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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제2의 문재인이다

김민준 기자 | 기사입력 2022/06/16 [22:22]

이재명은 제2의 문재인이다

김민준 기자 | 입력 : 2022/06/16 [22:22]

민주당 내 ‘수박’ 논쟁이 시끄럽다. 

 

원래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비유할 때 흔히 쓰던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민주당 소속이지만 속으로는 국힘당(빨간색) 성향인 사람, 혹은 민주당 소속이면서 개혁을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민주당에서 ‘수박’을 공격하는 사람들은 흔히 이낙연 전 대표를 대표 ‘수박’이라 부르며 그 반대편에 서 있는 대표적인 인물로 이재명 의원을 꼽는다. 

 

하지만 이는 선입견에 불과하다. 

 

대표 수박은 문재인 전 대통령

 

사실 민주당의 대표 ‘수박’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촛불을 돌아보자. 

 

국민은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싸우는데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였던 문재인은 2016년 10월 26일 긴급성명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당적을 버리고 국회와 협의해 거국 중립내각을 구성하라”라고 제안했다. 

 

그런데 박근혜와 새누리당(현 국힘당)이 민주당 제안을 덜컥 수용하자 당황한 민주당이 조건을 운운하며 자기 제안을 자기가 거부해버렸다. 

 

이에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국민은 루비콘강을 건넜는데 야당이 오히려 눈치를 보고 있다”라고 비판했고 국민은 촛불 규모를 더욱 키워 타협이란 없음을 엄중히 경고했다. 

 

결국 박근혜 탄핵 촛불이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하자 민주당은 어쩔 수 없이 탄핵에 한목소리를 냈다. 

 

적폐 청산의 주요 쟁점이었던 언론개혁도 돌아보자. 

 

2016년 12월 16일 대선 주자였던 문재인은 투병 중이던 이용마 MBC 해직 기자를 방문해 “종편이 일정 시기마다 재인가를 받을 텐데 재인가의 기준과 요건을 엄격하게 잘 심사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정작 집권 후인 2020년 4월 문재인 정부의 방송통신위원회는 기준 미달인 TV조선과 채널A를 불법 재승인했다. 

 

2020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협회보 인터뷰에서 ‘언론개혁’이라는 말은 꺼내지도 않고 “가장 바람직한 길은 언론 스스로 자유에 따르는 책임을 성찰하면서 자율적으로 기준을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하였다. 

 

개혁 대상인 적폐에 스스로 개혁하라며 자율권을 주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그래 놓고 문재인 정권 임기 내내, 그리고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지금까지도 문재인 민주당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언론이 우리에게 적대적이다’라고 하소연한다. 

 

민주당 추락의 결정적 계기 중 하나로 꼽히는 이명박근혜 사면도 돌아보자. 

 

겉보기에는 2020년 연말에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가 이명박근혜 사면을 주장한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정치 쟁점을 다른 사람 입을 통해 언론에 흘려 여론 반응을 떠보는 방식은 정치인이 흔히 쓰는 수법이다. 

 

아마도 이낙연 전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교감 속에 사면 발언을 꺼냈을 것이다. 

 

사면 발언 후 이낙연 전 대표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고 결국 대선 후보 경선도 패배하였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끝내 박근혜 사면을 강행했다. 

 

이것만 봐도 이명박근혜 사면은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명박근혜 사면 발언으로 떠들썩한 가운데 시작한 2021년 초를 다시 돌아보자. 

 

2021년 1월 18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는 이명박근혜 사면에 대한 대통령 입장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예상대로 이명박근혜 사면 여부가 첫 질문으로 나왔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선고가 끝나자마자 돌아서서 사면 말하는 것은... 저는 비록 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긴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해서 정치인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거부 입장을 밝혔다. 

 

국회 당 대표실에서 TV로 기자회견을 시청하던 이낙연 대표는 사면 관련 발언이 나오자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청을 중단하고 광주 방문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떴다. 

 

당 대표실 앞에서 대기하던 기자들의 질문에는 “대통령님의 뜻을 존중한다”라고 짧게 답했다.

 

정말 광주 방문 일정이 빠듯했다면 미리 차로 이동하며 스마트폰으로 기자회견을 보면 그만이었을 것이다. 

 

아마 문재인 대통령의 사면 부정 발언에 배신감을 느끼고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게 아니었을까 싶다. 

 

2019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문제도 돌아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반일 감정이 폭발하자 지소미아를 폐기할 것처럼 하더니 미국의 압박을 받자 ‘일본의 수출규제 중단’을 조건으로 슬그머니 지소미아 유지로 돌아섰다. 

 

그리고 일본이 수출규제를 계속하고 있지만 임기 끝까지 지소미아를 수호했다. 

 

박근혜 정권이 밀어붙인 고고도 요격미사일(사드) 배치 역시 원래는 반대 입장이었는데 대선이 다가오자 갑자기 찬성 입장으로 돌아서서 비판을 자초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도 재협상 입장이었다가 집권 후 재협상하지 않았다. 

 

세월호 진상규명 역시 대통령부터 의지가 없었고 핵심 관계기관인 해수부나 국정원, 국방부 등도 진상규명에 협조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지난 4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직도 이유를 밝혀내지 못한 일들이 남아 있다”라고 했다가 지지자에게조차 ‘유체 이탈 화법이냐’며 비난받았다. 

 

많은 이들이 재난지원금 등의 문제에서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항명했던 홍남기 기재부 장관을 규탄했지만 정작 홍 장관을 발탁하고 끝까지 지켜준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홍 장관이 집중 공격을 당할 때마다 “임기 마지막까지 흔들림 없이 역할을 잘해달라”는 등의 말로 지원사격을 해줬다. 

 

그 덕에 홍 장관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속이고 60조 원의 초과 세수를 윤석열 정부에 고스란히 갖다 바칠 수 있었다. 

 

한반도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앞세워 북미 중재를 했는데 정작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약속을 깨버렸다. 

 

그러면 미국을 규탄하고 독자적인 남북관계 개선에 나섰어야 했는데 하지 않았다. 

 

2018년 9월 수많은 평양 시민 앞에서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합니다”라며 온갖 입에 발린 말을 하고서 돌아와서는 남북 합의도 지키지 않고 오히려 한미연합훈련, 대북 무기 증강 등 북한을 압박하는 강경정책을 계속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무상으로 재개하자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한 북한 입장에서 배신감을 느꼈음 직하다. 

 

이 정도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대표 ‘수박’이라고 충분히 부를 수 있다. 

 

이재명 의원은 숨은 수박

 

그런데 ‘수박’의 정반대 편에 있다고 평가받는 이재명 의원도 제대로 따지고 보면 은폐된 ‘수박’이다. 

 

원래 이재명 의원은 자기 이해득실을 따지기보다 옳다고 여기는 주장을 직방으로 이야기하는 ‘사이다’로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대선 후보가 되면서 이재명 의원이 급격히 ‘수박’으로 변신하였고 지금은 이전 모습을 완전히 탈피하였다. 

 

대표적 사례로 한덕수 총리 후보 인준에 대한 입장을 들 수 있다. 

 

원래 민주당은 한 후보 인준 부결 입장이었는데 5월 19일 아침 CBS라디오에 출연해 “(한 후보는)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부적격”이라면서도 “지금은 대통령이 첫 출발을 하며 새 진용을 준비하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부적격’이지만 집권 초기니까 인준해주자는 전형적인 ‘수박’ 행태를 보인 것이다. 

 

이 때문에 5월 19~20일 STI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의원이 국회의원 보궐선거 상대인 윤형선 후보에게 지지율이 밀리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특히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인 50대가 대거 윤 후보로 돌아섰다. 

 

이재명 의원이 흔들리면서 민주당 전체 지지율도 떨어졌지만 아무도 이재명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지 않았고 조중동 언론도 주목하지 않았다. 

 

조중동 입맛에 맞는 ‘수박’ 발언이었으니 지켜주고자 했을 것이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입장도 개혁적 국민과 다르다. 

 

개혁적 국민은 윤석열 정권을 취임 전부터 적폐로 규정하고 ‘선제탄핵’을 외치며 촛불을 들고 싸움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재명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5월 10일 “성공한 정부를 만들기 위해선 협치와 균형이 필수”, “초당적 협치로 국민을 위한 정부를 만들어 달라”, “저와 더불어민주당도 야당으로서 협력할 것은 확실히 협력하고, 견제할 것은 제대로 견제하며 ‘잘하기 경쟁’에 집중하겠다”라고 하였다. 

 

적폐와 공존, 협치, 적폐와 ‘잘하기 경쟁’ 따위는 전형적인 ‘수박’ 행태다.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수박’이라는 공격을 많이 받았는데 애초에 박 전 위원장을 비대위에 합류시킨 이가 이재명 의원이었다. 

 

박 전 위원장의 ‘수박’ 행보가 이재명 의원의 기대와 달랐다면 최소한 설득이나 중재 노력을 했겠지만, 오히려 이 의원 측은 “(박 전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라는 입장을 밝히는 등 공감과 지지를 했을 뿐이다. 

 

또 이재명 의원은 대선 후보 시절 ‘대통합·대사면’ 기치 아래 탈당자들의 일괄 복당 신청을 받았다. 

 

이에 권노갑, 정대철, 정동영, 천정배, 유성엽, 최경환, 이용주 등 원조 ‘수박’이 대거 복당했다. 

 

이처럼 ‘사이다 이재명’은 이미 사라졌고 ‘수박 이재명’만 남았다. 

 

하지만 ‘사이다’를 선호하는 지지자 눈치에 자신을 숨기고 있을 뿐이다. 

 

견인도 좋지만 독자 세력화를

 

민주당을 지지하는 여러 개혁적 민주시민들은 문재인 집권 시절 ‘문재인은 개혁하려 하는데 이낙연이 안 해서 문제’라고들 했다. 

 

지금도 ‘이재명은 개혁하려 하는데 수박이 방해한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진짜 ‘수박’, 숨은 ‘수박’에 환상을 가진 것이다. 

 

혹은 문재인, 이재명의 한계는 알지만 그래도 견인해 개혁을 하게 하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라면 정치인을 개혁의 길로 견인하는 차원에서는 분명 의미가 있다. 

 

정치인이 지지자의 눈치를 보며 최소한의 개혁이라도 하는 척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지지를 통한 견인’이다. 

 

대선 직후 이른바 ‘개딸’이 민주당사 앞에 모여 민주당이 개혁에 나서라고 압박하며 “민주당은 할 수 있다”라는 구호를 든 것도 같은 이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민주당의 근본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고 개혁적 민주시민이 진정한 개혁을 추진할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추진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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