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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청춘을 만나고 싶다면···가시라 포천 승진훈련장 앞으로”

화력격멸훈련 반대 대학생 농성단 밀착 취재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3/06/08 [14:02]

“진정한 청춘을 만나고 싶다면···가시라 포천 승진훈련장 앞으로”

화력격멸훈련 반대 대학생 농성단 밀착 취재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3/06/08 [14:02]

경찰의 뒤통수를 친 농성단의 기습 시위

 

“한반도 핵참화 불러오는 화력격멸훈련 즉각 중단하라!”

 

한미가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하고 있는 ‘한미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아래 화력격멸훈련)이 실시되는 지난 7일 오전 9시 포천의 승진과학화 훈련장 앞에서 한 명의 대학생이 이같이 외치고 있었다.

 

이 학생은 지난 5월 29일부터 승진훈련장 앞에서 농성하는 ‘한미 연합 화력격멸훈련 반대 대학생 농성단’(아래 농성단) 단장 ㄱ 씨이다. 대학생들은 화력격멸훈련이 한반도의 핵참화를 불러올 수 있다며 화력격멸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다.

 

▲ 농성단 단장 ㄱ 씨.  © 김영란 기자

 

약 30명의 학생이 농성단에 참여하고 있다. 농성단은 훈련장 앞 1인 시위, 항의 투쟁, 포천과 서울에서 기자회견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어느덧 농성을 시작한 지 열흘이 넘어, 학생들의 얼굴은 검붉게 그을렸지만 웃음을 잃지 않고 있다.

 

경찰은 ㄱ 씨 주변에 경찰 통제선을 설치했으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승진훈련장 안쪽에는 경찰 버스 5~6대가 주차돼 있다. 경찰 지휘관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여기저기 무전을 하며 무엇인가 대비하고 있었다.

 

경찰이 이렇게 긴장하는 것은 이날 군이 국민참관단 앞에서 화력격멸훈련을 하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5월 25일, 6월 2일, 6월 7일, 12일, 15일 다섯 차례 훈련에 국민참관단 1,500명 정도를 모집해 훈련 모습을 보인다. 

 

지난 2일, 화력격멸훈련이 진행되는 시간에 맞춰 농성단 4명이 훈련장 진입 시도 투쟁을 벌여 경찰이 혼쭐난 바 있다. 그래서 이날도 혹시 농성단의 기습적인 투쟁이 있을까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아래 민족위) 회원 8명도 이날 ‘포천 평화버스’를 타고 훈련장에 와 함께 투쟁했다. 민족위는 훈련이 진행되는 날마다 결합해 농성단과 함께 투쟁한다.

 

▲ 민족위 회원들과 농성단 투쟁 모습.  © 농성단

 

오전 10시가 넘자 훈련장 위로 헬기들이 날아다녔다. 헬기 프로펠러 소리가 커 집회에서 확성기로 연설해도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헬기들은 훈련장 상공을 30여 분 동안 날아다녔다.

 

농성단과 민족위 회원들은 김밥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국민참관단을 태운 버스가 오는 시각에 맞춰 현수막과 선전물을 들고 선전 활동을 했다. 목소리 높여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참화를 막아야 한다”, “핵참화 불러오는 화력격멸훈련 중단하라”, “전쟁광 윤석열은 물러나라”, “한반도에 전쟁 일으키려는 주한미군 철수하라” 등을 외쳤다.

 

버스에 타고 있던 국민, 군인은 이 광경을 유심히 지켜봤다. 국민과 군인의 마음속을 알 수는 없지만 화력격멸훈련에 대한 생각을 한 번 더 하는 계기로 됐으리라 판단된다.

 

농성단원 대부분이 훈련장 입구에서 참관단을 태운 버스를 향해 선전 활동을 하는데 갑자기 20여 분간 버스가 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4명의 농성단원이 훈련장 입구에서 좀 떨어진 도로 위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농성단원 4명의 손에는 ‘주한미군 철수’, ‘화력격멸훈련 중단’이라고 적힌 작은 현수막이 들려 있었다. 농성단원은 과감히 버스 앞을 가로막고 구호를 외치며 20분간 시위를 벌였다. 버스가 차선을 바꿔 이동하려 하면 그 앞을 막으며 목이 쉬도록 구호를 외쳤다. 

 

▲농성단의 기습 시위 모습.  ©김영란 기자

 

훈련장 입구 앞에서 농성단의 기습 시위에 대비했던 경찰은 혼비백산해 달려왔다. 수십 명의 경찰이 와 여학생 농성단원들을 마구잡이로 연행했다. 농성단원들이 저항하자 남녀 경찰을 가리지 않고 7~8명이 달려들어 여학생 농성단원을 호송차에 태우려 안간힘을 썼다. 과정에서 수갑을 채우기도 하고, 완강하게 저항한 농성단원 1명은 길바닥에 내동댕이쳐지기도 했다.

 

훈련장 입구에서 선전 활동을 하던 20여 명의 농성단원은 뒤늦게 기습 시위를 영상으로 확인했다. 그러더니 농성장 일대를 정비하고, 포천 시내로 나갔다. 포천경찰서 앞에서 연행된 농성단원 석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서였다.

 

농성단원은 기습 시위를 한 4명의 투쟁 영상을 보면서 “경찰이 또 수갑을 채웠다”, “다치지 않았을까 걱정된다”, “어떻게 20분 동안 버텼지, 정말 잘 싸웠다”라는 말을 하면서 투쟁 의지를 높였다.

 

‘내’가 아닌 ‘조국’에 대한 사랑으로 

 

농성단을 왜 결합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농성단원들은 이렇게 답했다.

 

“윤석열 정권 들어 전쟁 훈련이 계속되고 있다.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 전쟁이 나면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 국민이다. 전쟁을 막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 농성단을 하고 있다.”

 

“전쟁이 나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볼 텐데 미국은 이런 것을 전혀 상관하지 않은 채 계속 윤석열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에 대한 분노로 농성단에 결합했다.”

 

“화력격멸훈련을 본 국민의 인터뷰를 보고 결합했다. ‘북한과 싸워 이길 수 있겠다’라고 말하는 국민의 모습을 보고 윤석열 정권이 국민에게 반북 대결 의식을 세뇌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훈련으로 한반도 정세가 얼마나 심각해지는지 알려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 국민의 생명은 위험해진다. 그런데 미국이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을 반대하는 것이 지금의 자주독립운동이라는 마음으로 농성단에 왔다.”

 

“훈련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언론 보도가 나오지만, 훈련의 위험성을 제대로 보도하는 언론은 없는 것 같다. 지금 한반도 정세가 얼마나 심각한지 국민에게 알리고 싶었다.”

 

“오발령 사태 이후에 농성단에 왔다. 경보로 많은 국민이 불안에 떨었다.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는 이번 훈련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구호를 외치는 농성단.  © 김영란 기자

 

승진훈련장은 산속에 있다. 훈련이 없는 날은 고요하고, 분위기는 평화롭다. 6월의 푸른 하늘과 이곳에서 농사를 짓는 주민들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래서 농성단원들은 ‘숲속의 아이들’이라는 별칭으로 유튜브 생방송을 하기도 한다. 

 

농성단장인 ㄱ 씨는 “농성장 앞을 계속 지나가는 수많은 군용차량을 바라보면서, 전쟁훈련과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도록 파란 하늘과 푸른 들판의 포천 시골 마을을 바라보면서, 그곳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행복하게 웃고 있는 해맑은 미소를 보이는 우리 국민을 바라보면서, ‘밥은 어떻게 먹느냐? 상추가 먹고 싶으면 우리가 상추 농사를 하니 상추를 원 없이 줄 수 있다’고 말씀하는 주민들을 바라보면서 전쟁만큼은 반드시 막아야겠다, 이런 결의가 더 높아지고 있다. 아름다운 땅에서, 아름다운 국민이 살아가는 이 땅에서 전쟁만큼은 절대로 안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농성단원인 ㄴ 씨는 “밤에 농성하면서 장갑차 지나가는 소리가 너무 커 놀랬다. 새벽에 이런 굉음들이 조용한 이 마을의 평화를 파괴하고 있다. 그런데 마을 주민분들은 이런 소리에 익숙하다고 말씀하시는 게 너무 속상했다”라며 “포천에 군부대가 20여 개 있다고 한다. 분단으로 인한 아픔, 분단을 악용하는 미국에 대한 분노가 치민다”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20대 대부분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 농성단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농성에 결합하느냐고 물었다.

 

농성단원 대부분은 “아르바이트하는 날은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 끝내고 온다”라고 말했다. 

 

다른 농성단원 ㄷ 씨는 “농성하려고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다. 농성이 끝난 뒤에 다시 구해야 한다”라며 웃으며 말했다.

 

농성단은 조국을 위해, 국민을 위해 자신의 생활을 희생하는 뜨거운 청춘들이다. 

 

  © 김영란 기자


국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농성단원들은 묵묵히 자신들의 활동을 지켜보며 지지와 성원을 보내는 국민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농성단원 ㄹ 씨는 “농성단이 늦은 밤에 ‘숲속의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유트브 생방송을 하고 있다. 그런데 늦은 밤에도 생방송을 보면서 댓글을 남기며 격려해주시는 국민이 많다. 너무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차를 타고 농성장 앞을 지나가던 시민이 농성단원의 연설을 듣고 차량을 멈춰 세우고 후원금을 준 적이 있다고 한다. 당시 시민은 지갑의 돈을 다 주면서 “이것밖에 없다”라며 미안해했다고 한다. 

 

음식을 준비해서 온 민족위 회원도 있었다. 또 다른 민족위 회원은 쉬는 날 농성장에 찾아와 농성단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 민족위 회원이 준비해 온 음식.  © 농성단

 

▲ 농성단과 음식을 준비해 온 민족위 회원의 사진.  © 농성단

 

특히 농성단원들이 기습 시위를 벌이다 연행되면 석방탄원서에 많은 국민이 참여해주고, 포천경찰서에 항의하며 농성단의 투쟁을 지지해주고 있다.

 

그리고 농성장 바로 옆의 펜션 주인은 농성단원들에게 화장실을 사용하라고 마음을 써주었고, 상추를 키우는 마을 주민은 학생들에게 상추를 주면서 필요하면 언제든지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이런 국민의 지지에 농성단원들은 늘 감사한 마음으로 더 열심히 투쟁하겠다는 각오를 세우고 있다.

 

“이 땅 청년의 양심은 굳이 맹세 안 해도

가슴에 들풀처럼 자라 애국의 한길로 간다

 

이 땅 청년의 기상은 꺾으려고 애써도

너의 뒤를 이어 내가 서고 끈질기게 솟아난다

 

미제와 매국노 총칼로 부지했지만

우리는 뜨거운 가슴 하나로 불패의 대오다

 

보라 우리 앞에 벼랑 끝이 나서도

한 걸음 더 나가리라 이게 바로 청년이다.” (노래 「청년의 기상」 가사)

 

농성단원을 만나는 내내 위 노래가 떠올랐다.

 

▲ 연행 학생 석방 투쟁을 하기 전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찍은 단체 사진.   © 농성단

 

왕복 2차선을 사이에 두고 한 편에서는 북한을 겨냥한 매우 위험한 전쟁 훈련이 훈련장에서 벌어지고, 그 맞은편에서는 ‘전쟁 훈련 반대 농성’이 벌어지는 포천. 그곳은 지금 이 땅에서 전쟁 세력이 누구이고 평화 세력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뜨거운 투쟁 열기와 서로를 위해 헌신하는 마음이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포천의 대학생 농성장에 가면 이 시대의 청춘들을 만날 수 있다.

 

▲ 농성단 후원 웹자보.  © 농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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