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몇 년을 수감 생활하게 하는 건 안 맞지 않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대통령실 출근길에 이명박 특별사면에 관한 질문에 이처럼 대답했다. 사면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할 수 있다.
이 한마디 때문이었을까?
수원지방검찰청은 28일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할 때 ‘형의 집행으로 인하여 현저히 건강을 해 할 염려가 있다’”라며 이 전 대통령이 낸 형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3개월간 일시 석방했다.
이번 일시 석방은 8.15에 이명박을 특별사면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국힘당 인사들은 이명박 측이 지난 2일 건강상의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하자 구체적으로 8.15 특별사면을 요구했다.
권성동 국힘당 원내대표는 지난 8~9일 이명박의 특별사면을 요구하는 발언을 했다. 특히 권성동 원내대표는 9일 “보통 집권 1년 차 8.15 때 대통합 사면을 많이 했다”라면서 8.15 특별사면의 명분을 쌓듯이 말했다.
조해진 의원도 지난 8일 “지금은 건강상 문제 때문에 형집행정지부터 해 줬으면 좋겠다”라며 “광복절 특사까지 기다리기에도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형집행정지부터 먼저 해놓고 이후 사면하는 것도 방법이라 본다”라고 말했다.
이재오 국힘당 고문도 지난 9일 YTN에 출연해 “사면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누차 이야기한 거니까 그 점에 대해서는 입장이 바뀐 것도 없고 당연히 사면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원래 문재인 정권에서 사면해놓고 나가야 하는데 본인들 정권에서 일어났던 일을 그걸 미루고 나가는 건 옳지 않다”라는 주장까지 했다.
이명박이 28일 일시 석방되자 국힘당 안에서는 8.15 특별사면을 넘어서서 문재인 정부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자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명박 구속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보복이었다면서 “8.15 특사로 이 잘못된 정치보복을 부디 바로 잡아 주실 것을 기대한다”라고 적었다.
이재오 고문도 2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홍준표 당선자처럼 이명박 구속은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8.15 특별사면을 주문했다. 이재오 고문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명박을 구속한 당사자라는 지점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시켜서 한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김기현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 “사실 문 전 대통령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조치했어야 할 일이었지만, 지금이라도 형집행이 정지돼 다행”이라며 “이번 형집행정지 결정이 정치보복의 악습을 끊고 국민대통합을 이루어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적었다.
앞서 일시 석방을 요구했던 조해진 의원 역시 같은 날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가 끝나기 전에 결자해지했어야 했다”라면서 “문 전 대통령이 책임을 회피하고 차기 정부에 넘긴 것은 비겁한 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명박 특별사면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도 거들었다.
한덕수 총리는 28일 취임 1개월 기념 기자단 만찬에서 “법치주의에 사람을 가리는 일은 있을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정상참작이라고 할까, 대외적 시각을 염두에 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해 사면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국민은 이명박 특별사면에 부정적이다.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지난 6월 13~15일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특별사면 반대는 54%, 찬성은 37%였다.
앞서 5월 초 MBC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이명박 사면 반대가 54% 나오는 등 이명박 사면반대 여론은 찬성 여론보다 늘 높았다.
국민이 이명박의 특별사면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범죄의 질이 나쁜 점과 수감생활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법원은 2020년 10월 다스의 회사자금 349억 원을 횡령하고 삼성전자가 대신 내준 다스의 미국 소송비 119억여 원을 포함해 163억 원 정도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이명박에게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 원, 추징금 57억 8,000만 원을 확정했다.
이명박의 주요 범죄는 횡령과 뇌물 수수이다.
이명박의 횡령과 뇌물 수수는 사익 추구였고, 측근과 친인척을 대거 동원했다는 점에서 국민은 분노했다.
그리고 이명박은 형 확정 후 약 1년 7개월밖에 수감생활을 하지 않았다. 여기에 이명박은 형 확정 후에도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수시로 병원에 입·퇴원을 반복하며 제대로 수감생활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명박은 수감 기간 이틀에 한 번꼴로 변호인 접견을 했다. 이명박은 2018년 3월 첫 구속되고 약 1년 뒤에 보석으로 석방됐다가 2020년 10월 형이 확정돼 재구속됐다. 이 기간에 이명박은 580회 변호인 접견을 했고 여기에 50회 추가로 장소변경 접견을 했다. 장소변경 접견은 보통 소파나 탁자가 있는 거실 같은 공간에서 진행되고 면회 시간도 2~3배 더 길어 ‘특별접견’이라 불린다. 이명박은 장소변경 접견을 52회 신청해 50회 허가받았다. 이명박은 자신의 생일에 장소변경 접견을 신청하기도 했으며 장소변경 접견의 주된 이유는 심리적 안정 도모였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일반 재소자들은 변호인 접견을 연평균 6~7회, 장소변경 접견을 1년에 0.1회 했다.
국민은 ‘유전무죄, 무전유죄’처럼 이명박이 일반 재소자와 다른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국민은 이런 점 때문에 이명박 특별사면을 반대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와 국힘당은 국민의 이런 분위기를 모르지 않기에 이명박의 ‘건강상 문제’를 강조하면서 먼저 일시 석방하고 특별사면의 명분을 쌓기 위해 문재인 정부의 정치보복까지 언급하면서 군불을 피우는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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