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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254] 바이든의 ‘시진핑 독재자’ 발언의 배경 ①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3/06/27 [09:12]

[아침햇살254] 바이든의 ‘시진핑 독재자’ 발언의 배경 ①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3/06/27 [09:12]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중국을 다녀온 직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라 불러 파문이 커지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6월 18~19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친강 외교부장 등을 두루 만났다. 국제 사회의 관심이 모인 이번 미중 대화의 결과를 두고 많은 이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하였다. 일단 반년 넘게 단절된 미중 고위급 대화가 재개된 것만으로도 큰 성과며 양국 모두 대화를 통해 양국 관계를 관리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 것도 중요하다는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도 겉으로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아래 현지 시각)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중 관계에 관한 질문을 받고 “우린 지금 여기 올바른 길 위에 있다”, “블링컨 장관이 대단한 일을 했다”라고 칭찬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바이든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모금 행사에서 중국 풍선 사태를 설명하면서 “내가 차량 두 대 분량의 첩보 장비가 실린 풍선을 격추했을 때 시진핑이 매우 언짢았던 이유는 그것이 거기 있는 사실을 그가 몰랐기 때문”이라며 “무엇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것은 독재자들에게는 큰 창피”라는 말을 하였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독재자’라고 지칭한 것이다. 

 

이 발언이 나오자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정치적 존엄을 엄중하게 침해한 것으로 공개적인 정치적 도발”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으며, 주미 중국대사관도 22일 성명에서 “중국 정치 체제 및 최고 지도자에 대한 최근 무책임한 발언들로 미국 쪽의 진의에 의문을 안 가질 수 없다”라고 항의했다. 

 

사태가 커지자 미국도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백악관에서 미-인도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내가 생각하는 바를 말하거나 말하기를 피하는 것으로 내가 무언가를 크게 바꾸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독재자’ 발언이 의도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또 “향후 가까운 시기의 어느 때에 시 주석과 만남을 기대한다”라고 하였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22일 파리에서 “그 발언들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과 나는 오해와 오산을 해소하기 위해 소통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믿는다”라며 오해를 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이 서둘러 수습에 나선 것을 보면 바이든의 ‘독재자’ 발언은 미중 관계를 깨기 위한 의도적 발언은 아닌 듯하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은 그 전부터 잦은 말실수 때문에 ‘치매’ 의혹이 있기는 했지만 대체로 기억을 잘 못해서 실수한 것이지 ‘독재자’ 발언처럼 어떤 정치적 용어를 두고 실수한 적은 많지 않았다. 아마도 바이든 대통령의 생각이 불쑥 말로 튀어나온 게 아닐까 싶다. 대통령의 발언은 국가 정책이 담기기 때문에 말 한마디를 해도 신중해야 하는 데 이런 실언을 한 걸 보면 바이든 대통령이 블링컨 방중 결과에 굉장히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마치 지난해 9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순방 중 바이든 대통령에게 무시당하고 기분이 나빠서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발언을 한 것과 유사하다. 즉, ‘독재자’ 발언은 바이든 판 ‘날리면’ 발언인 셈이다. 

 

1. 미국이 중국에 요구한 것

 

이번 블링컨 방중은 원래 올해 2월 5~6일에 예정된 것이었다. 지난해 11월 미중정상회담 후속 논의를 위해 고위급 대화를 이어 나가려던 이 일정이 갑작스러운 풍선 사건으로 연기됐다. 

 

풍선 사건이란 중국이 띄운 풍선이 미국 상공을 통과하자 2023년 2월 2일 미국이 이를 격추한 사건이다. 

 

미국은 이 풍선이 정찰 풍선이라며 명백한 주권 침해 행위라고 주장했고 중국은 기상 관측 등 과학연구에 사용하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미국은 최첨단 전투기인 F-22 랩터를 출격해 미사일로 풍선을 격추하였고 중국은 미국이 군대를 동원해 민간 무인 비행선을 공격했다며 항의했다. 이후 미 정보당국은 이 풍선이 상업용, 연구용 풍선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블링컨 방중은 무기한 연기되었고 미중 사이의 고위급 대화도 모두 끊겼다. 이후 미국은 군사 대화라도 하자고 거듭 요청했지만 중국은 철저히 거절하였다. 결국 미국은 세계 경제에서 중국을 따돌리겠다는 ‘탈동조화’를 부정하고 ‘위험 방지(디리스킹)’라는 그럴듯한 말을 지어내며 중국에 고개를 숙였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 방문을 끝내기 직전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풍선 국면’을 끝내야 한다고 발언했다. 꼬리를 내린 것이다. 지난 반년 동안 미중 대결 결과 미국이 패배했다고 볼 수 있다. 

 

양타오 중국 외교부 북미대양주사 사장은 이번 블링컨 장관 방중에서 중국이 미중 관계가 어려운 원인을 분명히 밝혔다면서 “특히 현재 미중 관계가 수교 이래 최저점에 놓인 이유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바탕으로 잘못된 대중국 정책을 폈기 때문”이라면서 “미국이 깊은 반성을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사실 중국 처지에서는 미국을 향해 뭘 한 게 없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중국의 대미 정책은 바뀐 게 없다. 미국이 중국을 향해 공격을 퍼붓다가 자기가 힘들어지고 위험해지자 공격을 중단하고 화해의 손을 내민 것이다. 따라서 이번 블링컨 방중에서 미국이 중국에 요구할 건 많지 않았다. 

 

먼저, 미중 관계에서 미국이 중국에 요구할 게 무엇이었을지 살펴보자. 

 

블링컨 장관은 베이징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대만 독립운동을 지지하지 않는다”라며 중국의 요구에 맞췄고 “우리는 중국과 ‘탈동조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이룩한 성과는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라며 중국 눈치를 봤다. 

 

그러면서 중국에는 대만해협과 동·남중국해 문제, 인권 문제 등에 관한 우려를 전달했으며 군사 회담 복원을 요구했다고 하였다. ‘우려 전달’에 관해 중국이 어떤 답을 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고 군사 회담 복원은 중국이 거부했다. 중국 언론들은 ‘관계 악화를 막는 데 합의를 했지만 관계 개선까지 기대하면 안 된다’라며 “미국 측의 후속 조치를 지켜봐야 한다”라고 하였다. 

 

사실 미국이 한 것도 아직은 ‘말’뿐이지 ‘행동’으로 뭘 한 것은 없다. 관세를 낮추지도 않았고, 반도체 관련 제재를 풀지도 않았고, 대만과 남중국해에서 군사행동을 중단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중국도 아직은 행동으로 상응 조치를 할 단계는 아니다. 

 

왕이 위원은 블링컨 장관에게 “중국에 대한 불법적인 일방적 제재를 취소하고, 중국의 과학기술에 대한 압박을 폐기하며, 중국의 내정에 대해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하였다. ‘행동’을 촉구한 것이다. 또한 대만 문제에 관해서는 “국가의 통일을 추구하는 것은 중국의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며, 모든 중국인의 운명이자 중국 공산당의 역사적 사명이다. 이 문제에 대해 중국이 타협하고 양보할 여지는 없다”라고 못을 박았다. 

 

아무튼 이번 블링컨 방중이 미중 관계에 관해 중국에 무언가 요구해서 관철하려는 목적으로 진행된 것은 아니기에 이를 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실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음으로, 러시아와 관련해 미국이 중국에 무엇을 요구했을지 살펴보자.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했다고 했으며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공급하지 않을 방침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정도는 미국이 얻을 수 있는 최대치라 할 수 있다.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반대한다거나, 대러 제재에 동참한다거나 하는 것은 애당초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러니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와 관련해 중국에 실망했다고 보긴 어렵다. 

 

끝으로, 북한과 관련해 미국이 중국에 무엇을 요구했을지 살펴보자. 

 

블링컨 장관은 19일 시진핑 국가주석 면담 후 베이징 미국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북한이 대화에 나서게 하고, 위험한 행동을 중단하게 압박할 ‘특수한 위치’에 있다”라고 하였다. 하지만 이에 관한 중국의 반응은 소개하지 않았다. 

 

아마 미국은 중국에 ‘북한의 군사행동을 막아달라’, ‘북미 대화를 중재해 달라’는 두 가지 요구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을 통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은 미국도 이미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2022년 2월 4일 한미연구소가 주최한 화상 대담에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국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중국과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게 가능할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중국과 논의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중국을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불가능하다면서도 당장 미국이 할 수 있는 건 중국에 매달리는 것밖에 없다는 푸념 섞인 발언이다. 

 

블링컨 장관이 중국의 반응을 소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예상대로 중국은 미국의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과 관련해 어떤 정보를 주었을 수는 있다. 중국 환구시보는 20일 사설에서 “우리는 블링컨이 미국에 돌아가 중국에서 받은 정보를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전달하여…”라고 하였는데 여기서 ‘정보’라는 표현을 굳이 사용한 게 특이하다. 보통은 ‘우리 측 입장’이나 ‘우리가 보낸 메시지’라고 하지 ‘정보’라고는 하지 않는다. 즉, ‘정보’에는 중국의 입장이 아닌 제3국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미국에게 필요한 것은 러시아보다 북한의 정보다. 러시아에 관한 군사 정보는 아마 중국보다 미국이 더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 정보는 미국이 가진 게 거의 없다. 특히 북한의 군사 관련 정보가 미국은 절실하다. 아마 중국이 북한의 군사 동향, 예를 들어 북한이 미국을 향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정상 각도로 발사하는 훈련을 할 거라는 등의 정보를 제공했다면 그것은 미국에 매우 유용할 것이다.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라는 요구를 우리에게 해봐야 소용없다. 다만 북한이 조만간 미국을 향해 대륙간 탄도미사일 실거리 발사 훈련을 한다고 하니 미국이 잘 판단하길 바란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했다면 미국은 지금쯤 깊은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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