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결산] 북한 눈치만 보다 막 내린 ‘소문난 잔치’

김민준 기자 | 기사입력 2022/05/24 [13:12]

[한미정상회담 결산] 북한 눈치만 보다 막 내린 ‘소문난 잔치’

김민준 기자 | 입력 : 2022/05/24 [13:12]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최고 의제는 북한 문제였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방문할 때, 최근 북한의 핵실험 동향을 감안하면 지역 안보 논의에서 북한이 최우선 중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본다”라고 하였다. 

 

국내 언론들도 하나같이 한미정상회담 주요 의제로 북한 문제를 꼽았다. 

 

뉴시스는 19일 기사에서 “강력하고 실효적인 대북 억지력도 재차 확인할 전망”이라고 하였다. 

 

북한이 이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일명 ‘괴물 ICBM’을 발사하였고 핵실험도 임박했다는 분석이 쏟아지는 가운데 과연 한미 정상이 만나 북한에 어떤 목소리를 낼 것인가는 이렇듯 초미의 관심사였다. 

 

북한이 ICBM 발사로 금지선(레드라인)을 이미 넘었고 핵실험이라는 금지선을 추가로 또 넘으려는 상황에서 한미 정상이 매우 강경한 목소리로 북한을 강력히 규탄하고 경고하리라는 게 일반적 예측이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달리 신임 윤 대통령은 그간 대북강경발언을 아끼지 않았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그런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세간의 예상과 달리 북한 눈치 보기로 일관하였다. 

 

사라진 ‘응징’

 

일단 바이든 대통령은 각종 발언에서 북한에 대한 언급 자체를 극도로 자제하였다. 

 

예를 들어 확대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는데도 매우 중요했습니다”라고 짧게 언급했고 윤 대통령은 아예 언급을 피했다.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위협에도 대응해나갈 것입니다”라는 말로 딱 한 번 언급하였다. 

 

반면 윤 대통령은 기자 질문에 “날로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 저와 바이든 대통령은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다른 어떤 이슈보다 이를 우선순위로 다뤄야할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라며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정작 해법으로 내놓은 것은 이미 작동 중인 진부하고 실효성 없는 것뿐이었다. 

 

공동성명을 비롯해 전반 발언에서 한미 정상은 예상됐던 북한 규탄 목소리 대신 북한의 군사적 압박에 어떻게 맞설지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였다. 

 

이미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발사하며 금지선을 넘은 북한에 대한 ‘응징’은 보이지 않았다. 

 

사라진 CVID

 

또 관심을 모았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도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4월 7일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대사 지명자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는 어려운 목표지만, 우리의 비확산 목표와 아주 잘 맞는다”라고 하였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한미정책협의대표단장으로 미국을 방문한 기간에 “상식적으로 볼 때 검증이 안 되고 되돌릴 수 있는 비핵화가 과연 의미가 있겠냐”라고 말했다. 

 

따라서 윤석열-바이든 정권의 대북 핵정책이 CVID로 복귀하느냐가 모두의 관심사였다. 

 

그런데 이번에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했다”라며 CVID에서 C(완전한)와 D(비핵화)만 언급했다. 

 

플랜B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8일 브리핑에서 한미정상회담 기간에 북한이 ICBM을 발사하는 등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한미 정상이 즉시 한미연합방위태세 지휘통제시스템에 들어가도록 ‘플랜B’를 마련해 놨다”라고 밝혔다. 

 

즉, 북한이 군사행동을 하면 한미 정상이 재빨리 지하 벙커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딴에는 이게 북한에 대한 경고로 생각됐는지 모르겠지만 국민의 눈에는 오히려 불안해 보일 뿐이다. 

 

상식적으로 정상회담 중에는 ‘주변국의 어떠한 무력시위도 용납하지 않겠다’ 정도로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 국민을 안심시키는 게 일반적인 대처이지, ‘주변국의 무력시위가 있으면 정상들이 벙커로 들어갈 대책을 세워두었다’라고 하며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건 현명한 대처가 아니다. 

 

실제 군사적으로 그런 플랜B를 마련했더라도 극비에 붙이는 게 국가안보상 당연하다. 

 

김 1차장의 발언은 북한의 군사행동에 대단히 긴장해있음을 자백한 꼴이다. 

 

은근슬쩍 밀려난 북한 의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정상회담의 성과를 5가지로 꼽았는데 북한 문제는 두 번째로 밀려났다. 

 

그나마도 핵심 성과가 확장억제의 구체화라고 설명했는데 실제 내용을 보면 문재인 정부 시기와 비교해 달라진 게 거의 없는 수준이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5월 22일 YTN에 출연해 “물론 북한의 비핵화 얘기도 나오고 기존에 한국과 미국의 안보동맹 이런 얘기가 다 나오기는 나왔”지만 실제로는 경제문제가 중심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지금 핵을 포기한다는 건 적어도 지금 단계에서는 전혀 생각할 수 없어요, 솔직히 말씀드려서”라고 전제하고 “북한을 자극시키려고 하지 않는” 차원에서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방송에서 장성호 교수도 한미 정상의 항공우주작전본부 방문 같은 대북 행보는 “안보적인 확신을 우리한테 심어주기 위한 형식적인 자리”에 불과했고 핵심은 반도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회담 전만 해도 첫 번째 핵심 의제라고 했던 북한 문제가 회담이 끝나자 어느 순간 후순위로 밀려나 있다. 

 

한미 정상이 정말 다루기 난감한 의제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라진 ‘강대강’

 

지금 한반도 정세는 북한의 표현을 빌리자면 ‘강대강’으로 갈 것이냐 ‘선대선’으로 갈 것이냐 갈림길에 있다. 

 

즉, 한미가 대북적대정책을 유지해 북한과 강하게 충돌할 것이냐, 아니면 적대정책을 버리고 선의에 기반한 대화를 시작할 것이냐는 것이다. 

 

그런데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보면 한미는 대북적대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한반도 정세가 ‘선대선’으로 갈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강대강’으로 간다는 말인데 한미의 모습을 보면 북한과 강하게 충돌하는 것을 극력 피하려는 게 도드라진다. 

 

결과적으로 한미는 ‘선대선’은 하지 않겠다, 그렇다고 ‘강대강’도 못 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남는 건 현상유지밖에 없다. 

 

즉, 오바마 정권 시절 대표적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를 따라가는 것이다. 

 

이에 관해 노컷뉴스는 23일자 기사에서 “문제는 이미 실패로 판명된 제재·압박을 통한 전략적 인내가 새로운 안보 상황이라고 해서 효과를 발휘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오히려 중국, 러시아의 미국과의 관계가 크게 어그러진 상황은 북한을 대놓고 지원하는 뒷배 역할을 강화하게 된다”라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현재 한반도는 이미 ‘강대강’의 상황에 있으며 또 ‘강대강’이 점점 고조되고 있으므로 현상유지는 결국 ‘강대강’을 선택한 것이라고 봐야한다. 

 

문재인-바이든 만남 불발

 

이번 정상회담에서 세간의 주목을 끈 것은 윤석열-바이든의 회담보다 문재인-바이든의 만남이었다. 

 

4월 28일 처음 언급된 문재인-바이든 회동은 ‘문재인 대북특사설’로 이어지며 대단한 관심을 모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5월 18일 미국이 문재인-바이든 회동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미국이 먼저 만남을 제안한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21일 오후에 문재인-바이든 회동은 전화통화로 대체되었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얼마 안 된 시점에 정상회담을 와서 전직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하는 것은 외교 관례상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 배경을 두고 온갖 분석을 하였다. 

 

여러 사람의 분석처럼 문 전 대통령을 대북특사로 제안하는 게 기본 목적이었을 듯하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이 대북특사를 제안한다고 해서 문 전 대통령이 북한에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문 전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가지고 갈 것인지, 즉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대북제안을 들려 보내느냐에 따라 북한이 특사를 받을 수도 있고 안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미국은 전부터 ‘조건 없는 대화’를 하자고 주장해왔다. 

 

즉, 일단 대화를 하는 게 필요하지 그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서 내용이 중요하지 않은 게 아니라 내용을 마련하지 못했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CNN 기자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낼 메시지가 있느냐”라는 질문에 “안녕하세요”(Hello)라고 대답하고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마침표”(period)라고 답했다. 

 

북한에 제안할 내용이 없는 것이다. 

 

이런 준비상태로 미국이 북한에 대북특사를 받을지 의사를 타진했다면 아마도 거절을 당했을 것이다. 

 

그래서 문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날 필요가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윤 대통령이 문재인-바이든 만남을 취소해달라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듭 요청했을 가능성도 높다. 

 

정상회담을 와서 전직 대통령을 만나는 것 자체가 자신에 대한 모욕일 뿐 아니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칫 미국이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 정부의 요청대로 움직이는 나라는 아니다. 

 

상대국의 입장은 아랑곳 않고 철저히 자국의 이익에 맞게 움직이는 ‘안하무인’의 나라가 미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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