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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애도”

황선 | 기사입력 2022/08/11 [15:46]

시 “애도”

황선 | 입력 : 2022/08/11 [15:46]

애도

 

-황선

 

휘황하고 안전한 쉼터에서

숙면을 취하던 스포츠카여

벤츠여, 베엠베여, 포르쉐여

삼가 명복을 빈다.

 

아우토반도 없는 이 강토

삼천리 마저 영영 나눠 살 듯 

조각난 이 강토에서

시속 50km 

저렴한 인생들 저렴한 속도에 맞춰

성질 죽이고 사느라 그간 얼마나 

고생이 많았는가.

 

흔해빠진 사람의 흔한 죽음에는

재난이 실감나지 않더니

그대들의 침수는 그림이 된다.

죽어서야 벗어난 반지하 감옥은

영화비평처럼 기웃거려질 뿐,

돈을 쌓다 죽은 재벌과

주가폭락, 고오급 자동차의 침수에

치솟는 경건한 애도여.

 

시방 무엇에든 쓸려보낼 것은 

단단히 고장난 

우리의 나침반이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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