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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여순의 산비둘기와 돌배나무」

박금란 | 기사입력 2022/11/29 [13:29]

시 「여순의 산비둘기와 돌배나무」

박금란 | 입력 : 2022/11/29 [13:29]

시 「여순의 산비둘기와 돌배나무」

                     

-박금란

 

산비둘기 한 쌍이 구구구구

애간장 끊어지는 소리

돌배나무 피 젖은 눈물 뚝뚝

스며들은 피를 삼켰지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러 갈 수 없어

그것도 분단을 막고 통일국가 세우자고

자기 것 돌아보지 않고

민족을 위해 피골이 상접해 싸우는

형형한 눈빛을 향해

어떻게 총을 겨누고 쏘겠어

안 갑니다 못 갑니다

군대의 서릿발 명령이라도

차마 따를 수 없소

 

여수 신월리 14연대 지창수 하사

창공을 찌르는 외침

너나없이 옳소 옳소

제주도민을 죽이러 갈 수 없소

군인은 나라를 지키는 길이오

나라를 가르는 분단의 총질을 할 수 없소

 

내 아버지 내 어머니 내 동무

우리의 형과 아우

어찌 같은 혈육을 총질하란 말이오

잘못된 명령이오

억울한 골짜기 바람까지 포복하고 내려와

결단이 되었다

이 목숨 바쳐 참군인의 길을 가리라

 

돌배나무 그 피를 먹고

어린아이 주먹만 한 돌덩이가 주렁주렁

기형의 세월

통곡의 세월

 

산비둘기 구구구구

말짱한 가을하늘이 야속하다고

지금도 울어 댄다

평화의 새가 가슴에 못 박혀

긴 세월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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