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5일, 한·미·일 유엔 대표들이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8월 24일)에 대한 규탄결의나 의장 성명을 채택하려고 시도했으나 끝내 무위로 끝나고 되레 핵오염수 날벼락을 맞고 말았다. 한·미·일은 1차 위성 발사 때와 같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제재 위반인 동시에 주변의 긴장과 위기를 조성한다면서 대응조치를 강구하려고 날 선 비판을 했다. 그러나 중러는 북의 미사일 발사는 한·미·일의 대북 적대적 군사 활동에 따른 응당한 대응 조치라고 맞받아쳤다. 1차 때와 같이 이번에도 빈손으로 끝나고 말았다.
당사국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의 발언 순서가 됐다. 김성 대사는 미사일 발사는 북한의 자위권인 동시에 주권 사항이라고 하면서 안보리 결의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서 그는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투기에 작심하고 불을 질렀다. 그는 “일본이 대량의 핵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은 인류의 건강, 안보, 생태 환경을 극도로 위협한다. 일본의 극악무도한 반인륜적 범죄 행위를 규탄한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긴급 발언에 나선 일본 대표는 이 문제는 안보리 회의 주제와 관련 없고 정쟁 대상도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김 대사는 “핵오염수 방류는 유엔 안보리의 의무와 직결된 문제다. 이는 해양 생태 환경을 파괴하고 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명명백백한 범죄 행위”라고 유창한 영어로 재강조했다. 바로 이때 겅솽 중국 부대사가 거들고 나섰다. 그는 “중국은 일본이 국제사회의 반대 여론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핵오염수 해양 투기로 전 세계에 핵 위협을 전가하는 행위를 강력히 반대한다”라며 혹독한 비판을 해댔다. 윤 정부와 달리 중국 정부는 오랫동안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조처를 해 가고 있다.
이번에 소집된 유엔 안보리는 미국 일변도의 시대는 가고 다극화 시대라는 걸 다시금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 북의 미사일 발사 때마다 한·미·일은 유엔에서 응징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도 실패했다. 유엔에서도 미국이 좌지우지하던 시대가 가버렸다는 걸 말해준다. 한·미·일은 줄곧 패배로 망신을 자초할 게 아니라 더 현실적, 생산적 대안을 모색했어야 옳다. 제재에 동참했던 중러 상임이사국도 ‘제재를 풀어야 할 때가 됐다’고 주장한 지 벌써 몇 년째가 됐다. 그러나 제재 실패를 자인하는 바이든은 여전히 제재에 목을 매고 있으니….
북한을 규탄하려고 소집된 유엔 안보리가 졸지에 일본 핵오염수 해양투기 성토장으로 바뀌고 말았다. 이는 노련한 외교술과 완벽한 영어 실력을 갖춘 북측 김성 대사의 예리하고 정확한 상황 판단이 작동했기에 가능했던 거다. 김성 대사가 주도적으로 유엔 무대를 일본 성토장으로 전환 활용했다는 점에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김 대사의 유엔 핵오염수 투기 성토는 유엔 회원국들뿐 아니라 전 지구촌에 핵오염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한중 민간인들이 핵오염수 투기 저지에 떨쳐나서는 데 자극제가 됐다.
김 대사의 “핵오염수 투기는 유엔 의무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발언은 유엔이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인류의 건강, 환경과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라는 점에서 유엔 자체도 절대 방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8월 24일, 일본이 핵오염수 해양투기를 강행했지만 한·미·일 대사들을 포함 아무도 이 문제가 유엔 무대에서 성토 규탄될 줄은 상상조차 못 한 것 같다. 졸지에 김 대사의 기습을 당한 한·미·일 대표들은 속수무책으로 그만 허가 찔리고 말았다.
특히 황준국 한국 대사는 한국민의 격렬한 투기 반대에도 꿀 먹은 벙어리 노릇을 하고 있어서 후일 화젯거리가 됐다. 북중의 오염수 성토 규탄에 한국이 동참했다면 멋있게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었을 텐데…. 참으로 안타깝고 분통이 터진다. 아마도 국제사회는 황 대사의 작태를 지켜보고 한국이 ‘일본의 앞잡이’라며 밉다고 손가락질했을 것 같다. 한편, 유엔에서 일본이 혼쭐난 다음 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위로 차원인 듯, 일본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에 퍼주기만 하고 챙기는 건 하나도 없다는 비판이 집권 내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방사선 누출이 없었다고 해서 뭇매를 맞고 있다. 더욱 가관인 건 핵오염수가 안전하다는 홍보 영상을 10억 원을 써서 제작했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미쳤거나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아부하는 짓이라는 맹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산케이를 비롯한 일본 언론들이 총선 전에 방류해달라는 한국 측 요청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윤 정권은 이를 펄쩍 뛰며 부인했지만, 대부분 우리 국민은 사실로 믿고 있다.
지난주 국힘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있었던 윤석열의 “1+1=100” 발언은 국민과 싸우겠다는 도전이라며 많은 시민이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한 주일 동안 전국 도처에서 연속으로 핵오염수 투기 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다양한 구호와 현수막이 등장해서 눈길을 끈다. ‘핵오염수 투기 공범 윤석열 끌어내자!’는 구호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대통령실을 총독부로 고쳐라’는 구호도 나왔다. ‘세계인의 우물에 독을 푸는 투기 즉각 중단’ 구호도 있었다. 부산역 앞에서는 어민 수백 명이 엎드려 “우리 좀 제발 살려주세요!”라고 울부짖자 시민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목포에서 민주당은 오염수 규탄대회를 열고 윤석열에게 “국민 항쟁”을 선언했다. 사생결단 수준의 전투태세 의지를 밝힌 것이다. 전 세계 지도자 중 윤석열-바이든 두 정상이 유일하게 세계 여론을 무시하고 오염수 투기를 지지해서 공범이라는 비난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김성 대사의 핵오염수 유엔 성토는 국제사회의 일본 규탄에 불을 지폈다. 환경단체에서부터 저명한 노벨상 수상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들고일어나 극렬한 반대 투쟁에 나서고 있다.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은 가장 큰 피해자인 한국 측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지 않는 건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윤 정권과 달리 홍콩과 중국 정부는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 금지 조처를 했다. 중국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일제 불매운동을 벌이고 심지어 일본 여행까지도 자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정권의 대북 전쟁 책동만 없었다면 일본의 인위적 핵 대재앙 저지를 위해 남북이 공동전선을 폈을 가능성이 크다.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문제는 윤석열 정권이다. 이제는 윤석열의 조기 퇴진이 답이다. 물론 유엔 차원의 핵오염수 투기 대응책이 시급하다. 왜냐하면 이는 인류의 건강, 지구 환경과 생태계 파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 보다 우리의 후대들에게 결코 핵 오염을 넘겨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를 막아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는 걸 누가 부정하겠나. 침묵은 범죄를 방조하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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