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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193]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에 미친 영향

이인선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2/09/14 [08:48]

[아침햇살193]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에 미친 영향

이인선 객원기자 | 입력 : 2022/09/14 [08:48]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9일 9.9절(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일) 74주년을 맞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냈다.

 

푸틴 대통령은 축전에서 “우리 두 나라는 많은 분야에서 결실 있는 협조의 풍부한 경험을 축적했다”라며 “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건강하고 성과를 거둘 것을 축원하며 아울러 북한의 모든 인민에게 평화와 번영이 있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2022년 8월 러시아 극동연방관구 정치사회 잡지사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창문’과의 문답에서 러시아 사람들이 북한 사람들을 경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대의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를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일까?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를 단순히 협력 관계로 보기에도 어려울뿐더러 러시아가 왜 북한과 손을 잡고 북러 관계를 발전시키려 하는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글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에 준 영향을 중심으로 북한이 러시아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분석한다.

 

북한에 호감을 지닌 푸틴 대통령

 

2012년 5월 7일 러시아 4대 대통령으로 재취임한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교류를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2012년 8월 14일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8월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9월 8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에 자신이 평양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은 어째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고자 했던 것일까?

 

잠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만났던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푸틴 대통령은 취임 첫해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에 호감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소련과 러시아 통틀어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한 지도자였던 점, 북한에 도착해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김일성 주석의 영전에 헌화한 점을 통해 이를 유추해볼 수 있다.

 

▲ 푸틴 대통령이 2000년 방북해 김일성 주석의 영전에 헌화했다.

 

러시아 일간신문 ‘이즈베스티야’는 당시 “대통령 자신은 주체사상의 위대성과 그 창시자인 김일성 동지의 심오한 사상에 깊이 감동했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 인민과 인사한 후 곧바로 금수산태양궁전으로 향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러시아 지도자는 김일성 동지의 입상에 화환을 진정하고 소생한 스승을 뵙는 것처럼 장밋빛 속에 환하게 서 있는 김일성 동지의 입상을 숙연한 눈길로 우러러보았다”라며 “푸틴 대통령이 김정일 동지와 오랜 시간 회담했는데 이것은 두말할 것 없이 두 나라 지도자들이 서로에게 관심이 많고 주체사상이 영원한 것이자 유일하게 정당한 것임을, 모든 진보적 인류가 주체사상의 요구대로 살려고 한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라고 보도했다고 한다. (「푸틴 방북 당시 북 미사일기술 감탄」, 자주시보, 2010.5.24.) 

 

러시아 국영 방송사 ‘러시아의 소리’는 2000년 12월 27일 보도에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양국 관계 증진에 아주 유익했고 성과적이었다”라며 “내년 초 이뤄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러시아 정부가 인정하는 바와 같이 아주 중요하고 뜻깊은 사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거 이후 2012년 대통령으로 재취임한 푸틴 대통령은 최고지도자가 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8월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APEC 정상회의 전에 자신이 평양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8월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광복절(조국해방기념일) 축전에 무엇을 논의하고 싶은지 담았다.

 

푸틴 대통령은 광복절 축전에서 “우리는 운수, 가스 및 전력 분야의 전망적인 대규모 계획을 추진하는 것을 비롯해 쌍무협조를 확대하는 데 커다란 의의를 부여하고 있다”라며 “이 계획들의 실현은 지역 전반에 있어서 중요한 사회경제적 의의를 갖는다”라고 APEC 정상회의 주제(성장을 위한 통합, 번영을 위한 혁신)이자 향후 러시아의 대외정책과 관련한 내용을 언급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런 푸틴 대통령의 만남 제안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앞서 2012년 3월 6일 푸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며 “강력한 러시아를 건설하기 위한 당신의 사업에서 성과가 있을 것을 축원한다”라고 축전을 보내며 푸틴 대통령의 행보를 지지했다. 그렇지만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다른 나라 지도자를 만나 정상회담을 하기 어려웠다.

 

미국의 제재 공세에 맞서 경제 건설과 국가 핵무력 완성을 지도하는 데 전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양국 지도자 간의 만남은 어려워졌지만 북한과 러시아는 예술단 교류, 정치적 지지, 러시아 인사들의 방북 등을 통해 관계를 이어갔다.

 

특히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 합병을 진행한 것에 대해 국제적인 비난을 듣고 있었을 때, 유엔총회에서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반대하는 결의안이 상정되자 북한은 결의안에 반대표를 행사하며 러시아를 지지해주었다.

 

이번 우크라이나 관련 특별 군사작전에 대해서도,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의 독립에 대해서도 북한은 러시아를 지지해주었다. 이는 러시아와 강력한 협력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중국도 아직 하지 않은 것이다.

 

이를 두고 안드레이 쿨릭 주한러시아대사는 2022년 4월 6일 한국 주요 언론사와의 문답에서 “2014년 이후 러시아는 귀중한 경험을 했고 이 역사적 시기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만일 누군가 러시아가 서방국에 기댈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것들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해주고 싶다. 러시아는 이제 러시아 자신 그리고 러시아와 함께 할 친구들에게만 의지한다. 이것은 지정학적 맥락에서 러시아에 중요한 결론이다”라고 밝혔다.

 

그 ‘친구’ 중에는 북한도 아마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러시아는 이러한 과정에서 대미 강경노선을 선택하고 북한의 반제·자주 노선을 옹호하게 되었다.

 

푸틴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다

 

푸틴 대통령은 2017년 6월 2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막한 국제경제포럼 토론에서 미국을 비판하며 “힘의 논리, 폭력의 논리가 확장하는 시기에는 북한에서 지금 나타나는 것과 같은 일이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작은 국가들은 독립과 주권을 지키기 위해 핵무기를 갖는 것 이외의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라며 “군사동맹에 들어간 국가는 주권이 제한돼 멀리 있는 지도부(미국)로부터 허가받은 것밖에 할 수 없다”라고 당시 정세를 분석했다.

 

러시아는 이후 북한의 미사일, 핵 개발이 누구를 위협하기 위한 것이 아닌 평화적 성격을 띤다며 오히려 미국이 문제라는 목소리를 더 강하게 내왔다.

 

북한이 위력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여러 차례 진행하고 미사일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두 번이나 성공시켰음에도 러시아는 단 한 번도 북한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적이 없다. 

 

물론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에는 찬성하기는 했지만 늘 러시아의 반대와 수정 요구로 제재 결의안 합의가 늦어지는 일이 빚어졌고 러시아가 앞장서 북한 주민 생활에 피해가 되는 제재는 모조리 제재안에서 삭제시켰다. 그러면서 미국의 근본적인 대북 적대 정책 철회만이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견해를 입이 닳도록 강조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2017년 10월 4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에너지포럼 전체회의에서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북한의 핵무기 존재에 대해 들었다며 “북한은 지속적 제재 상황에서 살고 있지만 이제 원자탄이 아닌 수소탄을 갖고 있다. 또 단순한 대포가 아니라 사거리 2,700킬로미터의 중거리 미사일과 사거리 5,000킬로미터의 미사일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북 제재가 북한에 어떠한 걸림돌도 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며 북한의 노선을 지지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7년 12월 14일 연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군사적으로 압박을 가하면 북한은 핵무기 개발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푸틴 대통령은 미국 중심의 일극주의 세계의 종말을 선고하고 주권국가 중심의 다극주의 세계를 주창하기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러한 목소리를 내게 된 배경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친서 교환도 있었을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매년 양국 국경일마다 축전을 보내는 데 이어 대표단을 보내 친서를 교환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6월 12일 러시아 국경일인 ‘러시아의 날’을 맞아 푸틴 대통령에게 보낸 축전에서 “강력한 러시아를 건설하고 나라의 안전과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당신의 책임적인 사업에서 성과가 있을 것과 귀국 인민에게 복리와 번영이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어 2018년 3월 21일에도 푸틴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하며 “나는 당신이 러시아 연방 대통령으로 다시 선거된 것과 관련하여 충심으로 되는 축하를 보낸다. 당신이 러시아 연방 대통령으로 재선된 것은 당신에 대한 귀국 인민의 커다란 지지와 신뢰의 표시로 된다”라는 내용이 담긴 축전을 보냈다.

 

그러면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조로(북러) 친선협조 관계가 앞으로도 두 나라 인민들의 지향과 염원에 맞게 계속 심화 발전되리라고 확신하면서 강력한 러시아를 건설하기 위한 당신의 사업에서 보다 큰 성과가 있을 것을 축원한다”라며 푸틴 대통령의 행보에 지지를 표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러한 친서들을 받아오며 어떠한 생각을 하게 되었을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마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2018년 1월 11일 러시아 언론사 대표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새해 한반도 주변 정세를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면서 “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연히 이번 판(북한과 미국의 대결)에서 이겼다고 생각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신의 전략적 과제를 해결했다. 핵폭탄을 가지고 있고 사실상 전 세계 어느 지점, 최소한 적의 영토 모든 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는 1만 3,000킬로미터나 되는 범세계적 사거리의 로켓도 갖고 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후) 이제 북한 지도자는 상황을 정리하고 진정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적으로 소양이 있고 이미 성숙한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2018년 8월 광복(조선 해방) 73주년을 맞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민족적 명절인 해방의 날에 즈음하여 당신에게 충심으로 되는 축하를 드린다”라며 “나는 절박한 쌍무관계 문제들과 중요한 지역 문제들을 토의하기 위해 당신과 이른 시일 내 상봉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확언하는 바이다”라고 축전을 보내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여기서 ‘절박한 쌍무관계 문제’와 ‘중요한 지역 문제’란 무엇일까?

 

일단 경제 분야를 보면 유엔 대북 제재로 인해 북러 경제협력에 차질이 생겨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도 2019년 말까지 송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두고 푸틴 대통령이 ‘절박’하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보통 서두르고 재촉하는 쪽은 무언가를 제공하는 측보다는 제공받고자 하는 측이다. 즉, 러시아가 군사분야에서 무언가 북한의 도움을 바랐던 것이 아닐까 싶다.

 

또 ‘중요한 지역 문제’란 당시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후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관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을 의미할 것이다. 당시 남·북·미 연쇄 정상회담을 보며 중국, 일본이 동북아 정세에서 소외되는 것을 우려한 것과 마찬가지로 러시아도 극동 정세에서 소외되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한 전략·전술을 상의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 만나자고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만나고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통해 2018년 6월 14일 푸틴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하며 2018년 5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라브로프 장관이 만난 것을 두고 “김정은 동지께서 전략적이며 전통적인 조로(북러) 관계를 쌍방의 이익에 부합되고 새 시대의 요구에 맞게 계속 발전시켜나갈 데 대한 귀중한 가르치심을 주셨다”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9년 4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재추대에 대해 “국가 최고 수위에서의 당신의 활동이 앞으로도 우리 두 나라와 인민들 사이의 친선적이며 선린적인 관계 발전과 그리고 한반도(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 강화에 이바지하게 되리라고 확신”한다며 “절박한 쌍무 및 지역 문제들과 관련해 당신과 공동으로 사업할 용의를 확언”한다고 밝혔다.

 

이런 과정을 거쳐 푸틴 대통령은 2019년 4월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났다.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통해 ‘러시아의 역할’을 찾으려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어떤 방식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지,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지, 현재 일어나고 있는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러시아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등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연회에서도 온갖 성의를 다하여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극진히 환대했다. 특히 러시아연방민족근위군 아카데미 협주단, 국립크렘린 발레단, 국립아카데미 볼쇼이 극장 발레단, 크라스노다르 필하모닉 합창단을 연회 공연에 출연시켰다.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장장 5시간 동안 대화하며 외교적 논의를 넘어 내정과 관련한 경험과 의견을 나누었다고 한다. 한국 언론 보도들에 따르면 노동신문은 두 정상이 “국가건설과정에 이룩한 성과와 경험들을 교환”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양국의 국가건설과정에서 교환할 성과와 경험은 무엇이었을까? 

 

러시아의 경우 미국에 환상을 품고 사회주의를 포기한 자들 때문에 세계적 강대국에서 하루아침에 몰락한 교훈이 있을 것이다. 북한의 경우 자주정치, 자립경제, 자주국방의 노선을 통해 어려움은 많지만 미국에 침략당하거나 휘둘리지 않는 나라를 세웠다는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이런 내용이 서로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푸틴 대통령은 북러정상회담 직후 단독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건설적 태도를 취하면 대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것이고, (미국이 건설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즉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주장에 공감하고 북한과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입장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각각 전해달라고 자기에게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런 요청에 따라 푸틴 대통령은 2019년 4월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회의’에 참석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북러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해달라고 요청한 사항을 전달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2019년 5월 3일 트럼프 대통령과 1시간 동안 통화하면서 북러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북한의 성실한 의무이행에 상응해 미국은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뿐만 아니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얘기한 대로 많은 나라들과 미국에 맞서 다자 안보 협력을 앞장서 만들어 가고 있다.

 

또한 이전 친서들에서 전략적 협동을 강조한 것에서 나아가 최근 주고받은 친서들에서는 전략전술적 협동을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8월 15일 푸틴 대통령에게 보낸 광복 77주년 기념 축전에서 “오늘 적대세력들의 군사적 위협과 도발, 강권과 전횡을 짓부수기 위한 공동전선에서 두 나라 사이의 전략전술적 협동과 지지연대는 새로운 높은 단계로 올라서고 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략전술적 협동’이라고 하면 반제자주라는 ‘전략적 방향’은 물론 대미 대결에서의 세부 작전이라는 ‘전술’도 함께 논의하는 매우 긴밀한 관계를 의미할 것이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발발하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 미국의 시선을 분산시키거나,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자 러시아 전략폭격기가 동해에 날아와 견제하는 일들이 어쩌면 북러의 협동 작전일 수 있다.

 

러시아, 기술적으로 북한의 도움을 받다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제재로 인해 수출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대러 경제제재를 자국 산업의 발전 기회로 삼았다.

 

푸틴 대통령은 2015년 초 첨단무기 설계로부터 조립, 생산에 이르기까지 국산화율을 2017년까지 30%, 2030년까지 90% 더 나아가 1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 속에서 북한의 자력갱생 노선처럼 국방 분야 무기뿐만 아니라 기존 수입품들을 자국에서 생산해나가게 된 배경이 되었다.

 

푸틴 대통령의 국산화율 계획을 듣고 많은 이들은 러시아가 그동안 어떤 나라에서 기술들을 공수해 왔을지에 의문을 가졌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엔 러시아와 대립하고 있기에 핵심 전략무기 기술 교류를 할 리가 없었다. 중국이나 인도의 경우엔 러시아보다 기술력이 부족했다. 이에 북한이 도움을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러시아가 이전부터 북한의 무기를 수입하고 있었다는 점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었다.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는 2005년 6월 7일 「2005 연감 : 군비, 군축, 국제안보」에서 북한이 1992년부터 2004년까지 러시아에 대전차 미사일 3,250기와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1,250기를 수출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2000년 방북에 함께한 이고르 세르게예프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미사일 발전 수준이 대단하다. 지금 미국은 러시아와 북한을 겨냥해 전역 미사일이요, 국가 미사일이요 하면서 수백억 달러를 탕진하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미사일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와 북한, 두 나라가 힘을 합치면 미국을 압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는 일화도 해당 주장의 근거가 되었다. (「러시아도 인정한 북의 미사일 능력」, 자주시보, 2017.11.22.)

 

러시아 정부는 북한 측 인사들에게 자국 군대의 훈련과정과 무기 등을 보여주기도 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현 통합러시아당 당수)은 2011년 8월 러시아 울란우데 외곽에 위치한 제11공수타격여단 영내에서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군부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면 군사협력에 관한 극비 대화를 나눴을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 극동 시베리아 지역 군사 업무를 총괄하는 콘스탄틴 시덴코 동부 군관구 사령관은 이 시기 군사대표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해 양국 해군을 비롯한 군대 간 교류를 재개하고 활성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어 김명식 북한 해군 동해함대 사령관이 2011년 10월 20~27일 블라디보스토크와 캄차카 등 러시아 극동을 방문해 러시아 태평양함대 시설들을 시찰했다.

 

러시아 태평양함대는 북방함대 다음으로 러시아 해군에서 가장 강한 전력을 갖춘 정규 함대로 미국 태평양함대, 일본 해상자위대, 한국 해군과 대치 중인 최전선에 있다.

 

이러한 군사 기술적인 교류를 통해 러시아는 미국을 넘어서는 첨단무기를 개발하고 자주국방의 길로 나설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북한이 미사일과 핵을 개발하는 이유를 점차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재미 국제정세 분석가인 예정웅 박사는 푸틴 대통령이 2018년 3월 1일 연례 국정연설에서 공개한 핵추진 순항미사일, 핵탄두 탑재 대륙간 수중 드론,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최첨단 신무기 6종에 북한의 기술이 적지 않게 들어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기술적인 도움을 받고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요즘도 들려오고 있다.

 

2020년 8월 28일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집단 중간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군수공업부 소속 IT 관련 노동자를 비롯해 다수의 노동자가 업무 목적으로 2020년에도 러시아에 일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국무부, 재무부, 연방수사국은 2022년 5월 16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보기술 근로자에 대한 경고 지침」을 발표하며 북한 IT 기술자들이 러시아를 비롯한 다양한 나라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및 웹 기반 애플리케이션 개발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 및 디지털 코인 구축 ▲일반 IT 지원 ▲그래픽 애니메이션 제작 ▲모바일 게임 제작 ▲인공지능 관련 애플리케이션 개발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프로그래밍 ▲안면 인식 및 생체 인식 소프트웨어 개발 ▲데이터베이스 개발 및 관리 등에 종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내용만 보면 무기와는 무관해 보이지만 요즘 상당수 무기의 경우 무기에 설치하는 소프트웨어가 무기의 성능을 좌우한다. 당장 순항미사일만 해도 지형지물을 촬영해 자체 저장한 지도 정보와 비교해가면서 경로를 확인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성능이 중요하다. 따라서 북한이 군수공업부 소속 IT 기술자를 통해 러시아에 무기용 소프트웨어 기술을 전수해줬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처럼 북한이 러시아를 도왔다면 그건 북한 지도자의 결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오늘날 러시아가 미국을 능가하는 첨단무기를 만들고 자체적인 기술 발전을 할 수 있도록 북측 과학기술자들을 러시아로 파견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가 있었을 것이다.

 

러시아와 북한, 노래로 만나다

 

2014년 4월 평양에서 열린 김일성 주석 탄생 기념 축전 예술공연에서 러시아 예술단은 ‘평양과 모스크바는 하나의 태양을 따르는 나라’라는 내용의 노래를 불러 주목받았다. 여기서 태양은 김일성 주석을 상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15년 8월 31일 러시아 차이콥스키 명칭 음악당을 찾은 청봉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은 「평화를 위하여」, 「정의의 싸움」, 「모스크바의 노래」, 「무명고지에서」 등 러시아 노래에 이어 「내 나라 제일로 좋아」, 「조선인민군가」, 「근위부대자랑가」, 「우리의 총창우에(위에) 평화가 있다」 등 북한의 이념이 담긴 노래를 공연했다.

 

청봉악단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2015년 7월 창단된 악단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청봉악단에 대해서 ‘혁명적인 예술단’이라며 “사상의 척후대, 혁명의 나팔수 그리고 사상적 기수”의 역할을 강조했다.

 

러시아 공연에서 청봉악단 여성 독창가는 한미연합훈련을 비판하는 영상을 배경으로 “(침략의 무리 덤벼든다면) 우린 용감히 쳐부수리라”라며 노래 「우리의 총창우에 평화가 있다」를 부르기도 했다.

 

▲ 청봉악단 여성 독창가가 한미연합훈련을 비판하는 영상을 배경으로 “우린 용감히 쳐부수리라(Разобьем мы врага отважно)”라며 노래 「우리의 총창우에 평화가 있다」를 부르고 있다. KBS 영상 갈무리.

 

이 자리에는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 성원들과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 키릴 스테파노프 극동개발부 국무비서 겸 차관,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 등 러시아 각계 인사들과 많은 러시아 국민이 참석했고 노래가 끝날 때마다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러한 북러 교류는 2022년 ‘4월 친선예술축전’에 참가한 러시아 예술인들을 통해서도 이뤄졌다. 러시아 예술인들은 러시아 노래뿐만 아니라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칭송하는 북한 노래를 공연하기도 했다.

 

러시아연방민족근위군 아카데미 협주단은 「김일성장군의 노래」를, 모스크바 국립아카데미 볼쇼이 극장 독창가와 우드무르트 공화국 국립아카데미 이탤마스예술단은 각각 「김정일동지께 드리는 노래」, 「장군님생각」을 불렀다. 또한 유를로프 명칭 국립아카데미 무반주 합창단은 「김정은장군찬가」를 불렀다.

 

특히 러시아 우드무르트 공화국 국립아카데미 이탤마스예술단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안녕을 바라는 북한 주민의 마음을 담은 노래 「불타는 소원」도 불렀다.

 

또한 ‘4월 친선예술축전’에 참가한 러시아 엔. 에스. 나제쥬지나 명칭 국립아카데미 베료즈카 무용단 부단장은 2022년 4월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앞으로 보내는 선물을 신홍철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에게 전달했다. 그러면서 “위대한 김일성 동지의 탄생 110주년에 즈음해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에게 우리들의 소박한 선물을 올리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예 교류는 오늘날 북한과 러시아가 노래를 넘어 이념적으로 하나 되고 국제 사회에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갈무리 : 러시아는 북한을 경모한다

 

마체고라 대사는 지난 8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창문’과의 문답에서 “러시아 방방곡곡에 사는 러시아인들은 용감하고 근면하고 자기 나라에 충실한 북한 사람들을 커다란 경모심으로 대하고 있다. 더욱이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러시아인들)는 북한 사람들과 한번도 충돌한 적이 없었다”라며 “북한은 현대 러시아 극동이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가를 관심을 가지며 지켜보고 있고 북한에 의하여 실현된 경제계획과 우리 러시아의 계획안이 교차점을 찾게 되리라고 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북러정상회담 직후인 2019년 4월 28일 방송 프로그램 ‘모스크바. 크렘린. 푸틴’에서 “우리에게 북한은 인접국이며 국경을 맞댄 나라”라며 “미국이 북한을 상대한다는 것은 우리를 상대하는 것과 같다”라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사안의 세부 사항을 꿰뚫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일을 훤히 파악하고 자신만의 관점을 갖고 있었다”라며 “경험이 풍부하고 교육을 잘 받은 매우 균형 잡힌 지도자”라고 찬사를 했다.

 

이러한 러시아의 분위기는 러시아 정부·정당·단체 인사들이 매년 러시아에서 김일성 주석 탄생일(‘태양절’)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탄생일(‘광명성절’)을 기념해 연회, 토론회, 사진전 등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례로 2022년 4월 13일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진행된 김일성 주석 탄생 110주년 경축 모임에 참석한 러시아 인사들의 발언을 잠깐 살펴보자.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러시아 외무부 아시아1국 국장은 “김일성 동지는 탁월한 국가정치활동가일 뿐 아니라 러시아 국민의 친근한 벗이다”라며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대에도 변함없이 구현되고 빛나는 현실로 꽃피고 있다고 말했다.

 

지노비예프 국장은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북한의 지지에 사의를 표하며 “북한은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 주민 보호를 위한 러시아의 특별 군사작전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기에 처하게 한 현 분쟁의 주요 책임자인 미국과 서방을 공개적으로 설득력 있게 규탄했다”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연방민족근위군 아카데미협주단 단장은 “북한을 방문할 때마다 숭고한 후대사랑, 인민사랑의 정으로 나라의 발전과 미래를 굳건히 담보해나가는 북한 정부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라며 앞으로 예술로 북러 친선관계 발전에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러시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이념, 노선 등에 있어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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