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미니트맨 III에 관해 본격적으로 살펴보자.
제원(영문 위키백과 기준) ■ 제작사: 보잉 ■ 제식번호 및 이름: LGM-30G Minuteman III ■ 길이: 18.3미터 ■ 지름: 1.68미터 ■ 무게: 3만 6,030킬로그램(약 36톤) ■ 단가: 7백만 달러 ■ 탄두: W78(335~350킬로톤), W87(300·475킬로톤) (핵탄두와 관련해서는 나중에 따로 다룬다) ■ 재진입체: 마크12A(W78), 마크21(W87) ■ 엔진: 3단 고체 로켓엔진 - 1단 추력: 792킬로뉴턴* - 2단 추력: 267.7킬로뉴턴 - 3단 추력: 152킬로뉴턴 ■ 추진제: 과염소산암모늄 복합추진제 ■ 작전 범위: 1만 4천 킬로미터 ■ 최고 고도: 1,100킬로미터 ■ 최대 속도: 초속 7.83킬로미터 (마하 23) ■ 유도 방식: 관성유도 ■ 정확도: 원형공산오차(CEP) 240미터(마크12A) / 120미터(마크21)** ■ 최초 배치: 1970년 ■ 발사대: 지하 발사대 ■ 배치: 와이오밍주 프랜시스 E. 워런 공군기지, 노스다코타주 마이놋 공군기지, 몬태나주 맘스트롬 공군기지에 각각 150개씩 배치되어 있다.
*1킬로뉴턴(=1,000뉴턴=102킬로그램힘)은 지상에서 102킬로그램가량의 무게를 드는 힘이다. 따라서 792킬로뉴턴은 약 81톤의 무게를 드는 힘이다.
**원형공산오차(CEP)란 발사한 무기의 절반이 들어가는 원의 반지름을 말한다. 예를 들어 원형공산오차가 10미터일 때 10발을 쏘면 최소 5발이 반지름 10미터의 원 안에 들어가야 한다.
미니트맨 III은 현재 미국에서 운용하는 유일한 지상 발사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다. 흔히 전략핵폭격기, 전략핵잠수함과 더불어 미국의 3대 전략무기(Nuclear Triad)로 불린다. 3가지 가운데 가장 빨리 동원할 수 있는 무기로 발사 명령 후 수 분 만에 발사할 수 있고 30분이면 북한에 도달할 수 있다. 또 450개라는 많은 개수와 본토 깊숙이 있기에 적이 파괴하기 어렵다.
참고로 미니트맨 III을 운용하는 사령부는 현재 공군지구권타격사령부(Air Force Global Strike Command)다. 이 사령부가 전략핵폭격기까지 운용한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미니트맨 III 전에 미니트맨 I, II가 있었다.
1962년 실전 배치한 미니트맨 I은 미군 최초로 고체 연료 로켓엔진을 사용하였다. 그전까지는 액체 연료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연료 충전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는 단점이 있었다. 이후 고체 연료 로켓엔진 개발에 성공하면서 언제든 원하면 곧바로 발사할 수 있게 되었다. 원래 미니트맨 I은 열차 발사형으로 개발할 계획이었으나 막대한 비용과 안전 문제로 인해 폐기되었다. 800여 개를 생산했고 1969년 퇴역했다.
미군은 1965년 개량형인 미니트맨 II를 실전 배치했다. 사거리와 위력, 정확도가 모두 늘었다. 이것도 800여 개를 생산했다. 하지만 미소 간 전략무기감축협정에 따라 450여 발로 감축했다가 1994년 모두 퇴역했다.
1970년부터 실전 배치된 미니트맨 III이 앞선 두 미사일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다탄두 미사일이라는 점이다. 3개의 탄두가 탑재되어 대기권에 진입할 때 각기 다른 목표물을 향해 따로 날아간다. 하지만 미러 전략무기감축협정에 따라 탄두를 1개만 탑재하게 되었다.
미군은 2020년 8월 4일 미니트맨 III 시험발사에서 3발의 모의 탄두(재진입체)를 탑재하였다고 발표했다. 원래는 협정에 따라 금지되었으나 2021년 2월 협정이 종료될 예정이라 다탄두 탑재 준비를 한 것이다. 그러나 미러는 협정을 5년 연장하기로 합의하여 미니트맨 III은 다시 탄두를 하나만 탑재하게 되었다.
● 50년 묵은 골동품
미국의 미니트맨 III은 1970년 첫 실전 배치를 시작해 1976년 7월 17일 마지막 배치를 했다. 무려 50년이나 된 매우 낡은 무기다. 심지어 1단 로켓인 M55는 미니트맨 I과 동일하다. 1960년대에 개발한 로켓을 지금까지 쓰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매년 몇 개의 미니트맨 III을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기지로 가져와 시험 발사해 성능이 제대로 유지되는지 확인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22년 2월 25일 “반덴버그에 있는 전략핵을 폭발력을 축소시켜서 전술핵 규모로 대응하는 게 시간적으로 적게 걸린다”라고 하였는데 반덴버그 공군기지에는 미니트맨 III이 없다. 다른 기지에 보관 중인 미니트맨 III을 여기로 가져와서 시험 발사하는 것을 가지고 착각한 것이다.
아무튼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미국이 중요한 전략무기를 왜 새로 개발하지 않고 구형 무기를 그대로 쓰는지 의문이다.
러시아, 중국, 북한 등은 지금도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그래서 여러 종류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고 있다. 러시아만 해도 10종류가 넘는다. 그런데 미국은 오직 미니트맨 III 한 종류만 쓰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도 트라이던트 II 잠수함 발사 대륙간 탄도미사일 한 종류만 수십 년간 사용 중이다.
사실 미국은 대륙간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다른 여러 종류의 신무기 개발 사업이 수십 년째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여기에는 미 국방부의 고질적인 관료주의부터 시작해 끊임없는 전쟁으로 인한 개발비 부족, 군수업체의 탐욕, 의회와 마찰, 부정부패 등 여러 요인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미국이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을 아예 포기했던 것은 아니다.
1986년 12월 실전 배치한 LGM-118 피스키퍼(Peacekeeper)는 미국이 가진 최고의 기술력을 동원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이었다. 피스키퍼는 핵탄두가 10개나 들어가며 정확도도 미니트맨 III의 2배 이상이나 되었다. 열차로 발사할 수 있도록 개발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예산 문제로 취소했다.
이런 뛰어난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바로 가격이었다. 미니트맨 III의 10배에 달하는 가격, 그리고 어마어마한 유지비가 미군의 발목을 잡았다. 특히 피스키퍼에 들어가는 관성유도장치 AIRS의 가격은 미니트맨 III 1발의 가격과 맞먹을 정도로 고가의 제품이었는데 제작 시간도 오래 걸리는 문제가 있었다.
결국 초반 실전 배치된 피스키퍼에 AIRS 유도장치가 없다는 사실이 언론에 폭로되고 의회가 뒤집어졌다. 공군은 실전 배치된 29개의 피스키퍼 중 11개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실토했다. 실전 배치 날짜를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1988년 12월까지도 첫 50개의 피스키퍼에 AIRS가 공급되지 못했다. 결국 잠수함 발사 대륙간 탄도미사일인 트라이던트 II 개발과 소련 해체까지 겹치면서 피스키퍼는 의회의 버림을 받았고 러시아와 체결한 전략무기감축협정의 제물이 되어 2005년까지 모두 폐기되었다.
그래도 피스키퍼 개발 과정에서 얻은 신기술이 미니트맨 III에 많이 넘어왔다. 그래서 50년 전보다는 많이 보완되었으며 계속 현대화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도 미니트맨 III이 너무 낡았다는 걸 인정하는지 2010년대 중반 차세대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을 검토하기 시작해 현재는 LGM-35A 센티넬이라는 이름의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2029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 적의 목표물이 된 지하 발사대
미니트맨 III은 지하 발사대에 곧바로 발사가 가능한 상태로 보관되어 있다. 고정식 발사대는 당연히 적의 첫 번째 목표물이 된다. 그래서 미국은 지하 발사대의 입구를 47기압의 압력을 견딜 수 있게 만들었으며 넓은 지역에 분산 배치했다. 또 미국 내륙에 건설해 적이 쉽게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기술 발달로 미사일의 정확도가 올라가면서 적의 핵미사일이 지하 발사대를 근접 타격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래서 미국은 1991년 차량 이동식 대륙간 탄도미사일인 MGM-134 미지트맨(Midgetman) 개발을 시도했다. 하지만 냉전 종식을 이유로 이듬해 1월 취소했다.
소련은 해체됐지만 여전히 러시아가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속속 개발하고 있고 중국, 북한도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 실전 배치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지하 발사대를 고집한다. 새로 개발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인 센티넬도 지하 발사대를 이용한다.
미국만큼 국방비를 많이 쓰는 나라가 돈을 아끼려고 러시아, 중국, 북한도 운용하는 이동식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지 않을 리는 없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미국의 기술력이 뒤떨어지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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