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1. 레이더 화면에 나타난 이상한 빛점 한 개 2. 인공지능으로 날아가는 자율비행 무인정찰기 3. 중형 무인정찰기 4대가 동원된 교란작전 4. 정찰작전 수행하고 북으로 돌아간 무인정찰기 7대 5. 3개의 징후 - 종심정찰, 검수사격, 무기증산
1. 레이더 화면에 나타난 이상한 빛점 한 개
2022년 묵은해가 저물고 2023년 새해가 밝아온 연말연시에 놀라운 사변들이 일어났다. 연말연시에 일어난 놀라운 사변들 가운데서 가장 강력한 정치군사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의 남하비행이다. 2022년 12월 26일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하한 사건은 새해 정초부터 강한 여진을 일으키며 남측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대통령실, 국회, 군 수뇌부, 국가정보원은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남하비행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그들은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몇 대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하비행했는지도 모르고,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목적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한국군 합동참모본부 발표에 의하면, 서부전선 최전방(경기도 북부지역)에 주둔하는 육군 제1군단이 2022년 12월 26일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날아오는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를 탐지했다고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제1군단이 무인정찰기를 탐지한 것이 아니라, 제1군단 산하 방공대대가 무인정찰기를 탐지하고 제1군단 사령부에 보고한 것이다.
제1군단 산하에는 제521방공대대와 제511방공대대가 있다. 20mm 6련장 속사포, 35mm 쌍렬 고사포, 휴대용 지대공미사일로 무장한 2개 방공대대는 전시에 서부전선에서 저고도로 날아오는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순항미사일, 작전헬기, 습격기를 요격하는 반항공작전을 수행한다. 제1군단은 저고도로 침투하는 각종 비행체를 탐지하기 위해 2017년에 개발된 TPS-830K 국지방공레이더(Local Air Defense Radar)를 방공대대들에 배치했다.
주목되는 것은, 제1군단이 배치한 국지방공레이더가 탐지할 수 있는 최소 레이더반사면적(radar cross-section)이 2㎡인데, 조선인민군 소형 무인정찰기의 레이더반사면적은 0.03㎡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날짐승의 레이더반사면적은 0.01㎡이므로, 조선인민군 소형 무인정찰기는 날짐승보다 3배 정도 큰 비행체로 국지방공레이더 화면에 나타나는 것이다. 조선인민군은 레이더반사를 최소화하는 재질과 형태로 무인정찰기를 만들었기 때문에, 레이더반사면적이 그처럼 축소되었다. 이런 사정은 제1군단 산하 방공대대들이 국지방공레이더로 소형 무인정찰기를 탐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불가능하게 보이는 일이 일어났다. 2022년 12월 26일 제1군단 산하 방공대대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날아오는 조선인민군 소형 무인정찰기를 국지방공레이더로 탐지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가?
무인정찰기의 레이더반사면적은 국지방공레이더에서 방출된 레이더파가 무인정찰기의 정면에 부딪혀 반사되는 면적을 의미한다. 그런데 조선인민군 소형 무인정찰기의 길이는 약 2m다. 만일 국지방공레이더에서 방출된 레이더파가 소형 무인정찰기의 측면에 부딪혀 반사되면, 레이더반사면적은 약 2㎡로 확대된다.
이런 사정은 국지방공레이더에서 방출된 레이더파가 소형 무인정찰기의 측면에 가닿는 경우, 무인정찰기가 탐지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국지방공레이더에서 방출된 레이더파가 소형 무인정찰기의 측면에 부딪혀 반사되면, 무인정찰기의 항적은 레이더 화면에 작은 빛점(point of light) 한 개로 나타난다.
남측 언론보도에 의하면, 제1군단에 배치된 국지방공레이더 7대 가운데서 1대에서만 소형 무인정찰기의 항적이 식별되었다고 한다. 이런 사정은 국지방공레이더 한 대가 소형 무인정찰기의 측면을 향해 레이더파를 방출하여 무인정찰기의 항적을 탐지할 수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국군 제1군단이 운용하는 국지방공레이더에는 결정적인 맹점이 있다. 무인정찰기와 날짐승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은 레이더 화면에 나타난 작은 빛점 한 개가 무인정찰기인지 날짐승인지 판별하지 못할 뿐 아니라, 레이더 화면에 나타난 빛점이 아군 무인정찰기인지 적군 무인정찰기인지도 판별하지 못한다.
엄청난 정치군사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사건은 2022년 12월 26일에 일어났다. 그날 국지방공레이더 화면을 응시하던 레이더 전문병은 레이더 화면에 나타난 작은 빛점 한 개가 조선인민군 소형 무인정찰기인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레이더 전문병을 상황 오판으로 이끌어간 기막힌 사연은 다음과 같다.
해마다 겨울이 오면, 몽골 초원에 사는 검독수리들이 3,000km 떨어진 우리나라로 날아와 겨울을 나고 이듬해 3월 말에 다시 몽골 초원으로 돌아간다. 검독수리가 가장 많이 몰려드는 고장은 경상남도 고성군이다.
흥미로운 것은, 검독수리의 날개 길이와 조선인민군 소형 무인정찰기의 날개 길이가 거의 같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한국군 국지방공레이더 화면에는 조선인민군 소형 무인정찰기도 작은 빛점 한 개로 나타나고, 검독수리도 작은 빛점 한 개로 나타난다. 조선인민군 소형 무인정찰기와 검독수리는 비행속도도 비슷하다. 양자의 차이점은 비행고도에 있다. 조선인민군 소형 무인정찰기의 비행고도는 2~3km이고, 검독수리의 비행고도는 300~500m다. 확연한 차이다.
이전에 한국군이 운용했던 낡은 국지방공레이더는 비행체의 거리와 방향만 탐지하는 2차원 레이더였는데, 지금 한국군이 운용하는 신형 국지방공레이더는 비행체의 거리, 방향, 고도를 모두 탐지하는 3차원 레이더다. 그러므로 제1군단 방공대대 소속 레이더 전문병이 레이더 화면에 나타난 항적의 비행고도를 관찰하면, 그 항적이 소형 무인정찰기 항적인지 검독수리 항적인지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2022년 12월 26일 제1군단 방공대대 소속 레이더 전문병은 레이더 화면에 나타난 빛점의 비행고도를 유심히 관찰하지 않고, 겨울철에 흔히 남쪽으로 날아오는 검독수리 항적으로 오인했다.
합동참모본부가 사건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현장에 급파한 전비태세검열단은 한국군 제1군단이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남하비행에 어떻게 대처하였는지 알아보기 위해 국지방공레이더 영상자료를 재생하여 정밀하게 분석했다. 검열단은 2023년 1월 6일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검열단 발표에 의하면, 2022년 12월 26일 오전 10시 19분경 제1군단 방공대대 국지방공레이더에 이상 항적이 한 개의 빛점으로 나타났으나, 그것이 무인정찰기 항적인지는 알지 못했고, 오전 10시 25분경에 가서야 무인정찰기 항적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고 한다.
2. 인공지능으로 날아가는 자율비행 무인정찰기
2023년 1월 6일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단이 발표한 검열 결과에 의하면, 2022년 12월 26일 군사분계선을 넘어 서울 상공까지 남하비행하고 다시 북으로 돌아간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의 항적이 제1군단 방공대대 국지방공레이더 화면에 몇 개의 점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예컨대,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의 항적은 당일 오전 10시 19분경 빛점으로 나타났다가 곧바로 사라졌고, 오전 10시 25분경에 다시 빛점으로 나타났다가 곧바로 사라진 것이다. 이런 정황은 무인정찰기의 항적이 빛점으로 나타났다가 곧바로 사라진 뒤 약 6분이 지나서 다시 빛점으로 나타났다가 또다시 사라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당시 정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분석해보자.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는 분당 1.7km의 속도로 느리게 비행했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의 항적이 레이더 화면에서 6분 동안 사라졌다면, 그 무인정찰기는 6분 동안 약 10km를 비행하였다가 다시 레이더 화면에 빛점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정황 속에서 한국군 합참본부는 레이더 화면에 불규칙하게 나타난 여러 개의 빛점을 선으로 이어놓고,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의 항적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여러 개의 빛점들을 선으로 이어놓은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의 항적은 2022년 12월 28일 합참본부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제출한 약도에서 볼 수 있다. 그 약도에는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의 남하비행경로와 군사분계선을 다시 넘어 북으로 돌아간 북상비행경로가 표시되었다. 약도를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자.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는 한강과 임진강이 합쳐지는 합류지 상공을 통과하였고, 경기도 고양시 남쪽 상공을 통과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서울 상공으로 진입하여 은평구 - 서대문구 - 세종대로 네거리 – 종로 - 동대문 - 중랑구까지 서울 중심부 상공을 통과하였다. 중랑구 서쪽 상공에 도달한 무인정찰기는 180도 회전하더니, 날아왔던 비행경로를 거슬러 북으로 돌아갔다.
비행시간을 살펴보자. 그날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는 서울을 향해 약 1시간 동안 남하비행을 하였고, 서울 상공에서 약 1시간 동안 순항비행을 하였고, 북으로 복귀하기 위해 약 1시간 동안 북상비행을 하였다. 3시간 동안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남측 상공을 날아다녔다.
그런데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약 1시간 동안 남쪽으로 비행하여 서울 상공에 들어서고 있었던 바로 그 시각, 한국군 합참본부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무인정찰기의 출현을 보고했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늑장 보고였다.
늑장 보고보다 더 한심한 사건이 대통령실에서 일어났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서울 상공을 날아가고 있었던 바로 그 시각, 윤석열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입양견 새롬이와 함께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서울 중심부 상공을 유유히 통과한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작전 임무를 마치고 중랑구 상공에서 180도 회전하여 복귀 비행을 하고 있었던 바로 그 시각, 한국 공군작전사령부는 뒤늦게 방공작전태세를 강화하는 ‘두루미’를 발령하고 적성을 선포하면서 허둥지둥하고 있었다.
의문이 생긴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지나간 서울 은평구, 서대문구, 종로구, 동대문구, 중랑구에는 정찰대상으로 삼을 만한 전략거점이나 군사시설이 없는데, 왜 그 지역 상공을 통과하였을까?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서울 상공에서 정찰해야 할 중요한 전략거점은 전부 용산구에 몰려있다. 이를테면, 용산구 이태원로에는 대통령실, 국방부, 합동참모본부가 몰려있고, 용산구 한남동 매봉산 서쪽 사면에는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관저, 대통령 비서실장 관저, 대통령 경호처 등이 몰려있다. 그러므로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는 경기도 고양시 상공을 통과하여 남동쪽으로 비행하면서 마포구 - 용산구 - 성동구로 날아갔다가 성동구 상공에서 180도 회전하여 북으로 돌아갔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는 정찰대상들이 몰려있는 용산구를 외면하고, 정찰대상이 없는 지역을 비행하고 돌아갔다. 무인정찰기는 왜 정찰대상이 있는 지역을 외면하고 정찰대상이 없는 지역을 비행하였을까? 의문이 더 깊어진다.
서울 상공에 진입한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정찰대상들이 전혀 없는 지역을 비행하고 돌아간 것은, 그 무인정찰기가 정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서울 상공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중요한 사실을 말해준다.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남하비행한 목적이 정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남하비행을 하고 돌아간 것인가? 수수께끼 같은 의문을 풀어줄 해답의 실마리는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의 특이한 항적 속에 들어있었다.
일반적으로, 비행체의 항적은 레이더 화면에 직선 또는 곡선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군사분계선을 넘어 서울 상공을 한 바퀴 돌고 북으로 돌아간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의 항적은 선이 아니라 점으로 나타났다. 레이더 화면에 빛점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얼마 뒤에 다시 빛점으로 나타났다가 또 다시 사라진 것이다. 출현과 소실이 불규칙하게 반복된 특이현상이었다.
출현과 소실을 불규칙하게 반복한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의 특이한 비행 양상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고도 3km에서 날아가다가 레이더파를 감지하는 순간 레이더파가 닿지 않는 고도 1km의 사각공간으로 하강하는 회피기동 이외에 다른 게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자율비행 능력을 가진 무인정찰기만이 그런 절묘한 회피기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놀랍게도, 서울 상공에 출현한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는 인공지능기술(artificial intelligence technology)이 도입된 자율비행 무인정찰기(autonomous drone)였다.
자율비행 무인정찰기의 작동원리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작동원리와 마찬가지로 사람이 원격조종을 하지 않고, 무인정찰기에 장착된 인공지능장치가 수시로 변하는 비행 정황을 신속, 정확하게 판단하면서 전자동으로 순항하는 것이다. 요즈음 군사과학기술 부문에서 앞선 미국, 중국, 로씨야가 자율비행 무인정찰기를 개발하고 있는데, 그런 나라들에 뒤지지 않을 만큼 고도의 군사과학기술을 가진 조선도 자율비행 무인정찰기를 개발하고 있다.
2022년 12월 26일 조선인민군은 영상촬영 장비를 장착한 기존 무인정찰기를 서울 상공으로 내려보낸 것이 아니라, 새로 개발한 자율비행 무인정찰기를 서울 상공으로 내려보냈다가 복귀시키는 시험비행을 실시한 것이다.
3. 중형 무인정찰기 4대가 동원된 교란작전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2022년 12월 26일 조선인민군이 개발한 최신형 자율비행 무인정찰기가 시험비행을 실시하고 북으로 돌아가기 위해 복귀비행을 하고 있었던 오후 12시 57분경 서부전선 상공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한국 공군 방공레이더부대가 운용하는 방공레이더 화면에 서부전선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하비행하는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4대의 항적이 나타난 것이다.
합동참모본부 발표에 의하면, 당일 오후 12시 57분경부터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4대가 강화도 북쪽 한강 하구 건너편 북측 지역에서 남쪽으로 날아왔다고 한다. 무인정찰기 4대는 한꺼번에 내려온 것이 아니라, 수십 분 간격을 두고 순차적으로 내려왔다.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순차적으로 내려왔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4대가 한국 공군이 운용하는 방공레이더에 포착된 것을 보면, 그 무인정찰기들은 서울 상공에 나타난 소형 무인정찰기보다 크기가 더 큰 중형 무인정찰기인 것이 분명하다. 소형 무인정찰기는 저고도에서 비행하고, 중형 무인정찰기는 중고도에서 비행한다. 공군 방공레이더는 저고도에서 날아오는 비행체는 탐지하지 못하고, 중고도와 고고도에서 날아오는 비행체만 탐지할 수 있다.
그런데 중형 무인정찰기들의 비행 양태가 참으로 묘했다. 어떤 무인정찰기는 남쪽으로 얼마간 내려오다가 느닷없이 기수를 북으로 돌려 되돌아갔고, 어떤 무인정찰기는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좌우로 불규칙하게 선회비행을 하는 등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비행 양태만이 아니라 비행경로도 묘했다. 중형 무인정찰기들은 강화도 북부 상공을 통과하여 주문도 상공을 지나 서해로 빠져나갔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서해로 빠져나가면 지상에 배치된 한국군 레이더감시 범위에서 벗어나게 된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서해는 정찰대상이 없는 무인지경이다. 정찰대상이 없는 망망한 바다로 빠져나간 것은 중형 무인정찰기들의 비행 목적이 정찰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군 레이더감시를 엉뚱한 곳으로 유인하는 교란작전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교란작전이 목적이었으므로, 레이더에 쉽게 포착되지 않는 소형 무인정찰기가 아니라, 레이더에 쉽게 포착되는 중형 무인정찰기 4대를 순차적으로 날려 보낸 것이다.
중형 무인정찰기 4대가 동원된 교란작전은 당일 오후 3시 30분경까지 1시간 33분 동안 계속되었다. 조선인민군 중형 무인정찰기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한국군 감시레이더망을 여지없이 교란하고 있었던 1시간 33분 동안 남측에서는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조선인민군 중형 무인정찰기 4대가 순차적으로 내려오는 다급한 정황을 인지한 한국군 합참본부는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전군 경계태세를 2급으로 격상했고, 서부전선 전투부대들에 감시경계태세, 화력타격준비태세, 반항공사격준비태세를 갖추고 대기하라는 긴급명령을 내렸다. 최전방 경계초소들에서는 대북 경고방송을 여섯 차례 실시했고, 대북 경고사격을 다섯 차례 실시했다. 육군은 작전헬기를 출동시켰고, 공군은 전투기를 출동시켰다. 작전헬기와 전투기 20여 대가 동원된 무인정찰기 색출 작전이 요란하게 벌어졌다. 무인정찰기 색출작전에 동원된 코브라 작전헬기는 아무것도 없는 강화도 앞바다 허공을 향해 자폭소이탄 100발을 난사했다. 무인정찰기 색출 작전은 5시간 동안 요란하게 계속되었지만, 무인정찰기를 색출하기는커녕 무인정찰기가 어디로 사라졌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허망하게도, 한국군의 무인정찰기 색출 작전은 5시간 만에 완전한 실패로 끝났다.
4. 종심정찰작전 수행하고 북으로 돌아간 무인정찰기 7대
2022년 12월 26일 오후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전개한 교란작전에 말려든 한국군이 허망한 무인정찰기 색출 작전을 전개하고 있었던 1시간 33분 동안 조선인민군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무인정찰기 4대를 동원한 조선인민군의 교란작전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군의 시선이 온통 서부전선으로 쏠려있는 동안, 중부전선과 동부전선에서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상공으로 은밀히 침투했다. 이런 추리를 강하게 뒷받침해주는 정보가 2023년 1월 2일 <데일리 NK> 보도기사에 실렸다. 보도기사에 의하면,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작전국이 2022년 12월 27일에 작성한 조선인민군 ‘1기 전투정치훈련 종합평가자료’에 “남조선에 침투시킨 무인정찰기는 5대가 아니라 12대인데, 적들이 탐지하지 못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이것은 2022년 12월 26일 한국군의 시선이 서부전선으로 쏠려있는 동안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7대가 중부전선과 동부전선에서 남측 상공에 은밀히 침투하여 종심정찰작전을 수행하고 북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사실이 더 있다. 남측 상공에 침투하여 종심정찰작전을 수행한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7대는 지상에 고착된 대상물의 타격좌표를 파악하고 돌아간 것이 아니다. 지상에 고착된 대상물의 타격좌표는 구글 지도(Google Map) 같은 데에 누구나 파악할 수 있으므로, 조선인민군은 그런 초보적인 정찰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수행하는 종심정찰작전은 지상 또는 해상에서 계속 자기 위치를 바꾸면서 움직이는 이동물체의 타격좌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작전통제소에 전송하는 것이다.
지상에서 이동하는 전차, 장갑차, 자주포, 각종 군용 차량들의 위치가 표시된 타격좌표를 실시간으로 계속 전송하고, 바다에서 항해하는 각종 전투함선의 위치가 표시된 타격좌표를 실시간으로 계속 전송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타격좌표를 전송받은 조선인민군 화력타격 부대들은 즉각 정밀타격미사일을 발사하여 지상 또는 해상에서 움직이는 타격 대상을 아주 정확하게 제거할 수 있다.
5. 3개의 징후 - 종심정찰, 검수사격, 무기증산
2021년 1월 8일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가까운 기간 내에 (중략) 500km 전방 종심까지 정밀 정찰할 수 있는 무인정찰기들을 비롯한 정찰 수단들을 개발하기 위한 최중대 연구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데 대하여” 언급하였다. 500km 전방 종심까지 정밀 정찰한다는 것은 제주도를 포함하는 남측 전역을 정밀 정찰한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서, 남측 전역을 손금 들여다보듯 정밀하게 감시한다는 뜻이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남측 전역을 정밀 정찰하려면, 항속거리가 2,000km 정도는 되어야 한다. 이런 사정을 보면, 2021년 1월 8일 제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제시한 최고로 중대한 과업은 항속거리가 2,000km인 무인전략정찰기를 개발하는 과업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로부터 10개월이 지난 2021년 10월 11일, 조선로동당 창건 76돌에 즈음하여 평양에 있는 3대혁명전시관에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이 성대히 진행되었다. 현장을 촬영한 기록영상물을 보면, 조선인민군이 보유한 기존 무인정찰기들과는 형태가 전혀 다른 신형 무인정찰기 축소모형이 2층 전시장에 전시된 장면이 나온다.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동영상 화면에 기체의 일부만 살짝 보였기 때문에 신형 무인정찰기 축소모형의 전모를 잘 알 수 없지만 항속 거리가 매우 긴 무인전략정찰기 축소모형이 전시된 것이 분명하다.
그로부터 또다시 12개월이 지난 2022년 12월 7일 미국 군사전문매체 <디펜스 블럭(Defense Blog)>에 눈이 번쩍 뜨이는 중요한 보도기사가 실렸다. 2022년 12월 초 미국 상업위성이 평안북도 구성시 인근에 있는 방현공군기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 신형 무인전략정찰기가 나타났다는 보도기사였다. 보도기사 작성자는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하면서 그 신형 무인전략정찰기가 미국 공군이 운용하는 MQ-9 리퍼(Reaper)와 매우 흡사하게 생겼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실제로 <디펜스 블럭>에 실린 위성사진을 보면, MQ-9 리퍼와 흡사하게 생긴 무인전략정찰기 한 대가 격납고 문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보이고, 그 옆에 습격기 한 대가 주기장에 주기된 모습도 보인다.
MQ-9 리퍼는 항공정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항공정찰과 공습작전을 모두 수행하는 우월한 작전능력을 가졌다. 그래서 무인전략정찰기가 아니라 무인전략정찰습격기로 한 급 더 높게 분류된다. 한국군이 미국에서 수입한 글로벌 호크(Global Hawk) 무인전략정찰기 4대는 항공정찰만 할 수 있고, 공습작전능력은 없다.
군사과학기술이 발전되었다는 영국, 프랑스, 이딸리아, 일본, 에스빠냐, 네덜란드, 인디아 같은 나라들도 무인전략정찰습격기를 자력으로 만들지 못해 미국산 MQ-9 리퍼를 수입해 쓰는데, 조선은 신형 무인전략정찰습격기를 자력으로 만들었으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참고로 MQ-9 리퍼의 제원과 성능을 살펴보자.
지난 연말연시에 우리는 놀라운 사변들을 연이어 목격했다. 조선은 신형 자율비행 무인정찰기도 만들었고, 신형 무인전략정찰습격기도 만들었다. 조선은 무인정찰기 7대를 남측 각지에 내려보내 종심정찰작전을 전개했다. 조선의 군수노동계급은 연간 생산 목표를 초과하여 증산한 600mm 초대형 방사포 30문을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 증정하여 고도화된 중무기 생산능력을 시위했다. 조선인민군 화력타격 부대는 600mm 초대형 방사포 4발을 동해로 발사하는 검수사격으로 초정밀타격능력을 시위했다. 전시에 600mm 초대형 방사포에는 저위력 전술핵탄두가 장착된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무인정찰기 종심정찰작전, 군수공업 부문의 중무기 증산, 600mm 초대형 방사포 검수사격은 전술핵타격작전에 의해 서로 밀접히 연관된다. 무인정찰기가 종심정찰작전 중에 파악한 이동 타격 좌표를 지상 작전통제소에 실시간으로 전송하면, 전술핵타격부대는 타격정밀도가 매우 높은 600mm 초대형 방사포를 즉시 발사하여 타격대상을 외과수술식으로 제거하는 것이고, 군수공업 부문에서는 전술핵타격수단을 증산하는 것이다.
동서고금 전쟁사를 살펴보면, 적진정찰, 검수사격, 무기증산은 전쟁을 예고하는 비일상적인 군사행동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남조선해방전쟁’을 앞두고 있는 조선인민군은 무인정찰기를 남측 종심 깊숙이 침투시켜 정밀정찰작전을 전개하고, 600mm 초대형 방사포 검수사격으로 초정밀 전술핵타격능력을 시위하고, 군수노동계급은 전술핵타격수단을 대폭 증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군사행동은 ‘남조선해방전쟁’이 임박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후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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