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총을 들 수 있습니다. 나중에 총 드는지 안 드는지 지켜보십시오.”
이 말은 국정원 수사관 이승재가 국정원 조사실에서 이른바 ‘창원 간첩단 사건’으로 연행된 ㄱ 씨에게 한 말이다.
장경욱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국가보안법 폐지 TF 단장은 1일 오후 2시 서울 정동의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정권 위기 국면전환용 공안 탄압 저지, 국가보안법 폐지 대책위원회’(아래 공안 탄압 대책위) 발족식에서 위와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장 변호사가 공개한 ㄱ 씨의 확인서에 따르면 국정원 수사관 이승재는 ㄱ 씨가 변호인이 참여하는 가운데 조사를 받겠다고 하자, 이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더니 얼마 뒤 조사를 끝내고 카메라를 끈다고 통보한 뒤에 위협적인 표정을 지으며 ‘총’을 운운했다고 한다.
장 변호사는 “이승재의 행위를 개인의 돌발적인 행위가 아니라 국정원장의 파렴치한 종북몰이의 수작으로 보고 이를 공수처에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압수수색 영장에 있는 피의사실이 그대로 유포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국정원 안보수사국장, 국정원 대변인, 조선일보, 문화일보, 동아일보 기자를 공수처에 고발했다”라고 덧붙였다.
장 변호사는 “신공안 정국을 만들어나가는 무지하고 무도한 이들이 얼마 안 가서 국민한테 사과하고 죗값을 처벌받을 날이 올 것”이라며 “이들의 만행을 반드시 국민의 이름으로 응징하고 변호인으로서 피해자와 가족과 힘을 합쳐 싸워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발족한 공안 탄압 대책위에는 전국의 종교, 시민, 진보 단체가 대거 합류했다. 그리고 윤석열 정권의 공안 탄압의 심각성에 공감한 듯 발족식 현장에도 수십 명이 참석했다.
함세웅 신부는 “검찰은 자유당 때 경찰의 하수인이었다. 박정희 때는 군부독재 중앙정보부의 하수인, 전두환 때는 군인들의 졸개였다. 87년 6월 항쟁 이후에 우리가 민주주의를 확보해 검찰권을 회복했는데 이자들이 지금 검찰권을 남용하고 있다”라면서 “우리가 이승만, 박정희 시기의 공안 탄압을 전부 이겨냈다. 윤석열과 그 졸개들 무릎 꿇고 회개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라고 강조했다.
박석운 상임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국가보안법으로 난리 치는 이유는 첫 번째로 정권의 위기를 모면하고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며, 3월 중으로 예상되는 헌법재판소의 국가보안법 2조, 7조에 대한 위헌 결정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저지만 해서는 안 된다. 공격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검찰 독재를 하는 윤석열 정권에 대해 전면적인 투쟁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발족식에서 각계의 규탄 발언이 있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국정원과 경찰은 이미 언론을 통해서 사실상의 여론 재판으로 결론을 내놓고 결과를 짜 맞춰가는 수사를 하고 있다”라면서 “우리는 10년 전에 이와 비슷한 일을 경험한 바가 있다. 이른바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으로 시작해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까지 이어진 사건이다. 당시 내란음모도 없었고 RO라는 조직도 없었다는 것이 재판결과였다. 하지만 내란음모는 사회적으로는 기정사실화돼 있었다”라고 국정원의 여론몰이를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서 국민과 민주화 운동 세력, 진보 세력들이 지난 수십 년간 애써 피 흘리고 투쟁하고 희생하며 쟁취한 민주주의가 더 후퇴하지 않도록 윤석열 정권에 맞서서 모두가 힘을 합쳐서 함께 싸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원오 전국농민총연맹 의장은 “전농, 민주노총, 진보당 등 한국 사회에서 투쟁할 수 있고 조직력이 있는 단체를 ‘간첩’이라는 것으로 덮어 씌워 움직임을 제약하려는 것이 윤석열 정권의 공안 탄압 목적”이라고 말했다.
박종철 공안 탄압 경남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고 하는데 창원 사격 선수권 대회 응원은 지령이고, 평창 올림픽 때 버스 5대로 가서 응원한 것은 왜 지령이 아닌가. 친일 적폐를 청산해야지 친일파에게 손뼉을 쳐야 하는가. 한미연합훈련은 지금도 반대하고 있다. 그 외에도 지령을 받았다는 모든 내용이 한심하다. 이것을 가지고 어떻게 간첩단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는가”라고 성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교회와사회위원회 위원장인 이재호 목사, 김경민 한국 YMCA 사무총장, 황인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등도 윤석열 정권의 공안 탄압에 맞서 투쟁하자는 내용으로 발언했다.
공안 탄압 대책위는 기자회견문에서 “탄압이면 항쟁이다. 정권의 위기와 실정을 가리고, 국면전환용 공안 탄압 자행하는 윤석열 정권을 반드시 심판하자”라고 호소했다.
한편 공안 탄압 대책위는 오는 11일 국정원 앞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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