(현재는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을 지내면서 노동개혁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당시 가장 논란이 되었던 저성과자 해고,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노동개혁 양대지침’을 추진한 당사자이다.

 

인수위 요청으로 고용노동부가 파견한 이정한 노동시장정책관은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5년 대통령 고용노동비서관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윤석열 당시 당선인이 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이정식 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을 임명하자 의외의 인사라는 평가들이 나왔다. 이 후보자가 노동계(한국노총) 출신으로 과거의 노동에 대한 관점이 윤석열 대통령과는 다르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이 후보자의 노동관련 인식을 보면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자가 윤석열 대통령의 기조에 따라 노동정책에 대한 소신을 바꿨다는 것이다. 실제 이 후보자는 “과거 입장보다는 현재 위치에서 제가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의 ‘전향’을 선언했다.

 

이 후보자는 2016년 한국노총 사무처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시간당 1만 원을 지급할 능력이 없는 영세한 업체는 망해야 한다”며 “자영업자가 어려운 것도 단순히 최저임금 부담 때문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편 바 있다(프레시안, 2022.05.04.).

 

하지만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지급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차등을 둘 순 없다”면서도 업종별 구분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께서 심의해서 결정하면 가능하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저임금 결정과정에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독자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에 대해서도 말을 바꿨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1월 한 칼럼에서 “규모별로 법 적용을 달리하는 입법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며 경영계가 규제완화 등 친기업 지원책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이같은 기업 대응은 세계적 메가트렌드와는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경향신문, 2022.05.04.). 

 

하지만 청문회 답변서에서는 ‘단계적 적용’을 검토하겠다며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기업의 규제완화 요구를 비판하던 입장도 바꿔 기업이 스스로 산재예방 체계를 갖추도록 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인사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와 삼성과의 관계문제도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퇴직 후 장관 내정 직전까지 ‘삼성전자 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19개월간 총 3,800만원을 받았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이 후보자가 삼성전자 외에 삼성물산·삼성생명에서도 정기적으로 돈을 받았지만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8개 삼성 계열사로부터 1년4개월간 1억2,000여만원을 지급받았다. 

 

이렇듯 윤석열 정부 인사들 중 우리의 노동여건을 좀 더 좋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해봄직한 인물들은 없어 보인다. 

 

오늘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비서실, 정책실, 안보실 체제를 비서실, 안보실로 개편했다. 여기서 정책실 산하에 있던 일자리수석(일자리기획, 고용노동, 사회적경제)은 폐지되고 비서실 산하의 경제수석으로 통폐합 되었다. 

 

그만큼 ‘노동’에 대한 관심이 없음을, 노동문제를 경제문제의 하위 문제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동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대다수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로부터 노동의 의미를 되찾기 위한 싸움을 시작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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