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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펠로시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김민준 기자 | 기사입력 2022/08/14 [10:28]

윤석열과 펠로시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김민준 기자 | 입력 : 2022/08/14 [10:28]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4일 한국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을 두고 외교가가 시끄럽다.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펠로시 의장이 순방한 5개국(대만 포함) 가운데 그 나라 정상과 면담하지 않은 곳은 한국뿐이다. 또, 지금까지 미 하원의장이 한국에 왔다가 대통령을 만나지 않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4일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이 휴가 중이라서 펠로시를 안 만난다는 것은 속임수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만약 안 만나시면 저 정치 9단 자리 내놓겠습니다”라고 면담을 확신했다. 그만큼 윤석열-펠로시 면담 불발은 예상하기 힘든 이례적 상황이었다. 

 

이에 관해 대통령실 입장은 우왕좌왕했다. 처음에는 대통령이 지방 휴가를 가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었다가 지방 일정이 취소되고 집에 머물게 되자 미국의 양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안에서는 대통령이 하원의장을 만나는 게 적절치 않다,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 중국을 의식한 게 아니다는 등 여러 엇갈리는 설명이 튀어나왔다. 

 

한편 방송인 김어준 씨는 4일 자신의 TBS 방송에서 펠로시 측이 윤석열을 만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이 정보는 한국 측에서 나온 정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국제 경제 전문 매체 뉴스포터도 3일 “펠로시 입장에서는 그다지 윤 대통령과 만날 이유가 없기에 (지지율이 최저인 한국 대통령을 굳이? 북한 대화 카드에도 못 쓰는…) 만나는 걸 제안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이번 일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여러 전문가와 언론이 격앙된 반응을 내놓았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6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전화 통화에서 “펠로시 의장을 대통령이 만나지 않은 것은 ‘한미 관계에 대한 모욕’”이라고 격하게 반응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더힐도 9일 기고문을 통해 펠로시 방한 당시 윤 대통령이 “어떻게든 휴가를 보내려 애썼다”라고 비꼬았다. 또 더힐은 “공항에 마중 나온 한국 대표단은 없었”다고 지적하면서 윤석열-펠로시 전화 통화에 관해서도 “펠로시 의장은 대만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말라는 말을 미리 들었다”라고 주장했다. 

 

뉴스포터는 5일 “약 12년간 외신을 모니터링”했는데 “이렇게 일제히 외신이 한국 정부 그리고 대통령의 행태를 집중(하여) 보도하고 의구심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고 하였다. 

 

이쯤 되면 윤석열과 펠로시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몹시 궁금하다. 

 

대체 누가 만남을 거부한 것일까?

 

일단 한미 양측은 모두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상황을 설명하게 마련이다. 

 

심지어 중국도 이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설명한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4일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윤석열이 아닌) 김진표 국회의장이 펠로시 의장을 만난 것은 예의 바르게 보이고(looks polite), 국익을 보존하는 조치였다”라고 보도했다. 윤석열이 예의 바르게도 중국 눈치를 봤다는 말이다. 

 

대통령실의 발표에 대해 펠로시 측이 반박하지 않았다고 해서 사실관계를 인정했다고 볼 수도 없다. 미국이 한국 대통령실 발표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하는 것이 더 우스운 꼴이기 때문이다. 

 

상황의 본질을 정확히 알려면 객관적,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해야 한다.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단서로 펠로시가 공항에 도착했을 때 한국의 영접이 없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주한 미대사관이 트위터에 올린 사진을 보면 미국 측 인사만 나와서 비행기에서 내리는 펠로시를 맞이했다. 

 

▲ 오산기지에 도착한 펠로시.     [출처-주한 미대사관 트위터]

 

영접은 자국을 방문한 외국 손님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의전 중 하나다. 

 

대통령실은 “영접 등 제반 의전은 우리 국회가 담당하는 것”이라며 국회에 책임을 떠넘겼고, 국회 사무처는 “펠로시 의장이 우리 국회에서 진행되는 행사에 대해서만 의전을 부탁한다고 제의를 해왔다”라며 결례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또 대통령실은 미국 측이 늦은 시간이라서 영접을 사양했다고 밝혔다. 

 

집에 귀한 손님이 와서 마중 나가려는데 손님이 전화해서 ‘밤이 늦었으니 괜찮다’고 하니까 ‘그럼 집에 앉아서 기다려야지’라고 하는 게 정상일까? 영접 같은 의전은 상대가 하지 말란다고 안 해도 되는 게 아니다. 또 해외 순방을 하면 여유롭게 낮에만 다닐 수 없다는 건 외교의 상식이다. 낮에만 영접하고 밤에는 영접 안 한다는 게 외부에 알려지면 국가 망신을 초래할 것이다. 

 

또 대통령실은 “(미국 측이) 공군기지를 통해 도착하는 점을 감안해 영접을 사양”했다고도 주장했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서울 숙소 인근에 한국 측 관계자가 나가봤어야 한다. 사실 미국 인사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오산 공군기지를 통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불과 3개월 전인 5월 20일 바이든 대통령이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했을 때 박진 외교부 장관이 나가 직접 영접했다. ‘공군기지’ 핑계는 말도 안 된다. 

 

만약 대통령실 주장처럼 윤석열이 휴가 중이라서, 또 국익을 고려해서 윤석열과 펠로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