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악화일로? 관계 개선?…미국의 ‘대환장’ 이스라엘 정책

네타냐후 초청 안 한다더니, 말 바꾼 미국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3/07/19 [15:22]

악화일로? 관계 개선?…미국의 ‘대환장’ 이스라엘 정책

네타냐후 초청 안 한다더니, 말 바꾼 미국

박명훈 기자 | 입력 : 2023/07/19 [15:22]

돈독한 관계로 알려졌던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 이상기류가 심상치 않다.

 

18(현지 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워싱턴 백악관에서 한 정상회담에서 네타냐후 정부와 이스라엘 의회가 추진하는, 대법원의 사법 심사권을 약화시키는 이른바 사법 개혁에 관한 우려 전달 이란의 핵무기 확보, 이란과 러시아 간 국방 협력을 막기 위한 미국-이스라엘의 공조 강화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을 위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는 정치·경제·국방 분야의 실권을 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앞에서나 꺼내야 할 의제였다. 명목상 이스라엘의 국가원수인 헤르초그 대통령으로선 네타냐후 총리에게 관련 얘기를 전하는 정도에 그칠 공산이 크다.

 

통상 미국은 이스라엘에서 새로운 총리가 집권하면 임기 초반에 백악관으로 초청해 끈끈한 관계를 과시해왔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재집권하고 7개월이 되도록 초청을 받지 못했는데 이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은 이스라엘 독립 75주년을 기념한다는 명목으로 헤르초그 대통령을 초청한 것이다. 총리가 정부 수반인 이스라엘의 특성을 고려할 때, 미국이 일부러 네타냐후 총리를 무시한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왔다.

 

한술 더 떠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를 직접 거칠게 비난해왔다.

 

지난 3월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계속 이런 길로 가면 안 된다. 가까운 장래에 그를 초청하지 않겠다라면서 수십 년간 경험한 정부 가운데 가장 극단적이라고 네타냐후 총리를 강하게 비난했다.

 

앞서 지난 12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CNN방송과 대담에서 네타냐후 총리 내각에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극단적인 의원들이 많다라며 거듭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비난하는 배경에는 극우 세력과 연정을 꾸린 네타냐후 정부가 미국의 중동 정책과 엇나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재집권 뒤 이스라엘 대법원이 가진 법안 심사권을 사실상 폐지하고 의회의 권한을 키우는 이른바 사법 개혁을 밀어붙여 왔다. 또 팔레스타인을 겨눠 예루살렘,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을 침탈하는 강경 정책을 밀어붙여 왔다.

 

그런데 이는 미국의 이익에는 맞지 않는 정책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반민주-독재 정책을 펴면 미국이 왜 독재국가랑 친하게 지내나라는 비판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만 놓고 보면 네타냐후 총리의 미국 방문이 성사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그런데 헤르초그 대통령의 방미 도중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초청할 거란 소식이 갑작스럽게 전해졌다. 18일 이스라엘 총리실과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이 네타냐후 총리를 초청하기로 했고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태도를 바꿔 네타냐후 총리를 초청한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미국이 갑자기 네타냐후 총리를 초청하기로 결정한 건 중동에서 입지를 급속히 잃어가는 초조함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네타냐후 총리를 초청한 배경에 관해선 두 가지 측면으로 짚어볼 수 있다.

 

첫째는, 미국이 중동에서 급격히 입지를 높여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올해 3월 중국은 이란-사우디아라비아의 국교 정상화를 중재했고, 7월 중에는 네타냐후 총리가 중국을 찾아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으로선 왕년의 친미 국가이자 최우방국이었던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더 이상 미국에서 멀어지기 전에 막을 필요가 있었다.

 

미국은 다급히 사우디-이스라엘 국교 정상화를 모색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지난 66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사우디를 찾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하고, 그 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하면서 사우디 측의 요구 사항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미국은 서로 으르렁대던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국교를 정상화시켜 공통 적국인 이란과 맞서게 할 구상이었다. 하지만 이미 이란과 사우디가 국교 정상화를 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뜻대로 될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이와 관련해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난 628일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은 돌아버릴 지경일 거다. 사우디가 이란과 국교 정상화를 하며 중국을 띄울 때 얼마나 놀랐던가. 놀란 미국이 급히 곤란한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사우디를 다시 이스라엘로 엮어내야만 최소한 본전치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의 중국 방문에 관해 미국이 공들이던 사우디-이스라엘 협력 구축의 중재를 시진핑이 한다면 이건 정말 타격이 크다. 네타냐후가 그 정도까지 선을 넘어갈지 두고 볼 일이다라면서 빈 살만(사우디 왕세자)의 선 넘는 행동에 놀라 번스, 설리번, 블링컨이 이어서 리야드로 날아갔던 터, 네타냐후가 선을 넘으면 또 그런 그림이 보여질까라고 짚었다.

 

최근 사우디는 중국,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네타냐후 총리마저 중국의 편에 선다면 중동에서 나날이 위신이 추락하는 미국으로선 치명타를 입게 된다.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을 찾더라도 사우디와 이스라엘을 묶어 중동에서의 입지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구상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둘째는, 이스라엘과 러시아의 관계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네타냐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립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러시아의 편을 들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 등 서방이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라고 하고, 우크라이나에서도 지원 요청을 받았지만 모두 거부했다.

 

이 배경으로는 이스라엘 내 러시아계 유대인의 영향력을 꼽아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로 들어오는 러시아계 유대인의 수는 이전과 비교해 5배나 폭증했다. 올해 1, 전 세계 유대인들의 이스라엘 귀환을 관장하는 유대 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이스라엘에 정착한 유대계 이민자는 74,951명이었다. 이 가운데 러시아에서 온 유대계 이민자만 43,685명으로 과반이었다.

 

대러 제재를 피해 이스라엘로 온 러시아 신흥 재벌 올리가르히의 막대한 자금도 이스라엘의 대러시아 정책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에는 이미 러시아계 유대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영국 프로 축구 첼시의 전 구단주) 등 부호들이 입국해 오가고 있다.

 

이처럼 이스라엘로서는 러시아에서 유입된 유대인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부에선 이스라엘이 시리아에 있는 이란의 군사 시설을 공격하기 위해 시리아의 영공을 감시하는 러시아의 묵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스라엘은 적대국인 이란이 시리아를 통해 자신을 공격할 수 있다며 경계하고 있는데,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이스라엘로서는 러시아와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미국으로선 중국·러시아와 가까워지는 이스라엘만큼은 돌려놔야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인데, 전망이 그리 밝아보이진 않는다. 자신을 거칠게 비난해온 바이든 대통령을 마주할 네타냐후 총리가 과연 미국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줄지도 의문이다.

 

한때 최우방국이었던 이스라엘을 둘러싼 미국의 종잡을 수 없는 대외 정책은 한동안 이어질 듯하다.

 
미국, 이스라엘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