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여순의 산비둘기와 돌배나무」
-박금란
산비둘기 한 쌍이 구구구구 애간장 끊어지는 소리 돌배나무 피 젖은 눈물 뚝뚝 스며들은 피를 삼켰지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러 갈 수 없어 그것도 분단을 막고 통일국가 세우자고 자기 것 돌아보지 않고 민족을 위해 피골이 상접해 싸우는 형형한 눈빛을 향해 어떻게 총을 겨누고 쏘겠어 안 갑니다 못 갑니다 군대의 서릿발 명령이라도 차마 따를 수 없소
여수 신월리 14연대 지창수 하사 창공을 찌르는 외침 너나없이 옳소 옳소 제주도민을 죽이러 갈 수 없소 군인은 나라를 지키는 길이오 나라를 가르는 분단의 총질을 할 수 없소
내 아버지 내 어머니 내 동무 우리의 형과 아우 어찌 같은 혈육을 총질하란 말이오 잘못된 명령이오 억울한 골짜기 바람까지 포복하고 내려와 결단이 되었다 이 목숨 바쳐 참군인의 길을 가리라
돌배나무 그 피를 먹고 어린아이 주먹만 한 돌덩이가 주렁주렁 기형의 세월 통곡의 세월
산비둘기 구구구구 말짱한 가을하늘이 야속하다고 지금도 울어 댄다 평화의 새가 가슴에 못 박혀 긴 세월 운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역사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시인의 마을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