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으로 기울고 있는 미국을 먼저 살려내는 게 절박한 우선순위가 돼야 하건만 바이든은 패권전쟁으로 미국의 번영과 영광을 되찾겠다는 헛된 망상에 사로잡혀 잘못된 길을 정처 없이 걸어가고 있다.
바이든이 부활시킨 ‘냉전’을 ‘신냉전’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이 ‘신냉전’의 핵심은 중러를 억지로라도 적으로 만들어 대결하는 것이다. 중러의 힘을 약화해 미국이 누리는 패권에 장애가 되거나 도전할 수 없게 하자는 것이 바이든의 대외정책 우선순위다. 우크라이나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으로 러시아를 약화하려는 작전이 시작된 지 여섯 달이나 됐다. 또 미국은 중국의 힘을 빼기 위한 대만 거점 미중 대리전을 위한 전초전을 지금 여러모로 개시하고 있다.
미국, 영국, 나토가 돈과 무기를 억수로 쏟아붓고도 전세는 갈수록 불리해지자, 미국과 나토는 초조해하고 있다. 조급한 미국은 전쟁에서 발을 빼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것 같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발목이 잡히지 않았다면 벌써 유럽 전선을 아시아로 이동했을 것이다. 전쟁 하나도 이기지 못하는 판에 전쟁 두 개를 동시에 치를 수 없다는 건 상식이다. 이길 수 없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손을 떼고 아시아 전선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형편은 말이 아니다. 국가 운영 재원이 완전히 고갈돼 미국의 원조 없이는 하루도 국가를 운영할 수 없는 신세가 됐다고 한다.
지난 8월 2일, 펠로시 하원의장 일행의 대만 방문에 이어 2주일도 못 돼 마키 상원의원이 이끄는 초당적 미 의회 대표단이 대만을 방문했다. 중국은 초강경 반발을 했고 지상최대의 무력 시위로 맞섰다. 일촉즉발의 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미 의회 대표단의 대만 방문은 유럽 전선을 동북아로 이동해 대만 전쟁에 불을 지피려는 공작의 일환이 아닐까 싶다. 대만을 무대로 한 미중 대리전은 우크라이나의 미러 대리전의 복사판이라 해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미국과 영국은 러시아와의 전쟁에 대비해 지난 10여 년간 우크라이나를 철저하게 관리해왔다.
경제 무기 지원, 나토 준회원 자격의 합동훈련, 그리고 주둔 미국, 영국 특수부대가 현지 특수군을 훈련했다. 특히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아조프 연대’라는 이름의 신나치 특수군이 대량 양성됐다는 사실이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에서 신나치가 가장 많은 나라일 뿐 아니라 가장 많이 그리고 빨리 배출되는 곳이다. 권력의 비호와 특권을 가진 이 신나치 (서북청년단과 유사) 세력의 만행과 집단 살육이 돈바스 지역주민들 (주로 러시아계)의 분리 독립을 촉진한 배경이기도 하다. 지난 8년간 돈바스 지역주민 25,000명을 도살한 인간 백정들이 바로 신나치다.
그런데 이 신나치 부대 중 수천 명이 마리우폴 제철소에서 항전하다 끝내 투항해 러시아의 포로가 됐다. 흥미로운 사건이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미국과 영국이 왜 나치를 대량 양산했을까. 예를 들면 중동의 여러 분쟁 전쟁지역에서 미국은 적을 우군으로 길러 애용하다가 필요 없으면 내던지곤 했다. 미국은 빈 라덴을 길러 러시아에 맞서게 했다가 배신하자 암살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도 무슬림 극단주의 세력을 지지 지원하고 연대하고 있다. 푸틴의 특수작전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비군사화와 신나치 제거다. 이는 주민들의 신나치에 대한 분노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대만에 주둔한 미 특수부대는 특수요원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미국은 첨단무기 수입 제한을 해제하고 대만에 미국 첨단무기로 가득 채워 놨다. 미국과 대만 간 모든 분야에서 인적 교류가 잦고 매우 활발하다. 하지만, 미 의원단의 대만 방문은 선을 넘었다고 판단한 중국은 대대적 무력 시위를 전개하는 동시에 고강도 보복 조치를 대만에 가하기 시작했다. 미 의회가 나서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건 특별한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게 맞다. 미중 대리전을 위한 사전공작의 일환이라고 봐도 큰 무리는 아닐 것 같다.
한일 두 나라의 기대되는 역할이 대만을 끼고 벌이게 될 미중 대리전 기획에 결정적 공헌을 했다고 보인다. 다시 말하면, 미국은 기시다와 윤석열의 미중 대리전 특공대 역할이 뛰어나게 돋보여서 성공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는 것 같다. 최근 에스퍼 전 미 국방부 장관이 ‘미국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대만 전쟁 시 한일이 자동으로 무력 개입을 하게 돼 있다“라는 발언을 했다. 대만 전쟁 가능성이 점차 커지는 시기와 맞물려 전 미 국방부 장관의 발언이라서 그냥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이미 미국의 전쟁 작전 계획에는 한일 두 나라가 자동으로 대만 전쟁에 무력으로 참여한다는 각본이 꾸려져 있다는 의미이다.
대만에 불을 지르기 위해서는 중국의 도발이 요구되고, 도발을 유도하려면 중국을 극도로 자극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미국의 계산인 것 같다. 바꿔 말하면, 중국이 도발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지경까지 약을 올리거나 염장을 질러야 한다는 것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친미, 반중 노선과 분리 독립 의지는 미국에서는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차이잉원은 미국의 총애를 가득 받는 1급 충견이기도 하다. 요즈음 지구촌 어디서나 젤렌스키, 차이잉원, 윤석열, 등 세 사람을 ‘미국 충견 3총사’라고 빈정대는 꼴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에는 ‘뼛속까지 친미, 친일’이자 무식하기로 소문난 윤석열 정권이 들어섰다. 그는 우리의 전통적 외교 관계를 벗어나 대선후보 시절부터 친미, 친일, 반북, 반중, 반러 색채를 자랑스럽게 밝혀왔다. 나라 민족의 이익, 국익을 앞세워야 할 국제외교는 미일의 이익에 초점을 맞춰놓고 미국을 위해서라면 언제 어디서나 돌격대로 뛸 결기를 과시하고 있다. 윤석열은 시도 때도 없이 북한을 주적이라며 선제타격 대상이라고 악담을 해댄다. ‘8.15 경축사’에서 핵을 내려놓으면 북한에 큰 선물을 안기겠다며 ‘담대한 구상’을 밝혔다. 차라리, ‘주적’ 소리나 하지 말았으면…
지난달 윤석열 정권은 제3국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몰래 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권은 무기 지원은 어렵다고 거절한 바 있다. 세상 사람이 다 아는데 러시아가 왜 모르겠나. 지원했다고 떳떳하게 배짱이라도 내밀어야지, 겨우 한다는 짓이 어쩌면 그렇게도 쩨쩨하고 비겁할까. 그저 한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토와 무관한 윤석열은 스페인까지 가서 반중러의 발언을 해댔다. 기왕 갔으니 적당히 넘기는 외교술을 발휘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중국을 겨냥한 미국 주도 각종 국제기구에 한국이 참여했거나 할 예정이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공급망협력(칩4),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한·미·일 삼각동맹 등이 대표적 예다. 중러의 눈에는 윤석열 정권이 미국 편에 달라붙어 돌격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실리 외교, 등거리 외교는 사라졌다. 미국 추종 일방 외교는 한반도의 특이한 지정학적 견지에서 보면 우리의 외교, 경제, 안보, 특히 한반도의 평화, 번영에 득보다 실이 더 크다.
이제는 다극 체제, 상호연동(상부상조), 상생공영이 대세다. 윤석열 정권은 이 도도한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면서 미국의 신냉전에 뛰어 올라가 미국의 패권전쟁 돌격대로 뛰고 있다. 전 세계가 예외 없이 자연 또는 인위적 시련과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는 와중에 박진 외교부 장관이 국내외의 산적한 난제와 도전을 어깨에 메고 중국을 방문했다. 지난 9일 열린 한중 외교 장관회담 최대 현안은 ‘3불 정책’ 계승 여부였다. ‘3불’은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에 불참하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맺지 않는다는 것으로 중국은 전임 정부의 약속이라며 고수 계승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서면이 아닌 구두 약속이라 굳이 계승할 이유도 없다며 일거에 거절하고 말았다. 박 장관은 사드 배치는 북한의 도발을 겨냥한 것일 뿐 아니라 주권국의 정당한 권리라는 걸 강조했다. 한편, 미국도 중국의 요구는 ‘부적절’한 것이라며 비난했다.
중국은 ‘3불’ 외에도 주한미군에 배치된 사드의 운용을 제한하는 ‘1한’을 새로 들고나왔다. 이것은 기존 사드 운용에서 중국 탐지 수단만을 막자는 취지인 걸로 보인다. 이에 대해 윤석열 정권과 국내 보수언론은 물론, 심지어 일부 진보 진영까지 나서서 중국의 내정간섭이라고 펄쩍 뛰며 성토하고 나섰다.
2017년 10월 31일 문재인 정권은 “배치된 사드가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라고 한 바 있는데 이를 두고 중국이 ‘1한’이라고 해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맥을 놓고 시비질을 벌이는 소모전을 할 게 아니라 대국적 견지, 즉 큰 틀에서 장기적 안목으로 문제를 풀어내는 게 더 생산적이다. 우선 윤석열 정권의 ‘3불’ 폐기와 추가 도입 배치 결정은 우리 안보와 경제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다. 전임 문 정권이 고심 끝에 내린 사드 조치를 완전히 뒤집는 처사는 국가 간 신뢰도 추락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지역주민과 시민들의 사드 결사반대 이유를 몰라선 안 된다. 미중 간 전쟁 발발하면 가장 먼저 성주 사드 기지가 중국의 첫 번째 타격 목표가 될 수도 있다.
이미 우리는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경제가 힘들었던 경험을 했다. 사드의 진짜 주인은 미군이고 이를 실제 운영하는 것도 미군이지 한국군이 아니다. 한국이 중국에 주권국가에 대한 내정간섭이라고 목청을 돋우려면 먼저 우리 주권부터 틀어쥐어야 한다. 주제 파악을 제대로 해야 한다. 외국군에 기지를 제공하고, 외국군 주둔을 허용하고, 국가의 근간인 군사주권을 외국군에 맡기는 처사는 이미 자주국으로서의 자격 미달이다. 태극기가 대통령집무실에 휘날린다고 주권국이 되는 게 아니라, 주권을 행사해야 자주국이다.
결국 사드 문제는 한중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박 장관은 중국까지 가서 시한폭탄을 묻어놓고 왔다. 언제 터질지 심히 우려된다. 그런데 도무지 맘에 걸리는 대목이 하나 있다. 박 장관은 ‘북한이 도발 대신 대화를 선택하도록 중국이 도와달라’고 했다. 또, 지난 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限韓令, 한류 금지령)의 해제도 거론했다고 한다. 중국의 북핵 입장은 초지일관 ‘쌍중단’과 ‘쌍궤병행’이다.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적용해 비핵협상과 동시에 북미 관계 개선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박 장관이 ‘선비핵화, 후보상’ 카드를 들고 북한을 설득해달라니, 아마 왕이 위원은 ‘제정신인가’라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기존 ‘한한령’ 해제는 고사하고 중국은 지금 새로운 한한령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세상 물정에 이렇게 어두워서야 쪽박차지 않으면 다행일 거다. 중국이 성주 사드 기지와 관련해 자국 안보를 우려하는 것에 대해서 시빗거리가 못 된다. 사드는 북한을 겨냥한 것이라는 속임수에 중러가 넘어갈 바보가 아니다. 차라리 까놓고 협상하는 게 더 생산적일 수 있다.
만약 중러군대가 멕시코에 사드 배치를 하고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중러가 연합훈련을 한다면 미국은 어떻게 반응할까? 미국은 멕시코를 지도에서 사라지게 하지 않을까. 한미연합훈련에 북한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자기의 안보가 중하다면 남의 안보도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말이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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