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정상인과 똑같이 차별받지 않고 역량을 다 발휘할 수 있게끔 하겠다.”
“우리 당(국힘당) 의원들에게 말해서 다음 해 초 열리는 국회 임시회 때 여야 합의로 최대한 빠르게 법안이 통과되도록 하겠다.”
위는 지난 2021년 12월 8일, 당시 국힘당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통과를 촉구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장애인 운동단체 활동가들 앞에서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은 ‘장애인과 정상인’을 구분하며 장애인을 비정상인으로 보는 듯한 발언으로 장애인 활동가들의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이보다 더 심각했던 건 장애인 활동가들을 향한 경찰의 폭력 대응이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서울의 한 소극장으로 선거 유세를 오기로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경찰 수십여 명이 휠체어를 타고 근처에서 윤 대통령을 기다리던 장애인 활동가들을 빙 둘러쌌다. 윤 대통령 일행과 활동가들의 만남을 막으려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활동가는 경찰이 든 방패에 찍혀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경찰의 폭력 대응을 문제 삼지 않았다. 말로는 장애인을 위하겠다면서 장애인에게 관심이 없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윤 대통령의 태도는 같은 당 장애인 국회의원을 대하는 모습에서도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2021년 12월 13일, 국힘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장애인복지지원본부가 연 행사해 참가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1급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힘당 국회의원의 시각안내견을 여러 차례 쓰다듬어 논란이 됐다.
시각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을 대신하는 눈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시각안내견을 함부로 쓰다듬으면 안 된다는 건 장애인 사회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주인이 아닌 사람이 만져 자극을 주면 안내견에게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행사에 참가하면서도 기본 상식조차 알려 하지 않았던 윤 대통령이 장애인의 삶과 권리향상에 관심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후 당선된 윤 대통령은 ‘관심 없음’을 넘어 장애인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탄압하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 2022년 3월 14일, 전장연 등 장애인 운동단체 활동가들이 당선인 신분인 윤 대통령의 집무실을 찾아 장애인권리예산 요구안을 전달하려 했다. 하지만 경찰 100여 명이 집무실이 있는 금융감독연수원 연수원 주변에 울타리와 벽을 세워 활동가들을 막았다. 윤 대통령 측은 ‘요구안을 받아올 실무자가 없다’라면서 만남을 아예 거부했다.
당시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윤 당선인은 장애인을 위해 10초도 못 낸다는 건가? 장애인은 국민이 아닌가?”라며 분노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으로 취임한 윤 대통령은 장애인 이동편의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전장연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장애인도 사람이다.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해달라’라며 윤 대통령에게 대화와 만남을 요청한 장애인 활동가들에게 돌아온 답은 탄압이었다.
지난 2022년 12월 9일,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전장연 시위자들이 소수자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사법적 대응의 대상에서 제외됐다”라면서 “정부는 법과 원칙에 기반해 강제 연행, 손해배상 소송 등 최후의 조치를 생각해볼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도 전장연 시위에 대해 법과 원칙을 기준으로 엄정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경찰이 움직였다.
지난 2월 16일,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혜화역에서 지하철 탑승 선전 활동을 한 박경석 대표에게 ‘2월 17일까지 경찰에 출석하라, 20일까지는 출석 여부를 밝혀라’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박 대표는 3월 10일 기준 현재까지 경찰의 출석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경찰이 언제든지 박 대표를 체포하고 전장연 등 장애인 운동단체를 겨눈 강제·표적 수사에 나설 것이라는 시선이 적잖다.
검경과 국정원을 동원해 진보진영을 탄압하는 윤석열 검찰공화국의 칼날이 동시에 장애인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탄압을 두고 박 대표는 지난 2월 20일 ‘비마이너’와의 대담에서 “‘적’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대상에 대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샅샅이 뒤지는 중인 것 같다”라면서 “그렇다고 힘없는 사람들이 자기 권리를 위해 싸워온 역사의 흐름을 포기한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라고 강조했다.
장애인 권리향상을 위해 투쟁해온 전장연을 탄압하는 윤석열 정권 아래에서 장애인의 권리, 삶의 질 전반이 무너지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권은 장애인 복지의 공공성을 깨트리는 이른바 ‘개인예산제’를 검토 중이다. 정부가 일정한 재정을 지원하면 ‘주어진 액수’에 맞춰서 각 장애인이 민간 복지 서비스를 알아서 찾으라는 취지다. 국가가 장애인을 책임지지 않고 민간에 떠넘기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은 장애인 건강 관련 지원과 예산도 크게 삭감했다.
이를 두고 지난 2022년 12월 15일, 이용석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정책위원은 “‘건강권’의 측면에서 볼 때 정작 공공재활병원과 의료비 지원 등은 대폭 삭감한 데다 장애인건강권법에서 중시하는 주치의제 등과 관련해선 예산 책정도 없다”라고 윤석열 정권의 장애인 정책을 비판했다.
권재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사무총장도 ‘더인디고’와의 대담에서 “장애인 정책과 예산의 철학이 부재하다”라고 윤석열 정권에 낙제점을 줬다.
윤 대통령이 앞장서서 장애인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장애인을 벼랑 끝으로 떠미는 윤석열 정권은 하루라도 빨리 끌어내려야 한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석열, 장애인, 퇴진, 위협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