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공화국을 만들려는 윤석열 정부

박영준 기자 | 기사입력 2022/05/12 [07:32]

야근공화국을 만들려는 윤석열 정부

박영준 기자 | 입력 : 2022/05/12 [07:32]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 근로기준법 제50조 1항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 근로기준법 제50조 2항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 근로기준법 제53조 1항

 

한국은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을 통해 위와 같이 주 40시간제를 규정하고 있으면서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즉 기본적으로 52시간 까지의 노동이 가능하다.  

 

이렇게 노동시간을 규제하고 있지만 한국 노동자가 세계적으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음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OECD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 노동자는 콜롬비아, 멕시코, 코스타리카 노동자 다음으로 일을 많이 하고 있다. 

 

▲  OECD 각 국의 연 평균 노동시간 비교(2020년 기준) / 자료 : OECD  

 

대선기간 주 120시간 노동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윤석열 당선인은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노동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그 방안으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이 특별연장근로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근기법은 제53조 4항에서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와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 제1항과 제2항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의 1항은 법정근로시간의 연장, 즉 주당 52시간 까지 노동을 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결국 주당 52시간을 연장해서 노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2항은 탄력근로제 등을 규정한 조항인데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한다),

 

특별연장근로는 말 그대로 ‘특별한 경우’에 한해 노동시간을 늘려도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특별한 경우’에 해당하는 가인데, 현행 근기법은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 ▲사람의 생명 보호 및 안전 확보를 위한 긴급 조치, ▲갑작스런 시설ㆍ설비의 장애ㆍ고장 등 돌발적인 상황, ▲업무량의 대폭적 증가, ▲소재·부품 및 장비의 연구개발 등이 특별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특별연장근로 규정은 현 상황에서도 많은 문제제기가 있다. 특별연장근로는 말 그대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매년 노동부의 인가 건수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어 ‘예외적’인 제도가 아니라 ‘확정적’인 제도로 굳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한겨레,2022.03.22, ‘노동시간 상한은 ‘노동부 마음’…윤석열 정부, 특별연장근로의 미래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은미 의원(정의당)이 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노동부의 특별연장근로 인가 건수는 모두 6,477건으로 2020년 4,204건보다 1.5배 늘어났다. 인가 신청 10번에 9번은 인가를 받았다. 신청건수 대비 인가율은 2020년 92.6%, 2021년에는 90.1%였다(※ 여기에는 코로나 상황이 반영되었을 수 있는데, 고용노동부는 2022년 2월 25일 직원들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인력 대체가 어려운 경우 ‘업무량 대폭 증가’ 사유로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2020년, 2021년의 높은 인가율이 단순히 코로나19 영향이라고 평가할 순 없다.)

 

▲ 출처 :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실제 정부는 특별연장근로를 시설·장비 등이 갑자기 고장난 경우처럼 ‘긴급한 경영상의 사유’를 ‘특별한 경우’로 인정하는 등 특별연장근로 허용범위를 확대해 왔다. 2020년 1월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가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확대되기 이전까지는 인가 사유가 ‘재해·재난에 준하는 사유’로만 한정돼 있었고, 2015~2017년 특별연장근로 인가 건수는 3년 동안 25건에 불과했다. 2018년에도 204건에 그쳤다. 특별연장근로가 가능한 이유는 재난과 같은 ‘특별한 사정’인데 업무량 폭증과 연구개발이 ‘특별한 사정’인지는 의문이다. 기업운영 상 의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유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시절 특별연장근로 대상에 새로 설립한 스타트업 업체를 포함한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특별연장근로 적용 분야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별연장근로 사유 확대는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다. 정부가 근기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 된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윤석열 정부는 법 개정이 필요한 다른 방안보다 특별연장근로 확대를 더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근기법에는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는 연장근로시간이 최대 몇 시간인지, 한 번 인가를 받으면 며칠 동안 연장근로를 할 수 있는지, 1년 간 몇 번까지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받을 수 있는 지 등에 대한 규정이 없다. 또한 탄력근로제 등 다른 형태로 노동시간을 늘릴 경우 과반수노조나 근로자대표의 서면합의가 필요하지만, 특별연장근로는 개별 노동자의 동의만 있다면 사용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구상이 현실화 된다면 수많은 노동자가 언제 끝날지도 모를 노동에 시달려야 할지도 모른다. 벌써부터 많은 노동자가 야근공화국에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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