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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은 다르다? 인공위성 추락을 보는 언론의 이중잣대

강서윤 기자 | 기사입력 2023/01/19 [10:45]

미국과 중국은 다르다? 인공위성 추락을 보는 언론의 이중잣대

강서윤 기자 | 입력 : 2023/01/19 [10:45]

“12:20~13:20 사이 한반도 인근에 미국 인공위성의 일부 잔해물이 추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해당 시간 외출 시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위는 지난 9일 오전 11시 31분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미국 지구관측인공위성 ERBS의 추락을 경고하며 모든 국민에게 보낸 재난 안전 문자다. 당시 국내 언론은 미국의 책임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인공위성이 한반도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이하게 보도했다.

 

▲ 지구 주위에 있는 인공위성과 로켓 잔해 등 '우주쓰레기' 상상도.  © 유럽우주국(ESA)

 

미국의 인공위성 잔해 추락을 다룬 국내 언론 보도 제목이다.

 

하늘서 쏟아진 위성의 역습‥머리 위가 불안하다(경향신문, 2022.1.15.) 

지진에 인공위성 추락까지 연이은 재난문자‥시민들 ‘안전 불안증’(파이낸셜뉴스, 2023,1.10.) 

中 로켓 이어 이번엔 美 위성‥우주 추락물 대책없나(뉴시스, 2023.1.9.)

위성 잔해 추락 가능성에 공항 이륙 금지(뉴스1, 2023.1.9.)

 

이후 언론은 미국 인공위성이 다행히 한반도를 벗어나 알래스카 근처 바다에 떨어졌다는 점을 강조하는 후속 보도를 내보냈다. 

 

그런데 언론은 중국이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시험용 소규모 우주정거장 ‘톈궁 1호(길이 10미터)’와 로켓 ‘창정’의 잔해가 지구에 떨어지자 중국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미국 인공위성 추락 때와는 사뭇 다른 반응이었다.

 

2018년에는 톈궁 1호, 2020년~2022년에는 로켓 창정의 잔해가 지구 곳곳에 떨어졌다. 아래는 국내에서 나온 관련 보도와 제목 일부를 추린 것이다.

 

대형사고 친 중국…美 “中 우주로켓 추진체, 지구로 추락 중”(뉴데일리, 2021.5.6.) 

中 우주쓰레기 ‘공습’에 시달리는 인도…“한 달 새 벌써 두 번”(아시아경제, 2022.6.18.) 

중국 우주굴기에 지구촌 불안…로켓잔해 어디 떨어질지 몰라(연합뉴스, 2022.7.26.)

중국서 발사한 로켓 잔해 필리핀에 추락...주변국 ‘공포’(데일리한국, 2022.8.1.)

중국의 무분별한 로켓발사 파편 추락 피해에 전세계 ‘시름’(디지털데일리, 2022.8.3.)

중국이 또?!…‘통제불능’ 로켓 잔해 추락중, 시기·장소 예측 불가(서울신문, 2022.11.3.)

‘건물 1층 높이’ 중국 우주발사체가 지구에 떨어진다(조선일보, 2022.11.3.)

유독 中로켓만 추락우려, 벌써 네 번째 무슨 문제 있길래?(머니투데이, 2022.11.6.)

 

위 보도의 제목만 보면 마치 중국의 로켓 잔해가 대도시라도 덮쳤을 것 같지만 실제로 인명에 피해를 준 적은 한 번도 없다.

 

중국의 책임과 잘못을 따지는 국내 언론의 보도 행태는 대체로 미국 등 서방 언론의 논조와 비슷하다. 

 

이와 관련해 화춘잉 중국 외교부 수석 대변인은 “미국이 (중국 로켓 잔해 추락 피해를) 과장하고 있다”라면서 “현재까지 파편으로 인한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60년 전 최초의 인공위성 발사 이후 파편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없다. 심지어 미국 전문가들도 (파편에 의한 인명피해 확률을) 10억분의 1 이하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중국이 일부러 뉴욕을 겨냥하는 것도 아니고 미국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을 현실화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1만 4,710여 개. 이는 2022년 12월 기준 유럽우주국(ESA)이 밝힌 지구 주위에 있는 인공위성의 숫자다. 인공위성 1만 4,710여 개 가운데 작동을 멈춘 인공위성은 7,800개가 넘는다. 여기에는 물론, 우리나라가 쏘아 올린 인공위성도 포함돼 있다.

 

인공위성이나 로켓의 파편 같은 이른바 ‘우주쓰레기’의 추락에는 노후화, 고장, 지구 중력에 이끌러 본궤도에서 벗어나는 등 여러 원인이 있다. 

 

세계 각국이 인공위성, 로켓을 쏘아 올렸다는 점에서 인공위성이나 로켓의 추락은 어느 한 나라의 문제로 볼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현재 국제사회의 과학기술력으로는 지구로 추락하는 우주쓰레기가 정확히 어디로 떨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 한반도에 떨어질 수도 있다던 미국 인공위성의 잔해가 한반도와 한참 떨어진 알래스카 근처 바다에 떨어진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든지 지구로 떨어질 수도 있는 우주쓰레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통 기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13개국이 참여하는 국제우주쓰레기조정위원회, UN의 지속 가능한 우주 활용 가이드라인(지침) 등에서 우주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관한 인류의 공동대응을 모색하고 있는 과정이다.

 

이미 중국은 우주쓰레기 처리용 인공위성 스젠17호·21호를 개발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인공위성은 우주에서 문어발과 닮은 로봇팔로 우주쓰레기를 낚아채서 위험하지 않은 궤도로 치우거나, 인적이 드문 바다 방향으로 추락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국가항천국(CNSA)은 “스젠 17호를 활용해 수명이 다한 위성을 바다에 추락시킬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우주쓰레기로 인한 피해에서 우리의 안전을 지키려면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공동대응이 중요해 보인다. 이런 점에서 ‘미국은 괜찮고 중국은 위험하다’는 식의 언론 보도는 미국에 치우친 이중잣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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