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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할 땐 언제고…우크라이나 따돌리며 전쟁 끝내려는 서방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3/08/17 [16:24]

지원할 땐 언제고…우크라이나 따돌리며 전쟁 끝내려는 서방

박명훈 기자 | 입력 : 2023/08/17 [16:24]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서 나온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방안을 두고 서방과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 15일(현지 시각) 스티안 옌센 나토 사무총장 비서실장은 노르웨이 아렌달에서 열린 ‘나토에서 우크라이나의 미래’ 토론회를 통해 “(전쟁을 끝내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영토 일부를 포기하는 대가로 나토 동맹에 가입하는 방안이 있다”라면서 “다만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원하는 시기와 조건을 결정해야 한다”라고 발언했다.

 

옌센 실장은 “나토 동맹 회원국들은 18개월이나 된 전쟁을 어떻게 끝낼 수 있을지를 토론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나토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 오래 끌지 말고 끝내자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러시아에 도네츠크·루간스크 인민공화국, 자포로지예, 헤르손 지역 등을 내주는 대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인정받자는 것인데, 여기에는 미국의 의사도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옌센 실장은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최측근이다. 나토와 미국의 협력을 강조해온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요청을 받고 사무총장직을 유임하는 등 친미 기조가 뚜렷한 인사다. 옌센 실장이 스톨텐베르그 총장의 동의 없이 파장이 큰 발언을 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크라이나의 최대 지원국인 미국에서도 전쟁을 끝내자는 시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옌센 실장의 발언은 우크라이나에 동의를 구하지 않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발언이 알려지자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영토와 나토 가입을 교환한다고? 웃기는 일”, 올레흐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발언”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우크라이나의 반발에 나토 측은 대변인 명의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나토 동맹의 입장은 명확하고 바뀌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논란에 불을 붙인 옌센 실장은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16일 옌센 실장은 노르웨이 매체 베르덴스강(VG)과 한 대담에서 자신의 발언이 “실수였다”라고 하면서도, 나토에서 전쟁 종료 뒤 우크라이나의 지위를 둘러싼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러시아에 영토를 넘겨주자는 방안은 다른 이들이 제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옌센 실장의 방안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강조해온 이른바 우크라이나 평화공식과 결이 다른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2년 11월 러시아군 철수, 우크라이나 영토 회복 등이 담긴 ‘평화공식’ 10개 항을 발표한 뒤 미국 등 서방이 호응할 것을 촉구해왔다.

 

옌센 실장이 나토 차원의 논의임을 밝히며 러시아에 영토를 내주는 방안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나토 내부의 기류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평화공식이 아닌 ‘러시아와의 타협’으로 기운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러시아가 서방과 타협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미 도네츠크·루간스크 인민공화국, 자포로제, 헤르손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투표를 거쳐 러시아 병합에 찬성하는 등 러시아가 이들 지역을 완전히 장악한 상황이다. 게다가 서방의 지원을 바탕으로 러시아를 겨눈 우크라이나의 이른바 ‘대반격’도 별다른 성과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자신에게 손해만 될 전쟁 종료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옌센 실장이 내놓은 방안에 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텔레그램 채널에서 “현재 우크라이나의 모든 영토가 분쟁 중”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고대 루스의 수도 ‘키예프’(키이우)까지 넘겨야 한다”라고 밝혔다.

 

키이우는 원래 같은 뿌리인 루스(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민족의 중심이었던 곳으로 지금은 우크라이나의 수도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의 말은 옌센 실장의 방안을 받아들일 바에야 우크라이나 전역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경고로 볼 수 있다.

 

애초 러시아는 서방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가능성에 따른 안보 위기 때문에 ‘특별군사작전’을 펼치게 됐다고 밝혔다. 이를 보더라도 러시아는 장악한 영토를 인정받는 대가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승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상황은 나토를 중심으로 한 서방에서 우크라이나를 따돌리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셈법을 고민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가 반발하고 있는 상황으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이미 젤렌스키 대통령이 서방에 더 많은 군사 지원을 해달라고 하자 영국과 폴란드의 고위 인사들이 공개 석상에서 ‘우크라이나가 고마워할 줄 모른다’라며 응수하는 등 서방과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분출되고 있다.

 

여기에 옌센 실장의 발언까지 나오면서 서방과 우크라이나의 갈등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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