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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시민’ 김련희 씨, 잠입·탈출 혐의로 재판받아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3/11/08 [09:35]

‘평양시민’ 김련희 씨, 잠입·탈출 혐의로 재판받아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3/11/08 [09:35]

 © 자주시보

 

‘평양시민’ 김련희 씨가 국가보안법 6조(잠입·탈출)와 7조(고무·찬양) 위반 등의 혐의로 8일 대구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는다.

 

검찰은 김련희 씨가 2016년 주한 베트남 대사관을 찾아 망명을 신청했던 것을 잠입·탈출 행위로, 유튜브에서 방송했던 것 등을 고무·찬양 행위로 본 것이다.

 

김련희 씨는 탈북 블로커에 속아서 한국으로 왔기에 자신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달라고 2011년부터 줄곧 호소했다. 북한도 김련희 씨와 북·해외식당 여종업원 등을 북한으로 돌려보낼 것을 한국에 촉구했다.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김련희 씨는 “문재인 정부에서 연기됐던 재판이 윤석열 정부 들어서서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련희 씨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판을 받는 심경을 “제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 죄입니까? 제가 태어나서 자란 조국과 고향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한 것이 죄란 말입니까? 이것이 정녕 죄가 된다고 하더라도 저는 앞으로도 가족의 품으로 가는 길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또한 김련희 씨는 페이스북에 재판장에게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아래에 소개한다. 

 

재판장님께

 

저는 2011년 병 치료와 친척 방문차로 중국에 나갔다가 두 달만 몰래 한국에 가서 많은 돈을 벌어 오면 병을 고치고 건강하게 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탈북브로커의 말만 믿고 그만 한국행을 하게 되는 인생 최악의 실수를 하게 됩니다

 

한국으로 오는 과정에 두 달 만에 중국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이 철저히 속임수였다는 것을 알고 도중에 도망치려고 여러 가지 노력을 했지만 브로커는 저의 북쪽 여권을 끝까지 돌려주지 않았고 같은 일행인 탈북자들의 신변에 위험이 생길 수 있다며 저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되어 저는 브로커에게 속아서 저의 의사와는 반하게 한국에 입국하게 되었으며 국정원에 도착한 첫 순간부터 시종일관 저를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고향으로 돌려보내 줄 것을 완강하게 요구하였습니다.

 

울며 애원하며 매달려도 보았고 한 달 동안 단식도 하면서 저를 가족이 있는 곳으로 보내줄 것을 요구하였지만 국정원은 ‘대한민국에서 살겠다는 서약서를 쓰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국정원에서 나갈 수 없다’고 협박을 하며 끝내 저를 탈북자로 만들어 고향길을 막아버렸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라도 혹시 북으로 도망갈 수 있다면서 “신원특이자”로 분류하여 8년 세월 여권을 내주지 않고 있다가 지금은 출국금지까지 해놓은 상태입니다.

 

이렇게 되어 저는 사랑하는 가족과 생이별하여 여기 낯설은 타향의 남녘땅에서 13년 세월 오직 부모님과 남편, 사랑하는 딸자식을 만날 그날만을 간절하게 고대하며 하루하루 외롭고 고독한 힘든 나날을 보내왔습니다.

 

그 과정에 혹시라도 고향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까 하는 간절함에 밀항도 시도하고 위조여권도 만들어 보았으며 나중에는 혹시 강제 추방이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천진한 생각에 ‘나는 간첩’이라고 셀프 신고를 해서 감옥살이까지 하게 되었지만 제가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전혀 열리지 않았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사상이니 이념이니, 체제니 이런 것들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일반 아줌마이며 지금 여기에서보다 더 잘먹고 잘살고, 보다 좋은 환경을 찾아서 북으로 가겠다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단지 제가 13년 세월 하루 같이 고향으로 가겠다는 결심을 굽히지 않았던 것은 그쪽에 80세를 넘기신 연로하신 부모님과 사랑하는 남편, 그리고 순간순간 엄마를 애타게 찾고 있는 보석보다 더 귀한 저의 딸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들은 천만금을 준대도 바꿀 수 없는 저의 소중한 가족이며 가족을 떠난 저의 행복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오직 가족의 품으로 가야 한다는 한가지 생각으로 주한 베트남 대사관에 들어가 망명 신청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피붙이 한 점 없는 여기 타향에서 13년 세월을 살아오면서 많은 남녘분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들이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북녘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평양에서 살면서 경험할 수 없었던 남녘 생활에 대한 호기심이 컸던 것만큼 남녘 분들의 북에 대한 호기심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평양에서 태어나서 학교에 다니고, 직장을 다니면서 경험했던 생활에 대해 여러 측면으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또한 페이스북에 미치도록 그립고 보고 싶은 저의 딸의 영상과 가족들의 현황, 그리고 내가 살던 고향에 대해 저의 마음의 글을 적기도 하였습니다.

누구나 자기가 태어나고, 부모 형제가 살고 있는 고향에 대한 애착을 가진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봅니다.

 

여기 계시는 모든 남녘 분들도 당연히 자신들이 태어나고 자라난 대한민국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긍지스러운 감정을 가질 것이라 믿습니다.

 

이 세상 어느 누구에게도 자기 조국과 고향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억지로 지워버리고 대신 증오와 미움을 가지라고 강요한다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며 있어서는 안 되는 반인권적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여기 한국에는 수많은 다문화 가족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와 한국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누구나 스스럼없이 자신들의 조국과 고향에 대해 자랑도 하고 소개도 하고 있으며 자기 조국에 대한 사랑의 감정도 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저는 안 되는 겁니까?

 

저는 왜 나의 고향, 나의 가족들에 대해 말하면 안 되는 겁니까?

 

이 자리에 계시는 모든 분들을 비롯해 지구상의 그 누구나 다 부모와 형제, 가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왜 가족을 가질 수 없는 겁니까?

 

저는 왜 사랑하는 남편과 소중한 딸을 만날 수 없는 겁니까?

제가 한두 해도 아니고 13년 동안 그토록 가족을 그리워하고 저의 고향을 사랑하는 것이 정녕 잘못된 것이란 말입니까?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저의 남편과 딸이 있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 죄가 된다는 걸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43년간 살아왔던 나의 고향에 대해 말한 것이 죄가 되어 여기 이 자리에 서야 한다는 것이 정말 이해되지 않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과 이 자리에 계시는 여러분께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제가 연로하신 부모님들께 늦게라도 효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제가 다시 남편의 극진한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제가 사랑하는 나의 딸 곁에서 다심한 어머니의 역할을 할 수 있게 애써주십시오.

 

제가 평범한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평생 대한민국을 저주하지 않도록 공정하고 인간적인 정의를 내려주십시오. 

 

저는 존경하는 재판장님을 비롯한 여기에 모이신 여러분들께서 저를 같은 동족이라는 인간애로, 한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여성으로 여기고 자식을 든 부모의 마음으로, 부모를 둔 자식의 심정으로 부디 판단해주시기를 다시 한번 정중히,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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