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으로 낮은 북한의 치명률
북한에 코로나19가 퍼진 지 한 달이 지났다.
북한은 4월 말부터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5월 13일부터 매일 신규 발열 환자, 완치자, 사망자 수를 공개하고 있다.
북한이 공개한 자료를 분석해보면 5월 15일까지 환자가 급증하다 곧바로 줄어들며 대략 20일부터 안정세에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또 31일 기준 누적 환자 373만 8,810여 명, 누적 완치자 356만 960여 명으로 대부분 완치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위의 누적 그래프를 보면 노란색 막대그래프가 아직 치료되지 못한 환자 수인데 19일을 정점으로 해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환자 중 사망자 비율을 뜻하는 치명률이 0.002%로 매우 낮게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전 세계 치명률은 1.19%이며 한국은 0.13%로 매우 낮은 편인데 이에 비해 북한의 치명률은 거의 0에 가까운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근거로 북한의 통계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간 북한의 코로나19 환자가 0명이라는 것조차 믿지 않은 이들이기에 북한이 어떤 발표를 한들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치명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극단적으로 낮은 이유는 뭘까?
확진자가 아닌 발열 환자
일단, 북한이 공개한 치명률 자체가 다른 나라의 치명률과 다른 개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북한은 치명률 계산에 필요한 ‘확진자’ 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지금 북한이 공개한 자료에는 확진자가 아닌 발열 환자 수만 나온다.
즉, 발열 환자를 잠재적 코로나19 환자로 간주하고 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북한이 다른 나라와 달리 감염 의심자에 대해 전수검사를 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 언론이 ‘발열자’와 ‘확진자’를 구분해서 언급하는 걸 보면 PCR 검사도 일정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전수검사를 하지 않는 이유를 따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짐작해볼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PCR 검사의 민감도는 98% 이상, 특이도는 100%라고 한다.
민감도란 양성을 양성으로 판단할 확률이다.
따라서 코로나19 환자가 PCR 검사를 받으면 100명 가운데 98명 이상은 양성 판정을 받지만 0~2명은 음성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특이도는 음성을 음성으로 판단할 확률이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한국을 예로 들어보자. (단, 계산의 편의를 위해 민감도를 98%라 하자.)
전체 인구 5천만 명 가운데 현재 확진자가 약 1,800만 명이므로 3,200만 명은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만약 한국인 전체가 PCR 검사를 받는다면 아직 감염되지 않은 3,200만 명은 모두 음성으로 나오겠지만 감염자 1,800만 명의 경우 98%인 1,764만 명이 양성으로 나오고 36만 명은 음성으로 나온다.
즉, 전체 3,236만 명(3,200만 명 + 36만 명)이 음성 판정을 받게 되지만 실은 이 가운데 36만 명, 약 1.11%는 감염자인 셈이다.
이 1.11%가 작아 보이지만 음성 판정을 받은 100명 중 1명꼴로 양성 환자이기에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는 데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특히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이 ‘나는 음성이니까 괜찮아’라며 마음 놓고 돌아다니면서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북한은 증상만 있으면 일단 모두 격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현재 북한이 공개한 발열 환자 중에는 코로나19 환자도 있겠지만 감기 등 다른 이유로 열이 나는 환자가 얼마든지 섞여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발표한 치명률도 우리가 생각하는 ‘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이 아니라 ‘발열 환자 중 사망자’ 비율이기 때문에 매우 낮을 수 있다.
전 세계 치명률 1.19%와 북한의 누적 사망자 70명을 이용해 계산해보면 실제 북한의 코로나19 환자는 5,880명 수준이지 않을까 추정해볼 수 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충분한 조치는 아니다.
코로나19는 아예 증상이 없는 환자 비율도 40% 정도로 꽤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1명의 환자가 발생하면 주변의 유증상자뿐 아니라 무증상자까지, 결국 지역 전체를 격리하는 게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도록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래서 북한은 발열 환자의 격리와 더불어 해당 지역에 강도 높은 봉쇄를 함께 하고 있다.
다른 나라는 따라 하기 힘든 북한식 방역 조치
PCR 검사가 100%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북한뿐 아니라 모든 나라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다른 나라는 북한처럼 할 수가 없다.
코로나19 감염자인지 확실하지도 않은데 열이 난다는 이유만으로 격리하고 도시 전체를 봉쇄하면 엄청난 반발과 사회 혼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제적으로도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중국만 해도 환자가 발생한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데 그 와중에 상당한 혼란과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 어떤 혼란이 발생한다는 소식이 나온 게 없다.
이는 개인의 이해관계보다 집단의 이해관계를 우선하는 북한 특유의 집단주의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도 24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PCR 검사조차 불편하다며 즉시 결과가 나오지만 정확도가 매우 떨어지는 자가진단장비를 널리 활용하고 있어 북한의 모습과 뚜렷한 대비가 된다.
이처럼 PCR 검사에 의존하지 않고 고강도 방역 조치를 하는 북한의 모습은 다른 나라와 크게 다른 특징이라 하겠다.
백신 접종 보류
북한의 방역 조치 가운데 또 하나 특이한 점은 백신 접종을 보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나라는 북한과 에리트레아뿐이다.
국제 백신 공동구매 기구인 코백스(COVAX)의 지원을 받아 저렴하게 혹은 무상으로 백신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돈 문제로 백신을 보류한 건 아니다.
북한은 원래 코백스에 백신 지원을 신청했는데 정작 코백스에서 백신을 배정하자 갑자기 취소해버렸다.
당시 북한은 코로나19로 심각한 영향을 받는 나라들에 재배정하라고 권고하면서 자국에 배정된 백신을 수령하지 않았다.
북한은 백신 접종을 보류하는 이유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 역시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하다.
일단 지금의 코로나19 백신은 종류를 불문하고 여러 논란에 빠져 있다.
급하게 만들다 보니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아 부작용이 많고 효과도 불분명한 것이다.
현실에서 부작용이 속출하자 ‘백신 맞고 죽거나 아픈 것’과 ‘코로나19에 걸려서 죽거나 아픈 것’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백신을 거부하는 움직임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격렬히 일어나고 있다.
또 백신을 한 번만 맞아서는 소용이 없고 여러 차례 맞아야 하는데 얼마나 많이 맞아야 하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게다가 백신 개발 속도가 바이러스 변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기존 백신을 맞아도 변이 바이러스에는 무용지물인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사실상 전 세계 인류가 백신 제조사의 인체 실험 대상이 된 꼴이다.
특히 백신 제조사의 횡포에 구매국의 주권마저 침해당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 단체 ‘공민’(Public Citizen)은 미국의 백신 제조사 화이자가 여러 나라들과 맺은 비밀 계약 내용을 작년 10월 19일 폭로하였다.
이에 따르면 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국가 자산을 가압류하며 이에 대한 주권을 포기하는 충격적인 내용부터 시작해 공급 차질에 책임을 물을 수 없으며, 백신을 제삼자에게 제공받거나 수출하는 걸 금지하고, 제삼자가 백신 관련 지식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면 정부가 그에 대응하고 비용을 부담하며, 계약 내용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등 철저히 불공정한 계약이었다.
그러나 각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서둘러 해결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주권을 포기하고 계약을 맺어야 했다.
한국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어서 2020년 12월 8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백신 제조사들이 광범위한 부작용 면책을 요구하고 있으며 “불공정 약관이나 계약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실토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북한은 백신 접종을 보류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나라들과 확연히 다른 특징을 보이는 북한식 방역 정책의 핵심은 경제적 이익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 개인의 이익에 앞서 국민 전체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 보호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와 경제 요소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나라에서는 도입할 수 없는 정책이라 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경제를 포기하면서 방역만 앞세우는 것도 아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2일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8차 정치국회의에서 “현재의 방역형세가 엄혹하다고 하여도 사회주의건설의 전면적 발전을 향한 우리의 전진을 멈출 수 없으며 계획된 경제사업에서 절대로 놓치는 것이 있으면 안 된다”라고 하였다.
비상 방역 체계를 가동하면서도 경제계획은 그대로 밀고 간다는 것이다.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북한의 정책이 성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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