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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규탄 안보리…중국·러시아 반대로 ‘빈손’ 종료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3/08/18 [16:02]

북한 인권 규탄 안보리…중국·러시아 반대로 ‘빈손’ 종료

박명훈 기자 | 입력 : 2023/08/18 [16:02]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를 규탄하기 위해 주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다.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 안보리 공개회의가 열린 건 6년 만이다.

 

17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에서 회의가 열렸다. 이번 회의는 지난 10일 한·미·일의 공동 요청에 따라 열린 것이다. 

 

이는 안보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려 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번번이 막혀온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라는 우회로를 찾으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안보리에서 구속력·강제력이 있는 ‘결의’를 채택하려면 상임이사국의 만장일치가 원칙이지만, 공개회의 자체는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와는 상관없이 열릴 수 있다. 북한을 옹호해온 중국과 러시아가 딱히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고 회의에 참석한 건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회의의 초점은 과연 미국이 중국·러시아의 반대를 뚫고 북한을 규탄하는 결의와 의장 성명 등을 채택할 수 있을지 여부로 모아졌다. 

 

회의에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비롯해 황준국 유엔 주재 한국 대사, 이시카네 기미히로 유엔 주재 일본 대사 등은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북한 인권 규탄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오히려 한·미·일을 겨눠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높이지 말고 대북 제재를 해제하라며 쏘아붙였다.

 

중국은 북한 인권 규탄 회의를 열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앞서 지난 14일 “안보리의 의무는 인권이 아닌 국제 평화와 안보의 유지”라고 경고한 데 이어, 17일 겅솽 유엔 주재 중국 부대사를 회의에 참석케 해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한·미·일의 대응을 비판했다.

 

겅솽 부대사는 발언을 신청해 “유엔 안보리의 주요 책임은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안보리를 통해 북한의 인권 문제를 거론한 미국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진짜 북한 인권 문제에 신경을 쓴다면 북한에 대한 제재를 풀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가 북한의 경제 사정을 어렵게 만들어 주민들을 고통에 빠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겅솽 부대사는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을 논의하면 한반도 주변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등 부정적인 결과만 부를 것이라고 한·미·일을 한꺼번에 비판했다.

 

러시아도 중국과 같은 주장을 펼치며 북한을 옹호했다.

 

드미트리 폴랸스키 유엔 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대북 제재가 북한 주민들을 힘들게 한다는 겅솽 부대사의 지적과 마찬가지로 “북한에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위선”이라고 꼬집었다. 

 

또 “미국과 일본, 한국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군사력을 강화”하면서 한반도의 위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회의가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나자 한·미·일 등 52개국과 유럽연합(EU)은 약식 회견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규탄하는 별도 성명을 발표하면서 유엔 회원국을 향해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 회견은 미국 등 서방 진영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가 북한 규탄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점만 국제사회에 부각시킨 꼴이 됐다. 52개국에 포함된 독일, 프랑스, 핀란드, 체코 등 서방 국가가 EU 소속으로 ‘중복 호소’를 했는데 이를 볼 때 전체 유엔 회원국 193개국 가운데 동참한 나라는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안 그래도 이전부터 중국과 러시아에 가로막혀 안보리에서 통 힘을 쓰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미국의 체면은 더욱 구겨졌다.

 

이뿐만 아니라 안보리를 통해 북한의 인권 문제를 거론한 미국의 시도는 국제사회에서 입지가 좁은 서방 진영의 한계를 노출시킨 꼴이 됐다.

 

반면 북한이 올해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기념해 연 ‘전승절’ 행사에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을 초대하는 등 북·중·러의 단결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회의에 앞서 북한은 광복절인 지난 15일 김선경 외무성 국제기구담당 부상 명의로 발표한 담화를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의 대결에서 힘의 열세, 외교적 열세, 도덕적 열세에 빠져들고 있는 미국의 가련하고 추한 모습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라면서 “무모한 ‘인권’ 소동은 기울어져 가는 미국의 운명을 지탱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선택이며 미국을 더욱 궁지에 빠트리는 후과만 몰아오는 부질없는 짓거리로 될 뿐”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경고가 맞아떨어진 모습이다.

 

안보리를 통해 북한을 규탄하려는 미국의 시도는 앞으로도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가로막힐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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