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아래 촛불대행진)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사진작가 이호 씨와 서면 대담을 나눴다.
1.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촛불행동에서 여러분의 기록을 남기고 있는 사진작가 이호입니다. 대담으로 시민들을 만날 기회가 생겨서 행복합니다. 지난해 8월 6일 공식적으로 1차 촛불대행진이 시작되었지만, 사실은 2022년 대선 끝난 지난해 3월 말부터 당선인 윤석열에게 경고하는 시위가 있었고,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그때부터 촛불대행진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2. 촛불대행진의 사진을 찍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2022년 3월 26일. 정말 오랜만에 아내와 경복궁으로 데이트를 나갔어요. 총선과 지선 그리고 대선으로 이어지는 긴 촬영으로 함께 많이 못 보냈죠. 비록 안타깝게 대선에서 민주진영이 패배했지만 오랜만에 시간을 내서 데이트했죠. 그런데 제가 장소를 잘못 선택한 것일까요(웃음). 경복궁 앞에서 그 당시 당선인 윤석열에게 청와대 이전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시위행렬을 마주치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대열 속에서 김민웅 교수님(현 촛불행동 상임대표)을 만나게 됐어요.
김민웅 교수님과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추미애 캠프’에서 함께 일했던 경험이 있어 서로 알고 있었죠. 교수님이 “내가 오늘 마지막 연설을 하는데 사진을 찍어줄 수 있어?”하고 물으셨고 흔쾌히 “네”라고 대답했던 것이 제 삶을 통째로 바꾸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죠. 그 후로 매주 광장에서 시간을 보낸 것이 1년이 넘었습니다.
3. 사진 전시회도 하셨는데, 사진작가가 원래 주업인가요?
아니에요. 저는 영어학자입니다. 원래는 인천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었고요. 1999년인가 TOEIC 책 집필을 위해서 사진기를 본격적으로 들기 시작했죠. 그러다가 광우병 집회, 조국 수호 집회 등의 사진을 찍게 되었죠. 그 후에 총선과 지선, 대선 등의 사진을 찍을 기회가 생겨서 민주시민들을 모델로 삼아 촬영하고 있어요. 지금도 영어 수업을 하고 있죠.
혹자는 ‘사진이 전공이 아닌데 어떻게 사진을 찍나요?’하고 물으시는데요. 천문학을 전공한 사람만 밤에 별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내면의 감정을 사진으로 담아내려 노력하고 있어요.
4. 사진 찍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참가자들의 ‘시선’입니다. 시선은 그 사람의 표정을 만들어내고, 표정은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감정을 드러내죠. 우리가 원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열망과 답답함, 분노, 슬픔, 그리고 기쁨과 환희! 이 모든 것을 사진으로 담고 기록해서 우리 스스로 이 사진을 다시 볼 기회가 생겼을 때 참을 수 없는 열정을 되돌려드리고 싶어요. 촛불대행진 사진의 주인공은 바로 이 집회에 참여하시는 시민들이니까요. (웃음)
5. 촛불대행진 중 가장 감명 깊었던 장면을 꼽으신다면.
매 순간이 감동인데요. 하지만 몇 장면을 꼽자면 첫 번째로 10.29 참사가 발생한 바로 다음 주에 있었던 촛불대행진에서 한 참가자의 ‘눈물과 외침’이었습니다. 60은 넘어 보이시는 한 중년의 남성분께서 슬픔을 가누지 못하시고 목 놓아 우시면서 이렇게 외치셨어요.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사진을 촬영하는 저도 함께 울면서 촬영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또 다른 한 가지 명장면은 늘 함께하는 민주시민의 모습입니다. 100여 명 정도가 무대도 없이 계단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시작했던 촛불대행진이 이제는 매주 시민들이 광장을 가득 메워주시죠. 시민들을 보면서 감사함과 기쁨이 넘쳐납니다.
6. 자주시보 독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민주의 현장에 항상 자주시보가 있습니다. 모두 건승하시고, 승리의 그날 광장에서 기뻐하는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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