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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매국협상] 2. 일본은 사죄를 거부했다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3/03/29 [09:58]

[한일매국협상] 2. 일본은 사죄를 거부했다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3/03/29 [09:58]

한일정상회담 이후 일본이 식민지 범죄를 사죄하지 않은 것을 두고 각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 사죄와 관련한 윤석열 정부의 인식은 ▲사죄가 중요하지 않고 ▲일본은 이미 충분히 사죄했기 때문에 더 이상 사죄를 요구하지 말자는 것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6일 “일본으로부터 새로운 사죄를 받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하였다. 

 

대통령실도 16일 “사과를 한 번 더 받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하였다. 

 

윤석열 대통령도 21일 국무회의에서 “일본이 이미 수십 차례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표했다”라고 하였다. 

 

사죄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바라는 행위다. 

 

과거사를 청산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가해자가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데 미래로 나아가자는 것은 가해 행위를 덮고 넘어가자는 것이며 이는 2차 가해가 된다. 

 

가해자가 쉽게 사죄하지 않는 이유도 사죄를 하면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것으로 되고 처벌이나 배상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이 과거 한반도를 식민 지배하면서 온갖 만행을 저지른 죄행을 인정하는지, 그리고 반성하는지 확인할 첫 관문이 사죄 문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일단 일본의 사죄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인식한다. 

 

이는 일본이 잘못했다고 여기지 않거나, 일본의 잘못이 크지 않다고 여기거나, 일본의 잘못을 덮어주고자 하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모습이다. 

 

또 윤석열 정부는 일본이 이미 충분한 사죄를 했기 때문에 다시 사죄할 필요가 없다고도 한다. 

 

물론 무라야마 담화(1995년), 고노 담화(1993년), 간 담화(2010년) 같은 사죄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이런 담화에는 전쟁범죄를 인정한다는 내용이 없어서 반쪽짜리 담화라고 할 수 있다. 

 

강제동원 사실을 부정한 경우도 있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일본 정부가 이런 담화와 반대되는 행동을 반복했다는 점이다. 

 

식민 지배를 반성한다면서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한다거나, 장관들이 과거사를 부정하는 발언을 하고 교과서에도 왜곡된 역사를 담는 식이다. 

 

지난 1월 유엔 인권 검토 회의에서도 일본은 강제노동은 없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 3월 28일 일본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초등학교 새 교과서에도 강제동원 내용을 축소하고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고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간다.

 

식민 지배를 전혀 반성하지 않는 모습이다. 

 

한쪽에서는 사죄를 하고, 다른 쪽에서는 ‘우리는 잘못이 없다’면서 가해자를 떠받든다면 이걸 진정성 있는 사죄라고 할 수 있을까?

 

요즘 사회 쟁점으로 떠오른 학교폭력(학폭)으로 비유하자면, 학폭위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죄하고서 학교 밖에 나가서는 ‘나는 잘못 없다. 피해자가 맞을 짓을 했다’고 떠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또한 설사 진정성 있는 사죄를 했다고 해도 피해자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반복해서 또 하는 게 당연하다. 

 

피해자가 받아들이지 않는 사죄는 일방적인 발언일 뿐 사죄라고 할 수도 없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미안하다, 됐냐?”라고 하는 걸 우리는 사죄라고 부르지 않는다. 

 

제대로 된 사죄는 피해자가 받아들일 때까지 하는 것이다. 

 

또 자기 잘못을 인정한다면 사죄를 여러 번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독일도 과거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범죄를 두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죄하였다. 

 

그런데 아베 신조 총리는 2015년 8월 14일 담화에서 “전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우리의 아이들, 손자, 그리고 그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사죄를 계속하는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라며 앞으로 일본은 추가 사죄를 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전에 사죄했으니 앞으론 하지 않겠다’라는 선언인데 잘못을 반성하는 가해자의 태도가 아니다. 

 

나아가 피해국인 한국의 윤석열 정부도 가해국 일본의 태도를 수긍하고 대변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마치 학폭 가해자가 “학폭위에선 어쩔 수 없이 사죄했지만 사실 난 잘못한 게 없고 맞은 녀석이 맞을 만했다”라고 떠드는데 피해자 부모가 자녀에게 “알고 보니 가해자 집안이 잘사는 집안이더구나. 저쪽에서 뭐라 하든지 그냥 얼른 용서해주자”라고 설득하는 꼴이다. 

 

이번에 윤석열 정부가 강제동원 해법을 발표하자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6일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확인한다”라고 하였다. 

 

이를 두고 윤석열 정부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일본의 반성과 사죄가 담겨 있으니 이번에도 일본이 사죄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일본이 직접 사죄 표현을 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으며 더 중요하게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표현을 쓴 점이 심각한 문제다. 

 

‘역대 내각의 입장’에는 일본의 잘못을 부정하는 입장도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2012년 출범한 아베 총리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고, 식민 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했으며 반성과 사죄를 뺀 아베 담화(2015년)를 발표하기도 했다. 

 

결국 일본의 태도는 ‘사죄’와 ‘사죄 거부’ 모두 계승한다는 것인데 피해자의 처지에서 볼 때 이것은 사죄를 거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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