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창원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현재 서울구치소에 가족이 갇혀있는 권지은 씨가 지난 16일 쓴 글을 본지에 보내와 게재합니다.
지난 9월 서울구치소 면회 대기실에 공고가 나붙었다.
“법무부 온라인 민원서비스를 이용 중인 인터넷 편지는 2023년 10월 4일 10:00부터 우정사업본부 인터넷우체국 e-그린우편으로 개편되어 이용되어 이용 가능하니 이 점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법무부 온라인 민원서비스는 재소자들의 가족들이 대면 면회, 화상 면회 예약과 영치금 확인 등 자신들의 가족이 교정시설에 갇혀있어서 생기는 일들을 해결하는 곳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들에게 가장 절실했던 안(교도소, 구치소의 의미)에 있는 가족들에게 인터넷 편지로 만나지 못하는 그리움을 전달하고 바깥세상 소식을 전해왔었다. 법무부 온라인 인터넷 편지는 A4 한 장 정도로 분량의 제한이 있고 사진 첨부 등은 되지 않았지만 매일 매일 편지를 쓸 수 있었다. 당일 밤 자정까지만 편지를 쓰면 다음 날 바로 안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달이 될 수 있었다. 특히 미결수일지라도 매일 매일 면회를 못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안의 가족들과 바깥의 가족들을 연결해주는 그래서 재소자들이 다시 희망을 가지고 오늘을 견디게 해주는 소중한 통로였다. 기결수는 더할 것이다.
그런데 법무부와 교정 당국은 인터넷 편지에서 우체국 e-그린우편으로 개편이 된다는 공고만 여기저기 해놓고 이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바뀌는지에 관한 설명은 하나도 없었다. 당연히 우리 가족들은 관리 담당자가 바뀌는 정도라고 생각하였다. 막상 10월 4일이 되어 우체국 e-그린우편으로 바뀌어 접속해서 회원 가입을 하고 프로그램을 깔고 유료 결제를 하고 편지를 보냈다. 그런데 10월 4일에 보낸 편지가 안에 있는 가족한테 전달된 날이 무려 10월 13일이었다. 편지 하나 가는 데 9일이 걸린 것이다. 우체국 e-그린우편이 아니라 우체국에 가서 직접 보내면 6일이면 도착한다.
게다가 더욱 기가 막힌 것은 10월 12일에 법무부 온라인 민원서비스 홈페이지에 공고가 떴다.
오로지 일방적 공고밖에 없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고 재소자 가족들이 겪게 될 불편을 헤아리거나 미안해하는 마음은 저 문구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 얼마나 법무부와 교정 당국의 편의주의적이고 일방적인 행태인가.
당국은 이 제도를 시작할 때부터 준비를 제대로 안 해 중단 사태가 벌어진 지금까지 이렇게 할 테니 하려면 하고 말라면 말라는 식이다.
1주일 동안 인터넷 편지를 이용하지 못하는 기간에 가족들은 결국 업무시간 중에 또는 일과 시간 중에 우체국을 들러야 하는데 요즘은 우체국을 찾기가 쉽지 않고, 많지도 않다. 이 불편은 오로지 재소자 가족들이 담당하여야 할 몫인 거다. 바깥에 있는 가족들의 안위와 소식이 궁금하여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지내야 하는 것은 재소자들의 몫인 거다. 법무부와 교정 당국은 공지하였으니 책임이 없는 것인가.
교정시설의 목적은 죄에 대한 합당한 형을 살게 하는 것임과 동시에 교화의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가족들, 지인들과 인간적인 정을 나눌 수 있었던 가장 유력한 수단이었던 인터넷 편지 제도를 실제적으로는 폐지하여 놓고 우체국 e-그린우편으로 개편한다고 호도한 것도 모자라 편지 전달 시간도 1주일 이상 소요되고 게다가 준비가 안 되어 중단 사태까지 벌어지게 했다. 교화의 목적은 사라지고 재소자와 가족들을 벌주려는 것 아닌가. 법무부와 교정 당국이 세계 10대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위상에 맞는 인권관을 가졌는지 강력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이다.
그것은 다시 법무부 온라인 인터넷 편지 제도가 복구되어 오늘 우리가 쓴 편지가 내일 안에 가족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법무부와 교정 당국은 월 5회 통화도 3회로 일방적으로 줄였다. 우체국 e-그린우편이 서버를 증량하여 다시 열릴지라도 안에 가족들에게 전달되는 시간은 최소 5일 이상일 것이다. 그러면 우체국 e-그린우편이 아니라 우체국을 직접 방문하여도 될 일이다. 우리는 우체국 e-그린우편이 주는 이점이 무엇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만약 이런 제도로 바뀐다는 것을 알았다면 사전에 강력히 항의하였을 것이다. 일방적 공지로 가족들은 이 내용을 파악조차 할 수 없었다.
법무부와 교정 당국은 제도의 변화 이후 가족들과 제소자들에게 의견을 들어볼 시도는 하였는지 궁금하다.
다시 한번 요구한다. 일방적인 행정조치를 중단하고 인터넷 서신 제도를 복구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법무부와 교정 당국은 헤아리고 인권이 보장되는 선진교정문화를 위해 앞장서기를 바란다.
2023년 10월 16일 서울구치소 창원 국가보안법 피해자 가족 권지은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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