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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 없이 다 바친 선생들의 뜻을 잇겠다”···윤희보·박선애·박순애 선생 추모의 밤 열려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3/10/13 [16:41]

“사심 없이 다 바친 선생들의 뜻을 잇겠다”···윤희보·박선애·박순애 선생 추모의 밤 열려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3/10/13 [16:41]

▲ 지난 12일 오후 7시 서울의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윤희보·박선애·박순애 선생 추모의 밤-남김없는 사랑’이 진행됐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윤희보·박선애·박순애 선생 추모의 밤-남김없는 사랑’이 지난 12일 오후 7시 서울의 성미산마을극장에서 8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추모의 밤은 ‘윤희보·박선애·박순애 선생 추모사업회’가 주관했다. 

 

박선애, 박순애 선생은 자매 사이이며 박선애, 윤희보 선생은 부부 사이이다. 

 

박선애, 박순애 선생은 해방 후 오빠의 영향으로 미군정을 반대하는 운동, 여성들에게 글을 가르치며 여성을 조직하기 위한 활동을 하면서 반미, 통일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한평생을 헌신했다. 한국전쟁 시기 체포된 후 고문을 받고 그 후유증으로 평생 고통을 겪었지만, 통일운동에 헌신했으며 청년학생 운동을 지원하는 활동을 펼쳤다.

 

여성 유일의 비전향장기수인 박선애 선생은 2010년 9월 25일 별세했다. 동생인 박순애 선생은 2년 뒤인 2012년 12월 12일 별세했다. 

 

윤희보 선생은 일제강점기 빈농의 가정에서 태어나 노동운동, 사회운동에 눈을 뜬 뒤에 월북, 한국전쟁 시기 남쪽으로 왔다가 체포되었다. 25년을 감옥에서 보내면서도 언제나 신념을 잃지 않았으며 2000년 9월 2일 북한으로 송환된 뒤 조국통일상을 받았다. 특히 윤희보 선생은 한총련 지원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한총련 할아버지’로 유명하다.

 

윤희보 선생은 2015년 3월 18일, 97세의 나이로 별세하였으며, 평양의 신미리 애국열사릉에 안치되어 있다.

 

정종성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청년학생본부 상임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추모의 밤은 ‘사심 없이 다 바친 선생님의 생애’, ‘선생님들의 뜻을 이어가는 우리들의 결의’, ‘선생님들을 닮은 촛불 같은 사람들’ 등 총 3부로 구성됐다.

 

▲ 정종성 6.16청학본부 상임대표.  © 김영란 기자

 

1부 ‘사심 없이 다 바친 선생님의 생애’는 세 분 선생의 삶을 조명하는 글과 시, 노래 공연으로 진행됐다.

 

황선 평화이음 이사는 김은희 서울주권연대 서남지회 운영위원장이 쓴 글을 대독했다. 김은희 운영위원장은 윤희보, 박선애, 박순애 선생을 부모님처럼 모셨다.

 

김은희 운영위원장은 윤희보 선생의 동지에 대한 의리를 글에 구체적으로 썼다. 윤희보 선생을 “동지에 대한 의리가 대단하신 분”이라며 이인모 선생과의 일화, 한총련 학생들에 대한 사랑, 고 김양무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부의장과 그의 가족에 대한 일화를 소개했다.

 

계속해 “윤희보 선생은 자신의 수고에 대해 단 한 번도 내세우지 않았습니다”라면서 “오로지 혁명가로서 자신의 사명을 다할 뿐이었습니다”라고 회고했다. 

 

▲ 황선 평화이음 이사.  © 김영란 기자

 

서지연 주권방송 편집국장은 박선애, 박순애 선생의 삶을 조명했다.

 

서지연 편집국장은 “빨치산 자매, 비전향장기수, 통일운동의 원로 박선애, 박순애 두 분 선생님의 삶은 존경과 찬탄을 불러일으키지만 정작 선생님들 자신은 본인을 전혀 내세우거나 명예를 원하지 않으셨고 대접받기를 바라시지도 않으셨습니다”라며 선생들의 생애를 돌아봤다. 

 

이어 “선생님들은 누가 알아주길 바라서 포로수용소에서도 목숨을 걸고 모임을 만들고, 옥중에서도 공부를 이어가신 것이 아닙니다. 명예가 차려지길 바라며 잔인한 전향 고문을 이겨내고 수십 년을 옥중에서 보낸 것이 아닙니다. 먼저 간 동지들을 생각하며 지금도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신념의 잣대에 따라 매 순간을 치열하게 사셨던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생들의 매 순간 조국을 위해 바쳤던 삶을 형상화한 시 「시간을 바친다」 낭송과 노래패 ‘우리나라’의 「임을 위한 노래」, 「이 나무와 함께」 공연이 있었다. 「시간을 바친다」를 창작한 박현선 시인과 노래패 ‘우리나라’는 세 분 선생과 인연이 깊다.

 

▲ 노래패 ‘우리나라’의 공연 모습.  © 김영란 기자

 

  © 김성민


2부 ‘선생님들의 뜻을 이어가는 우리들의 결의’는 젊은 세대들의 결의와 공연으로 진행됐다.

 

김복기 진보예술인모임 ‘민들레’ 회원은 “선생님들의 삶을 따라 배우며 투쟁한 지도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 시간은 선생님들의 삶에 비추어 제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라며 “제 몫을 하는 일꾼이 되고 싶었지만 부족했습니다. 선생님들의 말씀을 따라가고 싶었지만 부족했습니다”라고 자신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가을바람이 선생님들의 말씀을 들려줍니다. 무명전사의 마음으로 살아가라고, 동지와 조직에 남김 없는 사랑을 펼치라고. 제 손 꼭 잡아주며 동지들을 믿는다고 전해주셨던 그 마음을 다시 새기겠습니다. 윤희보, 박선애, 박순애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투쟁의 길에 나서겠습니다”라고 결의를 밝혔다. 

 

이어 지난해 진행된 ‘윤희보, 박선애, 박순애 선생 추모의 밤’에서 선생들의 삶을 다룬 낭독극 「승리」에 참여했던 박민채 서울대학생진보연합 회원의 결의 발언이 이어졌다.

 

박민채 회원은 “한 생을 다 바쳐 싸워오신 세 분 선생님들이 살아오신 대로, 가르쳐주신 대로 살며 신념과 투지로 똘똘 뭉친다면 개인의 사사로운 흔들림을 이겨내고 집단과 함께 더 큰 승리로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라면서 “청년학생들을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셨던 선생님들께서 그토록 바라셨던 통일을 위해, 자주를 위해 더 많은 청년학생을 모아 거세게 투쟁하겠습니다”라고 결의를 밝혔다.

 

▲ 박민채 서울대진연 회원.  © 김영란 기자

 

▲ 대진연 예술단 ‘빛나는 청춘’의 공연.  © 김영란 기자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예술단 ‘빛나는 청춘’은 노래 「반달」, 「나도 그대 따라」를 부르며 선생들의 뜻을 이어가겠다는 결심을 밝혔다. 「반달」은 박선애, 박순애 선생이 즐겨 부른 노래다.

 

3부 ‘선생님들을 닮은 촛불 같은 사람들’은 2023년 가장 치열하게 투쟁하는 촛불국민과 함께 투쟁하겠다는 결심의 장으로 진행됐다.

 

배우 유정숙 씨는 매주 토요일 진행되는 윤석열 퇴진 촛불집회에 나오는 촛불국민들의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을 언급하면서 “촛불국민들의 그 뜨거운 열정과 헌신을 배우겠습니다”라고 결의를 다졌다.

 

극단 ‘경험과 상상’은 결심 공연으로 노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약속」, 「촛불행동의 노래」를 연이어 불렀다. 

 

▲ 극단 ‘경험과 상상’  © 김영란 기자

 

추모의 밤 참가자들은 「촛불행동의 노래」가 나오자 함께 부르며 촛불국민과 함께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결심을 세웠다.

 

사심 없이 깨끗한 마음으로 한 생을 자주, 민주, 통일에 바쳤던 윤희보, 박선애, 박순애 선생의 뜻을 잇겠다는 참가자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특히 이날 추모의 밤에 세 분의 선생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20대의 대학생들이 대거 참여해, 선생들의 투쟁과 정신이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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