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이하 유럽연합 집행위)가 5월 16일 성명을 통해 러시아 가스 구매와 관련해 회원국들이 러시아의 요구대로 가즈프롬방크 계좌를 개설하는 것을 허용했다.
가즈프롬방크는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이 세운 은행으로, 러시아는 가즈프롬방크에 특별 계좌(일명 ‘K 계좌’)를 만들어 가스 구매자들이 대금을 지급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이 계좌에 유로로 대금을 지급하면 루블화로 자동 환전돼 가스 대금이 결제되는 방식이다.
유럽연합 집행위는 성명에서 ”5월 13일 회원국에 러시아와의 가스 구매 거래에 대해 새로운 지침을 보냈다“라며 ”가스업체들이 러시아가 지정한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는 것을 막지 않을 것이고 기존 계약서에서 합의된 통화로 러시아 가스 구매 대금을 지불하고 해당 통화로 거래가 완료됐다고 신고한 업체들은 제재를 준수한 것으로 간주한다“라고 밝혔다.
유럽연합 집행위의 이러한 결정은 가스와 관련해 유럽이 대러 제재를 완화하고 러시아의 요구에 무릎 꿇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4월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이탈리아 등 유럽연합 회원국 가스업체들이 러시아의 요구대로 루블화 계좌 개설을 고려하고 있었다.
또한 유럽 기업 4곳이 이미 루블화로 러시아 국영가스업체 가즈프롬에 대금을 지불했고 최소 10곳이 넘는 유럽 기업이 루블화 결제를 위해 가즈프롬방크 계좌를 열었다.
이어 러시아는 4월 27일 가스 수입 대금을 러시아 루블화로 결제해야 한다는 러시아의 요구를 무시하고 가스 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해 가스 공급 중단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유럽연합은 루블화로 러시아산 가스값을 지불하지 말라고 회원국에 권고하는 것에 그치며 이미 계좌를 개설하고 대금을 지불한 경우에 대해 대응하지 못했다.
유럽 최대 에너지 기업인 유니퍼(Uniper SE)사와 오스트리아 에너지기업 OMV는 유럽연합 집행위의 결정을 환영하며 가스 구매가 계속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5월 16일 유럽연합 집행위의 결정에 따라 러시아에 가스 비용을 지불할 수 있게 되었다고 이번 결정을 긍정했다.
유럽연합 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유럽연합 집행위 결정을 지지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에너지와 관련해 유럽연합의 대러 제재로 인한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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