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독성 유해 물질로 오염된 용산미군기지가 환경 정화작업이 완전히 생략된 채 어린이날을 맞아 ‘용산 어린이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개방되자 시민사회단체가 이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윤석열 정부는 용산 대통령집무실 옆 미군기지 부지를 기존 ‘용산공원’에서 ‘용산 어린이 정원’으로 명칭을 바꿔 다시금 개방하겠다는 방침을 지난달 발표했고,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녹색연합과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아래 용산시민회의)는 4일 오전 10시 용산 미군기지 14번 게이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시민을 위험한 공간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원의 개방을 즉시 중단할 것을 윤석열 정부에 촉구했다.
이날 초등학생 학부모이자 용산구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는 용산주민 김종곤 씨는 “정말 깨끗해서 어린이들을 부르는 것이고 스포츠 경기를 하는 것이라면 국민과 용산주민들에게 용산미군기지 오염 수치를 소상하게 공개해야 한다”라면서 “어릴 적에 어른들이 미군기지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말씀들을 하셔서 무서워서 감히 못 왔었다. 나 역시 우리 아이에게 절대 가지 말라고 말하겠다. 오염정화 없는 공원개방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이들을 학대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은희 용산시민회의 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시범 개방 때는 흥행에 실패했던 교훈 때문인지 야구와 축구 경기를 연다는 둥 축구경기장을 초등학생들에게 대여해 준다는 둥 하면서 용산구청과 용산의 초등학교들을 동원하고 있다”라고 개탄했다.
이어 “정부는 흙을 덮고 잔디와 나무를 심으면 괜찮을 것이라고 하지만 안전하다고 하려면 그 근거로 꼽았던 ‘토양안정성 보고서’를 공개해야만 한다. 수조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환경정화를 건너뛰고 공원으로 개방해버리면 미국에 오염책임의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오염된 용산기지 개방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임기가 단축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는 ‘오염자 부담원칙’을 적용하여 미군기지 환경오염을 미군 측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자 했으나 정부는 반환받기 전, 정화에 대한 책임을 묻지도 않았고, 오염된 땅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시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개방을 멈추고 오염자 원칙에 따른 정화에 착수해야 한다. 오염물질을 방치한 졸속 개방, 위험한 곳으로 시민들을 안내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참가자들은 방독면과 방역복을 착용한 채 ‘오염된 땅에 초대받은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상징의식을 해 이번 ‘용산 어린이 공원’ 개방의 위험성을 꼬집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용산미군기지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