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196] 시정연설을 통해 본 북한 경제 전망①

김민준 기자 | 기사입력 2022/10/05 [10:37]

[아침햇살196] 시정연설을 통해 본 북한 경제 전망①

김민준 기자 | 입력 : 2022/10/05 [10:37]

9월 8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14기 7차 회의 2일 차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을 하였다. 여기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 경제와 관련한 중요한 내용을 공개하였다. 

 

1. 연 7% 고속 성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당 제8차 대회가 밝힌 바와 같이 2025년 말에 가서 2020년 수준보다 국내총생산액은 1.4배 이상, 인민소비품 생산은 1.3배 이상 장성”하는 게 5개년 계획의 목표임을 밝혔다. 

 

국내총생산(GDP)이 5년 사이에 1.4배 증가한다면 경제성장률이 매년 평균 7%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게 어느 정도 수준인지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2017~2021년 5년 동안의 평균 경제성장률을 따져보면 상위 5개국이 다음과 같다. (아래 경제성장률 정보의 출처는 모두 통계청)

 

아일랜드 9.94%

튀르키예(터키) 5.24%

에스토니아 4.12%

이스라엘 3.85%

폴란드 3.84%

 

참고로 한국은 2.44%, 미국은 1.98%, 일본은 -0.20%, 중국은 6.74%, 인도는 4.00%이며 세계 평균은 2.42%다. 

 

이렇게 비교해볼 때 북한의 목표가 실현된다면 북한은 아일랜드를 제외하고 가장 빠르게 경제성장을 하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높은 경제성장률로 세계 경제를 이끄는 중국보다도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참고로 아일랜드의 높은 경제성장률은 적극적인 해외자본 유치에 힘입은 것이다. 세계 평균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되는 법인세 등 파격적인 투자 혜택을 주는 바람에 세계 10대 정보통신(IT)기업 중 9개 기업의 유럽본부가 아일랜드에 있으며, 외국인 직접투자가 아일랜드 민간 고용의 20%를 차지하고, 또 아일랜드 상위 20개 기업 중 14개 기업이 외국인 소유의 다국적 기업일 정도로 막대한 해외자본이 들어갔다. 심지어 2017년 경제 성장의 4분의 1이 애플 아이폰의 지적재산 덕분이었다. 이 때문에 아일랜드 고속 성장은 허상이라는 주장도 심심찮게 나온다. (「두자릿수 육박 아일랜드 고성장의 허상…4분의 1은 아이폰 때문」, 연합뉴스, 2018.4.18.)

 

2. 북한 경제 성장의 특징

 

1) 산업별 편차가 작다

 

북한은 2021년 1월 초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우리 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이라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전면적 발전이란 정치, 경제, 국방, 문화 등 모든 분야를 발전시킨다는 뜻이며 특히 경제에서는 경제의 모든 부문, 모든 단위, 모든 지역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런 목표를 제시한 이유는 노동당 7차 대회에서 제시한 5개년 전략이 ‘연쇄적인 순환고리를 이루는 부문과 단위들 사이에 불균형’ 때문에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 때문이다. 즉, 경제 각 부문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산업 분야, 특정 기업소만 발전시킨다고 해서 경제가 발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새로운 5개년 계획의 중심 과업은 금속공업과 화학공업을 관건적 고리로 틀어쥐고 투자를 집중하여 인민경제 모든 부문에서 생산을 정상화하며 농업 부문의 물질 기술적 토대를 강화하고 경공업 부문에 원료, 자재를 원만히 보장하여 인민소비품 생산을 늘리는 것으로 설정되었다”라고 하였다. 

 

실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이나 이전에 여러 노동당 회의들에서 나온 결론들을 보면 중화학 공업, 경공업, 운수, 농수산업 등 거의 모든 산업에 관한 목표와 과제가 제시됨을 알 수 있다. 당장 이번 시정연설을 보아도 “내각은 나라의 경제사업을 총괄하는 것만큼 인민경제 전반을 동시적, 균형적으로 장성 발전시키기 위한 작전과 지휘를 잘 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또한 농업, 수산업, 경공업, 지방공업, 금속공업, 화학공업, 전력공업, 건설업 등 여러 경제 분야를 언급하였다. 

 

여러 산업을 모두, 균형을 맞춰 발전시키는 것은 북한의 자립경제 노선에 따른 것이다. 

 

어느 나라든 그 나라의 환경과 조건에 맞는 특정 산업을 발전시키는 게 유리하고 편리하다. 자원이 많으면 광공업을, 평야가 많으면 농업을, 자연환경이 특색 있으면 관광업을, 교통의 중심에 있으면 무역업을 발전시키는 식이다. 하지만 특정 산업만 발전시키면 필연적으로 나머지 산업은 수입에 의존하게 되며 자립경제를 할 수 없게 된다. 

 

오늘날 많은 나라들이 특정 산업을 집중하여 육성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있다. 한국만 해도 제조업 비중이 큰데 이 가운데도 전기·전자, 운수장비, 화학업종의 비중이 매우 높다. 특히 수출 품목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경우 2018년 기준 전체 제조업의 약 10%, 국내총생산 비중 6.7%, 수출 비중 20% 내외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국제 반도체 가격에 따라 한국 경제는 웃고 우는 일을 반복한다. 

 

이와 관련해 주간동아 2016년 1042호는 「산업구조 편중, 변화는 제자리걸음」에서 “특정 산업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이들 몇몇 산업이 부진할 경우 전체 경제가 악화되기 십상인, 집중화 위험이 높은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 제조업이 위축될 경우 경제 전체가 부진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라고 경고하였다. 

 

▲ 남북 산업구조 비교. 북한에 비해 한국은 민간 서비스업과 중화학공업에 지나치게 편중된 산업구조로 되어 있다. [자료 출처 - 통계청]     ©자주시보

 

미국도 마찬가지다. 2020년 기준 산업구조를 보면 제조업이 11.2%인 데 반해 서비스업은 무려 80.1%에 달한다. 나라 경제가 서비스업에 매몰되어 있는 셈이다. 이렇듯 기형적인 경제 구조는 오늘날 미국의 경제 위기를 부른 근본 원인이다. 

 

2) 지역균형발전을 추구한다

 

과거에는 북한의 경제 발전상을 이야기하면 ‘평양만 잘 산다’는 식으로 깎아내리는 경우가 있었다. 평양이 발전한 모습을 부정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최근 평양을 찍은 사진, 영상을 보면 발달된 나라의 대도시 번화가처럼 굉장히 화려한데 북한이 말하는 ‘번영’의 단면이 객관적으로 과시되는 중요 요소로 보인다.

 

 

 ▲북한의 ‘공화국 창건 74돌 경축 행사’ 영상에 등장한 평양 야경.

 

북한은 평양을 발전시킨 만큼 지방 도시도 함께 발전시키려 하고 있으며 농촌 진흥도 강조하고 있다. 우리식 표현으로 ‘지역균형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전국의 지방공업을 추켜세워 지방이 변하고 자체로 발전하는 새 시대를 열어나가야 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중앙의 지원 없이도 지방이 자체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방공업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김화군 지방공업 공장들을 현대화하고 자체의 원료 원천으로 군내 수요를 보장해나가는 실천적 경험을 전국의 시, 군들로 확대하는 사업을 강하게 추진하여야 합니다”라고 하였다. 북한은 올해 들어 김화군을 지방공업 발전의 모범으로 내세우고 있다. 자기 지역에서 나오는 원료를 이용해 현대화, 자동화를 실현한 공장에서 지방에 필요한 소비품을 생산하자는 것이다. 

 

김화군은 원래 군사분계선이 가로질러 남북으로 나뉜 지역으로 북한 처지에서는 최전방에 있는 군이다. 최전방 지역이라서 김화군은 개발 조건이 열악하며 인구도 6만 명이 채 안 된다. 그런데도 북한은 김화군을 모범으로 지목하고 집중하여 육성하였다. 그만큼 지방공업 개발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국가적으로 추진위원회를 내오고 설계와 시공을 비롯하여 시, 군 지방공업 공장들을 현대화하기 위한 사업을 틀어쥐고 밀고 나가도록 하여야 합니다”라고 하였다. 정부에 별도 기구를 만들어 전국 지방 도시의 공업을 김화군 수준으로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 정부는 김화군의 공장 설계도면을 모든 지역에 배포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금 시, 군들의 능력이 약한 것만큼 지방공업 공장들을 현대적으로 꾸린 다음에는 제 발로 걸어 나갈 수 있게 원자재 보장대책을 세워주고 초기 투자도 해주어야 합니다”라고 하였다. 지방 도시가 자체로 발전해야 하지만 시작 단계에서는 중앙에서 투자와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 도시 발전을 현실적이고 세밀하게 타산해가며 대책을 세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은 또 삼지연시를 개발해 전국 농촌을 삼지연처럼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중평남새(채소)온실농장, 련포온실농장 등 대규모 온실농장도 연이어 개발하고 있다. 산골 마을, 광산마을의 본보기로 검덕지구에 수천 세대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기도 했다. 

 

▲ 재개발을 완료한 검덕지구.     

 

지역균형발전은 많은 나라의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한국의 경우도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오래전부터 혁신도시 지정, 규제 프리존,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등 다양한 시도를 하였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도권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해진다. 그만큼 지역균형발전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북한의 지역균형발전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3) 경제 발전의 성과가 골고루 돌아간다

 

북한은 경제 발전의 성과를 국민 전체에 골고루 돌아가게 하려는 정책을 내세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5개년 계획은 나라의 경제사업 실태와 현실적 가능성에 토대하여 지속적인 경제 상승과 인민 생활의 뚜렷한 개선 향상에로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또한 “우리 당과 정부의 경제 정책은 다 인민들의 물질 경제적 수요를 원만히 충족시켜 그들에게 유족하고 부럼 없는 생활을 안겨주기 위한 것”이며 “사회주의 건설도 말 그대로 인민이 바라고 그려보는 이상 사회를 일떠세우기 위한 투쟁으로서 그 투쟁이 심화될수록 인민들의 피부에 직접 가닿는 실질적인 결과물이 현실로 나타나야 합니다”라고 하였다. 

 

북한은 원래 국가가 의식주와 의료, 교육 등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정책을 가지고 있으며 빈부격차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자본주의 국가는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해 빈부격차가 크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실제로 빈부격차는 자본주의 국가의 고질적인 문제다. 특히 경제가 성장할수록 빈부격차가 커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난다. 경제 발전의 성과가 국민 전체에 골고루 돌아가지 않고 부자들에게 집중되는 것이다. 

 

▲ 극심한 빈부격차에 시달리는 미국. 사진은 뉴욕의 노숙자.     

 

한국의 경우는 다른 자본주의 국가와 달리 외국 자본 문제가 추가된다. 한국에 외국 자본이 대거 들어와 있기 때문에 이익의 상당 부분을 외국 자본이 가져가고, 나머지 중에서 또 많은 부분은 국내 재벌이 가져가니 정작 서민에게 돌아가는 건 별로 없다. 그래서 2021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 규모가 세계 10위나 되지만 정작 국민 중에 자신이 경제적으로 잘 산다고 느끼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런데 사회주의 국가라고 해서 다 빈부격차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만 해도 사회주의 국가지만 급격한 경제 성장과 함께 엄청난 빈부격차가 나타났다. 2020년 기준 도시 주민의 상위 20%는 하위 20%에 비해 6배 이상을 벌었으며, 농촌 주민은 상위 20%가 하위 20%에 비해 8배 이상을 벌었다. 소득 지니 계수(값이 클수록 빈부격차가 크다)는 2018년 기준 0.47로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고 세계 평균보다 높다. 특히 중국 국민 10만 명당 1명꼴로 갑부라는 분석도 있고, 2019년 기준 억만장자 수가 568명으로 세계 1위이기도 하다. 특히 중국에는 상속세, 증여세가 없어 부의 대물림이 심각하다. 

 

베트남 역시 사회주의 국가지만 고속 성장의 부작용으로 빈부격차가 나타났다. 2019년 기준 상위 20%와 하위 20%의 격차는 10.2배에 달한다. 

 

북한은 중국, 베트남과 달리 급격한 경제 성장을 하더라도 빈부격차를 허용하지 않고 성장의 혜택을 전 국민에게 골고루 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4) 개혁개방이 아닌 자립경제로 성장한다

 

많은 전문가가 빠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개혁개방을 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이나 베트남도 개혁개방을 하고서 고속 성장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이들의 논거다. 여기서 개혁이란 사회주의 원칙을 버리고 자본주의 요소를 받아들이는 것이며, 개방이란 외국 자본의 투자를 허용하는 것이다. 

 

북한은 개혁개방을 거부하고 철저히 자립경제에 기초해 경제를 성장시키려고 한다. 북한은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기본 종자, 주제는 여전히 자력갱생, 자급자족”이라고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봐도 사상 최고 수준의 경제제재,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폐쇄 때문에 자력갱생, 자급자족을 매우 강력히 구현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립경제를 위해서는 원료, 연료, 기술, 노동력, 자본 등 모든 경제 요소를 자체로 해결해야 한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노선이다. 그런데도 고속 성장을 하는 북한의 모습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만약 경제제재가 풀리고 코로나19도 종식되어 자유로운 교역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북한 경제 성장이 더욱 빠르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개혁개방 대신 자립경제를 통해 경제를 성장시킨다면 북한이 개혁개방의 폐해라고 주장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북한이 말하는 개혁개방의 폐해라고 하면 앞서 언급한 빈부격차를 비롯해 주권 침해와 외국자본의 약탈을 꼽을 수 있다. 

 

개혁개방을 하면 외국 자본이 물밀듯이 밀려들어 간다. 외국 자본은 자선사업 단체가 아니다. 자본은 오로지 이윤을 위해 움직인다. 외국 자본이 들어가면 결국 그 나라에서 최대한 이윤을 뽑아내려 할 것이다. 최근 4,500억 원의 배상 판정으로 한국 사회에서 쟁점이 됐던 론스타 사건도 외국 자본이 어떤 식으로 다른 나라를 약탈하는지 잘 보여준다. 또 이 과정에서 외국 자본이 다른 나라의 주권까지도 침해할 수 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장의 경제 이익을 위해 무분별하게 외국 자본에 문호를 개방했을 때 어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를 무려 4,500억 원의 혈세를 들여 배운 셈이다. 

 

이 밖에도 개혁개방은 사회주의 국가에 자본주의 문화, 개인주의 문화를 퍼뜨리고 환경 파괴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북한은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개혁개방을 철저히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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