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에 “나를 제발 사랑하는 딸과 남편, 부모, 형제가 있는 평양으로 보내달라”라고 12년째 간절히 외치고 있는 평양시민이 있다. <나는 대구에 사는 평양시민입니다>의 저자 김련희 동포다. 평양의 평범한 아줌마였다는 김련희 동포는 어쩌다 한국에 오게 되었을까. 그리고 왜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2월 7일, 김련희 동포가 평화통일 운동단체인 ‘자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 대담에 출연했다. 가족과 생이별을 당한 ‘현대판 이산가족’ 김련희 동포의 대담 내용을 소개한다.
2011년 6월, 김련희 동포는 중국에 있는 친척 집을 방문했다. 평소 간이 안 좋았던 그녀는 치료비를 벌고 싶었다. 이런 그녀의 사정을 잡아낸 탈북브로커는 “불법체류자로 (한국에 가서) 많은 돈을 벌어 올 수 있다. 그다음에 중국에서 치료받고 북으로 가면 된다.”, “중국에서 1년 동안 벌어야 하는 돈을 한국에서는 2달이면 벌 수 있다”라고 그녀를 구슬렸다. 세상 물정을 모른 순수함이 죄라면 죄일까. 한 번 가면 돌아올 수 없는 길임을 뒤늦게 알게 된 그녀는 한국으로 가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탈북자 1인당 300만 원의 수입을 얻는 브로커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탈북을 원한 게 아니다. 집으로 돌려보내 달라”라고 애원했지만, 대한민국 누구도 그녀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북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했던 것 때문에 국정원에서 ‘신원 특이자’로 분류되었다. 다른 탈북자들이 대한민국에 정착하고 6개월이면 받는 여권을 그녀는 북으로 도망갈 수도 있다는 이유로 발급받지 못했다.
2011년 당시 평양에는 17살 된 딸이 있었다. 어떻게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김련희 동포는 ‘간첩이라고 하면 나를 강제 추방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아는 탈북자들의 정보를 수첩에 적고, 나는 간첩이라며 자수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은 그녀를 왜 북으로 보내지 않고 있는 것일까. 대담에서 김련희 동포는 “정부가 나를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보낼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통일부는 기자들이 왜 안 보내는지 질문을 하니까, 첫째 김련희를 보내면 북에서 체제 선전용으로 쓸 거 아니냐, 둘째 현재 남쪽에 3만 명의 탈북자가 있는데 김련희를 보내서 선례를 만들어 놓으면 너도나도 가겠다고 하면 그걸 어떻게 막을 거냐고 했다”라고 말했다. 김련희 동포는 “솔직히 저는 북에서 대학도 못 나왔다. 정말 평양 시내 거리에서 흔히 보는 일반 아줌마인데 이런 아줌마 하나 북에 보낸다고 세계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이 흔들리겠나. 그건 너무 어리석은 생각이다”라고 주장했다.
브로커의 말에 속아 밟게 된 대한민국 땅은 분단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곳이었다. 가족에게 가고 싶은 그녀의 몸부림은 어느덧 12년째 짓밟히고 있다. 대담에서 김련희 동포는 “처음에는 이 남쪽이 정말 미웠다. 나중에는 막 증오심도 생기도 반감도 생기고 그랬는데, 좀 지나면서 보니까 ‘분단 탓이지. 분단이 아니었으면 국정원이 왜 그러겠어. 분단 고착해서 자기네 권력 지켜야 하니까 정치인들도 어쩔 수 없이 그러는 거겠지’ 생각이 들었다”라며 분단이라는 구조적 상황을 미워하되 남쪽 사람을 미워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표현했다.
대담을 마무리하며 김련희 동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정치도 모르는 일반 아줌마다. 남쪽에서 12년을 살면서 참 답답했던 게 왜 북쪽이라고 하면 ‘빨갱이’라는 정치적 낙인을 제일 먼저 찍을까? 북에 가겠다니까 빨갱이라고 하는데 좀 여러분의 가족이라고 한 번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라며 분단과 정치 논리 없이 가족에게 가고 싶은 마음에 그대로 공감해주기를 부탁했다. 그리고 “남과 북이 함께하기 위해 같은 점을 찾아보자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러기보다 다른 것부터 그냥 인정해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사실이라고 믿기 힘든 그녀의 기구한 12년 세월이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 분단과 대결의 색안경을 끼고 ‘평양의 평범한 아줌마’를 바라보는 정치인들의 좁은 시야가 안타깝다.
그녀의 이야기를 다룬 대담, <나는 대구에 사는 평양 시민입니다>는 아래 링크를 통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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