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부터 27일(현지 시각)까지 5일 동안 도네츠크·루간스크 인민공화국, 헤르손, 자포리자 등 4개 지역에서 치러진 주민투표에서 주민 대다수가 ‘러시아 합병’에 찬성했다. 이 결과를 두고 러시아 측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한 (우크라이나의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주민투표가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푸트니크 통신 일본어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아래 안보리 회의)에서 위처럼 강조했다.
네벤쟈 대사는 “오늘은 돈바스(도네츠크·루간스크 인민공화국), 헤르손, 자포리자만이 우크라이나에 등을 돌린 것이 아니다. 이 (합병) 과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합병’ 찬반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가 앞으로 우크라이나의 다른 지역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취지다.
또 네벤쟈 대사는 그 시기를 “키예프(우크라이나 지도부)가 잘못, 전략적 실수를 인정하고 자국민의 이익에 바탕을 둔 행동을 개시할 때까지”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두 형제국(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을 충돌시키고 만족한 듯 손을 비벼대는 자들의 의사를 맹목적으로 수행하지 말라”라고 주장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물자를 지원하는 미국과 유럽 각국 등 서방 진영과, 서방 진영에 기대는 젤렌스키 정권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방 진영에서 합병 주민투표가 러시아의 협박에 의해 이뤄졌다며 무효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네벤쟈 대사는 ‘합병 결과를 짓밟기 위한 선전임이 틀림없다. 서방은 그 결과를 무효로 하기 위한 모든 수를 써왔다’라는 취지로 강하게 반박했다.
또 “돈바스 주민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행사로 그들의 땅에 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라며 이번 주민투표가 규정에 따라 투명하게 치러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방 진영은 러시아를 겨눈 안보리 결의안 추진에 나섰다.
같은 날 안보리 회의에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 유엔 주재 대사는 네벤쟈 대사를 향해 “미국은 러시아가 차지하거나 병합하려고 시도하는 어떠한 영토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짜 주민투표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상정할 것”이라고 맞섰다.
이후 러시아에서 4개 지역의 ‘러시아 연방 편입’을 승인하는 조약이 체결된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안보리 회의가 다시 소집됐다. 이 자리에서 미국과 알바니아가 “합병 주민투표가 불법적이고 효력이 없다”라는 내용을 담은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결의안이 무산된 배경에는 당사자이자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가 결정적이었다. 이사국 가운데 중국·인도·브라질 등 4개국은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졌고 다른 10개국은 찬성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4개 지역과의 합병 조약을 앞두고 “러시아에 새로운 4개 지역이 생겼다”라며 “러시아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영토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서방은 유엔 총회를 통해 러시아를 규탄하는 움직임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총회가 안보리 결의와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에서 러시아에 별다른 타격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