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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북러정상회담의 의의와 전망, 주목점 ⑤

신은섭 | 기사입력 2023/09/27 [21:16]

[특집] 북러정상회담의 의의와 전망, 주목점 ⑤

신은섭 | 입력 : 2023/09/27 [21:16]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12~18일 러시아를 방문했다. 북러정상회담을 포함해 방러 일정 전반을 봤을 때 국제 정세에 심각하고도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특집을 6편으로 준비하였다. 

 

(이어서)

 

 

초조해 보이는 미국

 

 

1) 미국발 북러정상회담 소식

 

뉴욕타임스는 9월 4일(아래 현지 시각) 미국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직후 일본 NHK가 러시아 관계자를 인용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처럼 특이하게 북러정상회담 소식이 미국발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실 북러정상회담 준비를 비밀에 부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준비 과정에 알려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한다면 이전처럼 열차를 타고 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동 경로에 있는 러시아의 역들에서는 그와 관련한 준비에 들어갈 것이고, 그러면 북러정상회담에 대한 정보는 외부로 드러나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북러정상회담 관련 정보는 극비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북러정상회담 소식을 입수한 것을 무슨 대단한 정보나 얻은 것인 양 호들갑을 떨었다.

 

다른 나라들 사이의 정상회담에 대해 미리 알게 되었더라도 당사국들보다 앞서 이를 공개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그런데 미국은 그것을 미리 공개하면서 무슨 첩보를 얻은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북한과 러시아를 일반적인 외교관계에 있는 국가가 아니라 적으로 대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북한과 러시아를 적대시한다는 것은 굳이 긴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북한을 상대로 지난 수십 년간 적대 정책을 펴왔다는 것은 이미 전 세계가 다 아는 일이다. 우크라이나를 내세워 대리전쟁 중이니, 러시아 역시 적대 관계로 보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미국이 북러를 적대시하여 보이는 이런 호들갑은 북한과 러시아 두 나라에 좋지 않은 영상을 덮어씌우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런 미국의 행태는 오히려 북러정상회담을 전 세계가 주목하도록 만들었다. 세계는 회담 시작 전부터 북러정상회담에 이목을 집중하였다. 북러정상회담 전후로 열린 다른 국제 행사들은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심지어 G20 정상회의마저도 말이다. 북러정상회담 시작 한참 전부터 관련 보도가 시작됐고, 끝난 한참 뒤인 지금까지도 관련 보도는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호들갑이 북러정상회담의 파급력을 키우고, 결과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을 세계 정상급 지도자로 내세워 준 모양새가 되었다.

 

2) 미국의 초조함

 

미국은 북러정상회담 개최, 북러 협력이 강화되는 움직임과 관련해 초조함을 드러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8월 30일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 협상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새로운 정보가 있다”라고 밝혔다. 9월 11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및 북러정상회담과 관련한 질의에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우리는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거나 판매하지 않겠다고 한 공개적인 약속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국제관계 문제에 대해 거의 발언이 없는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도 9월 7일 “북러 회담은 실수가 될 것이고 양국을 더욱 고립시킬 것이다”라고 한마디 했다.

 

▲ 미 백악관 

 

미국 국무부는 9월 11일 매튜 밀러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러 간 정상회담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도 거들었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과 러시아 간 추가 무기 거래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며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해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 초조함을 드러내는 반응들이고, 초조하지 않다면 굳이 낼 필요가 없는 입장들이다. 국무부 브리핑만 해도 그렇다. 초조하지 않고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굳이 말로 하지 않고 실제 면밀히 지켜보고, 필요하면 제재를 부과하면 될 일이다. 북러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길 바라면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에 조바심을 낸 것이다. 국방부 대변인 브리핑 내용도 그렇다. 앞선 글들에서 살펴봤듯 지금 북러 협력에서 무기 제공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무기 제공은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하는 것은, 그저 북러가 협력 강화로 나아가는 것을 깎아내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더더군다나 한두 군데도 아니고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부통령 등이 너나 할 것 없이 다 나서서 이렇게 한마디씩 거드는 모습은 초조함, 조바심 같은 게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 게다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는 “촉구한다”라는 표현까지 써서 자기들 마음이 급하다는 걸 여지없이 드러내고 말았다. 

 

3) 미국이 초조한 이유

 

그렇다면 미국이 초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첫 번째로 북러가 관계를 개선하고 협력을 강화하면 그렇지 않아도 대북 적대 정책이 총파산인 형국에서 지금까지도 별 효과 없는 대북 제재마저 완전 파탄 나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북 적대 정책을 펴면서 군사, 경제, 외교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북한을 압박했다. 하지만 북한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도 굴복하지 않고 미국에 정면으로 맞섰으며, 2017년에는 급기야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에 총파산을 선고한 것이다. 

 

그 뒤로 북중, 북러 협력이 급진전하면서 대북 적대 정책은 더욱 설 자리를 잃었다. 그리고 북한은 유례가 없이 촘촘한 제재를 뚫고 경제를 발전시켜 가고 있다. 이런 마당에 이번 정상회담으로 북러 관계가 가일층 발전하여 경제 협력까지 전면화되면, 그나마 대북 대결의 마지막 수단으로 부여잡고 있던 대북 제재 마저 완전히 쓸모없는 것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미국이 이렇게까지 초조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패배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1년 7개월이 지났다. 우크라이나를 내세운 러시아와의 대리전쟁에서 미국과 서방의 패색이 짙다. 

 

전쟁 와중에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석유 수출량이 오히려 늘어나는 등 경제가 호황인 반면, 미국과 서방은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미국과 서방은 무기 재고가 바닥나 우크라이나에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집속탄, 열화우라늄탄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지만 러시아는 포탄이 떨어질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미국과 우크라이나 편에 선 나라들은 전쟁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피로감에 분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가장 적극적이던 폴란드가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중단을 선언하는 일도 있었다. 

 

미국이 더는 버티기 힘든 형국이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에서 발을 빼면 미국의 패권은 완전히 몰락한다. 이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에 북러 협력까지 강화되면 미국으로선 난감한 일이다. 그러니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미국이 이렇게까지 초조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또한 북러 관계가 개선되면 한·미·일 중심의 동북아 지역 패권 구도에 타격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동안 한·미·일 동맹 강화에 무척 신경 써왔다. 한국과 일본의 힘을 빌려 동북아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북·중·러가 미국 패권에 위협이 되고 있다. 각 나라의 힘이 세지고, 세 나라 사이의 연대도 강해지고 있다. 미국은 이에 대응해 한미, 미일 연합훈련을 강화하고, 최근에는 한·미·일 군사협력까지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북러가 한층 더 협력을 강화하게 되면 미국으로서는 타격이 크다. 북러는 두 나라 관계의 ‘새로운 전성기’를 이야기하고, 여기에 북·중·러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는 말까지 있으니 미국이 초조함을 느낀다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북·러 두 나라 관계 발전의 역사에 새로운 전성기가 열리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이렇게까지 초조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마지막으로 북러 관계가 개선되면 다극화 시대로의 이행이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미국 중심의 일극 패권이 무너지면서 세계는 다극화되는 중이다. 그 현상 중 하나가 브릭스의 부상이다. 브릭스가 미국 중심의 서방 주요 국가들의 모임인 G7을 앞서기 시작했다. 최근 아르헨티나,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6개국이 새로 가입했고, 덩치가 커진 브릭스 11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전 세계 GDP의 36%, 인구의 46%를 차지하게 됐다. 이는 G7의 GDP 비중 29.9%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김능현 논설위원, 「[만파식적] 브릭스와 G7」, 서울경제, 2023.8.27.)

 

지난 9월 초 열린 G20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러시아를 비난하는 내용이 빠진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애초 참가국 사이의 의견 차이 때문에 공동성명 채택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는데, 오히려 빠르게 러시아를 비난하는 내용이 빠진 공동성명이 채택되었다. 이렇게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입김과 패권이 약해지는 현상이 눈에 띄게 나타나는 와중이다. 

 

여기에 북러 협력까지 강화되면 다극화를 더욱 추동할 것이다. 그러면 미국의 패권은 더욱 약해질 것이다. 그러니 미국이 북러정상회담 소식에 초조해할 법도 하다. 

 

이와 같은 미국의 처지가 드러나는 소식이 있다. 북러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9월 14일 미국이 대규모 대러 제재에 돌입했는데, 튀르키예 기업 다섯 군데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튀르키예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서 열쇠를 쥐고 있는 나라이다. 나토 확장을 바라는 미국이 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튀르키예 기업까지 북러정상회담 직후 이뤄진 대러 제재의 대상에 포함한 것은, 그만큼 북러 협력 강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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