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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257]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셰일 가스 혁명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3/07/12 [08:15]

[아침햇살257]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셰일 가스 혁명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3/07/12 [08:15]
미국, 세계 1위 산유국이 되다

 

인류 현대 문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자원, 석유. 

 

석유는 석탄을 대신한 연료, 에너지원이며 플라스틱과 옷, 화장품, 아스팔트, 아스피린 등 수많은 제품의 원료로 쓰인다. 우리 주변에 석유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 때문에 석유가 세계 경제는 물론 국제 질서에도 큰 영향을 끼치며 심지어 석유를 둘러싸고 전쟁도 일어난다. 

 

많은 이들이 ‘석유’ 하면 중동을 떠올리지만 원래 세계 1위 산유국은 미국이었다. 미국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막대한 석유 생산력을 이용해 에너지 소비 세계 1위이자 국내총생산(GDP)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1960년 석유수출국기구, 오펙(OPEC)이 등장하면서 사정이 바뀐다. 중동 주요 산유국과 베네수엘라로 출발해 지금은 아프리카의 주요 산유국들도 가입한 오펙이 주도한 1, 2차 석유파동은 국제 질서에 큰 충격을 주었다. 동시에 1970년대 들어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미국은 석유 생산보다는 중동 산유국을 장악, 통제하는 쪽에 힘을 싣기 시작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결탁해 석유 거래를 달러로만 하도록 만들면서 미국은 계속 자본주의권 경제를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 

 

▲ 미국의 석유, 천연가스 생산량 추이. 파란색이 석유, 연두색이 천연가스다. 1970년대부터 석유 생산이 줄어들다가 2010년대 들어 다시 급증함을 알 수 있다. [출처: 미 에너지정보청(EIA)]     

 

의외로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산유국이 있는데 바로 러시아다. 사실 1980년대만 해도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이 산유국 1위였으며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도 1위를 유지했다. 

 

정리하자면 세계 3대 산유국은 미국, 러시아, 사우디로 이들 세 나라는 다른 산유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석유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라크와 캐나다가 그 뒤를 잇는다. 

 

▲ 상위 5개 산유국(1980~2020). 하늘색이 미국, 연두색이 러시아, 회색이 소련, 귤색이 사우디, 다홍색이 캐나다, 빨간색이 이라크. [출처: 미 에너지정보청(EIA)]     

 

석유 수출국 순위는 또 다르다. 사우디가 하루 666만 배럴(2020년 기준)로 압도적 1위이며 그 뒤로 러시아가 하루 465만 배럴(2021년 기준), 이라크가 343만 배럴(이하 2020년 기준), 캐나다 304만 배럴, 아랍에미리트가 242만 배럴을 수출한다. 미국은 14위에 불과한데 그 이유는 미국 내 소비량이 너무 많아 수출은커녕 아직도 수입을 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 상위 5개 석유 수출국 추세(1980~2012). 초록색이 사우디, 빨간색이 러시아, 주황색이 이란, 검은색이 나이지리아, 하늘색이 아랍에미리트.     © Plazak

 

2010년대 들어 세계 석유 산업에는 중대한 변화가 발생한다. 미국이 셰일 가스를 개발하면서 갑자기 산유국 1위 자리에 복귀한 것이다. 흔히 셰일 가스 ‘혁명’이라 부를 정도로 전 세계에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셰일 가스란 진흙이 굳어 만들어진 퇴적암인 셰일에서 추출한 천연가스나 석유를 말한다. 셰일에서 추출한 석유를 따로 셰일 석유 혹은 타이트 오일이라고도 하지만 흔히 셰일 가스로 통칭한다. 

 

미국은 1800년대부터 셰일 가스를 생산해왔다. 하지만 셰일 가스 생산은 일반 석유 시추에 비해 훨씬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그동안 그다지 주목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2000년대 후반으로 가면서 이라크 전쟁과 베네수엘라 불안,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의 급속한 경제성장 등의 여파로 석유 값이 미친 듯이 오르기 시작했다. 1999년 배럴 당 20달러 미만이던 석유 값이 2008년 100달러 가까이 치솟더니 2011년에는 110달러(북해산 브렌트유 기준)를 찍었다. 

 

여기에 석유업자 조지 미첼이 2008년 경제성 있는 셰일 가스 생산 방법 개발에 성공하였다. 미국 발 세계 금융 위기가 발생해 미국 경제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던 때였다. 미첼은 한반도 면적의 4분의 1이 넘는 노스다코다주 바켄 유전지대에서 셰일 가스 생산을 시작했고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10년 노스다코다주 경제성장률을 7%로 만들어주었다. 

 

▲ 셰일 가스를 시추하는 굴착기(리그).     

 

통상 석유 값이 배럴 당 50~60달러 수준이면 셰일 가스 생산이 이익이라고 본다. 고유가가 이어진 2010년대 들어 너도나도 셰일 가스에 뛰어들었고 순식간에 미국은 석유 생산 1위가 되었다. 미국은 석유수입국에서 석유수출국으로 변화하였으며 석유파동에 대항하여 1975년부터 시행한 미국산 원유 수출 금지를 2015년 12월 해제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셰일 가스 채굴 기술도 급속도로 성장해 이제는 국제 유가가 배럴 당 20달러 정도면 손익분기점을 넘는 수준까지 발전하였다. 

 

미첼이 개발한 방식은 지하 깊이 있는 셰일 지층에 모래와 화학약품을 섞은 물을 매우 높은 압력으로 분사해 지층을 부순 뒤 수평으로 파고들어가며 가스와 석유를 뽑아내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폐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 지층 파쇄로 인한 지반 침하와 지진 발생 등 여러 환경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지금도 논란의 대상이다. 이 때문에 유럽의 여러 나라는 셰일 가스 개발을 금지하고 있으며 현재 셰일 가스를 생산하는 나라는 미국, 중국, 캐나다 정도다. 

 

셰일 가스, 미국과 사우디 갈등을 부르다

 

미국의 셰일 가스는 국제 질서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간 오펙이 좌지우지하던 국제 석유 가격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2012년 초 미국의 포린폴리시는 사설에서 10여 년 전 국제 정치를 논하는 모든 사람들은 ‘테러와의 전쟁’을 이야기했고, 다음 10년을 논하는 사람들은 ‘중국의 부상’을 이야기했지만 앞으로는 누구든 ‘미국의 에너지 혁명(붐)’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승주 중앙대 교수도 2014년 산업자원부 용역보고서 「북미 셰일가스 혁명이 동북아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연구」에서 “셰일 혁명은 일차적으로 중동,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석유 또는 가스 생산국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데 결정적 영향”을 끼치며 “미국 패권을 지탱하는 경제적 기반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계기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셰일 혁명의 지정학적 효과는 에너지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단 셰일 가스의 등장은 유가 하락을 불렀다. 막대한 양의 셰일 가스가 시장에 풀린 데다 시장 점유율을 지키려는 사우디가 증산을 한 게 원인이었다. 사우디는 셰일 가스의 생산비가 비싸다는 약점을 노리고 셰일 가스 업체가 망할 때까지 출혈경쟁을 했다. 실제로 유가 하락으로 인해 여러 셰일 가스 업체가 줄도산을 했고 여러 전문가가 셰일 가스 혁명은 거품이고 허상이라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 국제 석유 가격 추이. (단위: 달러/배럴) [자료출처: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     © 문경환 기자

 

일각에서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맞서 러시아 경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미국과 사우디가 결탁해 일부러 석유 값을 떨어뜨렸다고 보기도 한다. 이런 분석도 타당한 면이 있지만 셰일 기업들이 줄도산하는 등 미국이 입은 손해도 만만치 않은 데다 이후 사우디가 미국과 갈등을 빚은 것을 감안하면 쉽게 단정할 문제는 아니다. 

 

사실 신흥 산업이 등장하면 너도나도 뛰어들어 출혈경쟁을 하고 동종의 기존 산업이 견제를 하는 등의 일은 흔하게 발생한다. 이 때문에 허약한 기업부터 무너지기 시작하고 파산과 인수·합병을 거쳐 독점 자본이 등장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다. 셰일 가스 업계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고 이 과정은 지금도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셰일 가스 업계는 유가가 떨어지면 생산을 줄이고, 생산이 줄어 유가가 오르면 다시 생산을 늘리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미국 내 경제 모순도 심각하다. 셰일 가스 업계는 유가가 오를수록 이익이지만 미국 경제 전체를 놓고 볼 때 유가가 오르면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경제에 타격을 준다. 그렇다고 물가 상승을 잡으려고 보면 셰일 가스 업계가 죽는다. 미국은 물가도 관리하고 셰일 가스 업계도 살리기 위한 적정선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한편 이 과정에서 미국과 오펙, 특히 오펙을 주도하는 사우디와의 갈등이 커졌다. 신흥 산업을 대표하는 나라와 동종의 기존 산업을 대표하는 나라 사이의 갈등이 벌어진 것이다. 사우디는 석유에 나라 경제를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셰일 가스 개발이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치명적 무기가 된다. 특히 미국은 중동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한·중·일·대만 시장에 새롭게 뛰어들었는데 중동산 천연가스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제 중동은 미국과 사활을 건 경쟁을 하게 됐다. 미국 역시 과거와 달리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과의 결탁에 정성을 쏟을 필요가 없어졌다. 다시 말해 ‘갑질’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오펙은 러시아, 멕시코, 말레이시아, 오만, 카자흐스탄 같은 비오펙 산유국과 협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2018년 이후 본격화한 이 움직임을 ‘오펙+’라 부른다. ‘오펙+’는 아직 공식적인 기구가 아니며 오펙 회의에 비오펙 산유국이 참가하면 ‘오펙+’라 부르는 식이다. 

 

비오펙 산유국 가운데 가장 중요한 국가가 러시아다. 쉽게 말해 ‘오펙+’는 셰일 가스라는 신무기를 들고 온 미국에 맞서 중동과 러시아가 결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세계 3대 산유국인 미국, 러시아, 사우디가 기존의 미국+사우디 구도에서 러시아+사우디 구도로 변화한 것이다. 

 

미국은 사우디가 러시아와 결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인권 문제를 꺼내들었다. 

 

원래 미국은 상대국을 압박하고 공격하는 수단으로 인권 문제를 즐겨 사용해왔다. 미국부터 인종차별과 총기 사고, 극빈층, 마약 등 심각한 인권 문제를 안고 있지만 방치하는 것을 보면 미국이 인권 문제 해결에 진심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중동의 두 지역강국인 사우디와 이란을 비교했을 때 사우디의 인권 문제가 훨씬 심각하지만 미국은 이란의 인권 문제만 공격하고 사우디는 적당히 넘어갔다. 

 

그러다 미국이 사우디에 ‘갑질’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사우디 인권 문제가 전면에 등장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2018년 10월 2일 발생한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이다. 미국은 이 사건의 배후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있다고 주장했고 이 사건으로 미-사우디 관계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미국 주요 기업들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주도하는 세계적 프로젝트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 불참하였고 사우디는 미국 대신 러시아, 중국과 손을 잡았다. 

 

미국이 셰일 가스 혁명으로 오만해진 나머지 사우디를 홀대하였고 ‘갑질’까지 했는데 그게 사우디를 중국, 러시아로 등 떠미는 꼴이 된 것이다. 

 

나중에야 미국은 사우디가 순순히 굴복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고 부랴부랴 관계 개선에 나섰다. 2022년 7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를 방문해 관계 개선을 모색했다. 그러나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조롱만 당하고 돌아가 미국 내에서 비난이 쏟아지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심지어 무함마드 왕세자는 카슈끄지 사건을 거론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군이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 포로를 학대한 사건을 언급하며 미국이야말로 인권 침해국이라고 역공을 가했다. 

 

셰일 가스, 우크라이나 전쟁을 부르다

 

셰일 가스 혁명으로 막대한 석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한 미국은 판로를 찾기 시작했다. 

 

그동안 세계 에너지 시장은 크게 미국, 러시아, 중동이 생산을 하고 미국, 유럽, 아시아가 소비를 하는 구조였다. 미국은 생산이 소비를 따라가지 못해 중동에서 에너지를 수입했고, 유럽은 러시아에서, 아시아는 중동에서 에너지를 수입했다. 

 

그러다가 셰일 가스 혁명으로 미국의 생산력이 급격히 커지면서 미국은 중동에서 더 이상 에너지를 수입할 필요가 없어졌다. 또 중동보다 더 싼 가격으로 아시아에 에너지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수출길이 줄어든 중동은 유럽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그러자 유럽에 에너지를 수출하던 러시아가 아시아에도 가스관을 뻗치며 살 길을 찾았다. 세계 에너지 시장이 크게 요동친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이 정도로 만족하지 않고 유럽 시장까지 바라보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더 많은 에너지를 팔겠다는 경제적 이유와 함께 유럽이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것을 막겠다는 외교적 이유도 있었다. 미국은 유럽에 러시아 천연가스 대신 자신의 셰일 가스를 수입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유럽이 구입하는 러시아의 천연가스는 대단히 싼 가격이라서 유럽이 굳이 값비싼 미국 가스를 수입할 필요가 없었다. 2023년 3월 기준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킬로와트시 당 0.0551달러, 러시아는 0.0071달러로 미국 가스가 7~8배나 비싸다.* 게다가 러시아는 바로 옆에서 기존의 파이프라인으로 공급하지만 미국은 일단 천연가스를 액화한 다음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으로 대서양을 건너야 하며 유럽에 LNG 터미널(하역 설비 및 저장 탱크)도 만들어야 한다. 

 

* 국가별 천연가스 가격은 영문위키 기준이다. 다만 석유와 달리 천연가스는 실제 수출입을 할 때 여러 복잡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가격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 

 

특히 유럽의 경제대국인 독일은 2011년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을 늘리기 위해 기존의 파이프라인 노르트스트림1 옆에 추가로 노르트스트림2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노르트스트림2 건설을 강력히 반대하였고 심지어는 건설에 참여한 기업을 제재하겠다는 협박까지 하였다. 주간동아 2018년 7월 24일 자 기사 「獨 메르켈과 美 트럼프갈등의 진짜 이유」는 미국이 노르트스트림2 건설을 반대한 이유가 “미국산 셰일가스를 유럽에 판매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독일은 자국 경제가 걸린 일이었기에 사업을 강행했고 마침내 2021년 공사를 끝냈다. 그러나 2022년 9월 노르트스트림1, 2가 파괴되어 가스가 누출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가동 불능 상태가 되었다. 미국의 탐사 전문 시모어 허시 기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로 미국이 노르트스트림을 폭파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의 어수선한 국제 환경으로 인해 유엔 안보리에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러시아의 목소리는 묻히고 말았다. 사건의 진상을 알 수는 없지만 이 사건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본 게 미국임은 부인할 수 없다. 

 

유럽에 셰일 가스를 판매하려는 미국의 의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결정적인 성과를 맺었다.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19 때문에 경제가 크게 위축되면서 에너지 가격이 폭락, 미국 셰일 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셰일 가스 업계의 대표 기업인 체서피크 에너지는 2020년 파산 보호 신청을 할 정도로 위기에 몰렸다. 시추 유정도 32개로 줄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셰일 가스 업계는 부활에 성공했다. 체서피크 에너지는 지난해 1~9월 사이에 13억 달러(약 1조 6천억 원)의 수익을 냈다. 시추 유정도 69개로 늘렸다. 셰일 가스 업체 컴스톡 리소스의 제이 앨리슨 최고경영자(CEO)는 2022년 “2~3년 전만 해도 업계에선 천연가스에 손도 대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때) 천연가스는 골칫거리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라고 하였다. (「에너지가격 상승에 美 셰일업계 가스로 ‘횡재’…해상유전도 붐」, 연합뉴스, 2022.9.1.)

 

전쟁은 미국이 러시아를 악마화하여 대러 제재를 전 세계에 강요할 수 있는 명분이 되었다. 유럽의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은 급격히 줄어들었는데 2년 사이에 거의 4분의 1이 되었다. 반면 미국의 셰일 가스를 포함한 LNG 수입 비중은 두 배 이상 늘었다. 

 

▲ 유럽의 천연가스 수입액 비중(%). 러시아(빨간색)가 급격히 줄어들고 대신 미국(파란색)이 크게 늘었다. [출처: 윤삼희, 「‘합리적 가격의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확보’가 EU 에너지 독립의 이유」, 『나라경제』 2023년 4월호, 57쪽.]     

 

올해 1월 10일 자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셰일 에너지 호황은 과거와 다르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셰일 시추가 공급 과잉으로 이어져 에너지 가격을 떨어뜨렸지만 지금은 유럽 수출이라는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2030년까지 액화천연가스 수출을 지금의 두 배로 늘릴 계획이며 대부분이 셰일 가스일 것이라고 하였다. (「파산 내몰렸던 美 셰일업계, 에너지 가격 상승에 부활」, 뉴시스, 2023.1.11.)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의 천연가스 시장에서 미국의 셰일 가스가 러시아 천연가스를 몰아내는 전쟁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유럽인들은 극심한 에너지난을 겪었으며 지금도 불안정한 상황이다. 전쟁 직후 몇 배로 치솟았던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5월 전쟁 직전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노르웨이의 가스 처리 공장 한 곳의 가동 중단이 길어지면서 6월에 52%나 급등하는 등 작은 변수에도 크게 동요하는 허약 체질을 보이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빌 웨더번은 CNN 인터뷰에서 “최근 가격 상승은 유럽 시장이 (공급) 차질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준다”라고 했다. 

 

미국이 나토의 동진 정책을 강행하고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난다고 계속 떠들면서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쟁을 부추긴 결과 미국 셰일 가스 기업이 유럽인을 약탈한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물론 미국의 대외 정책, 세계 전략을 셰일 가스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돈을 위해 존재하는 나라 미국에게 경제적 요인은 매우 중요한 변수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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