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과 관련해 한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사실상 한국을 향해 이스라엘을 지원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11월 8일(현지 시각)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한국의 팔-이 전쟁 개입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그것(팔-이 전쟁 개입)은 (한국의) 주권적 결정”이라면서 “해당 분쟁에서 한국이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 역내에서 훌륭한 친구이자 동반자, 동맹국이며 우크라이나가 독립을 위해 싸우는 동안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왔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한국을 향해 과거 우크라이나에 했듯 이스라엘에도 막대한 지원을 하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읽힌다.
이런 분위기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아예 한국을 직접 찾았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11월 8일과 9일 서울에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중동의 불안한 정세, 팔-이 전쟁 대응에 관해 논의했다. 게다가 블링컨 장관은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것에 사의를 표했다. 이 역시 한국을 향해 이스라엘을 지원하라는 미국의 압박으로 보인다.
현재 국제사회에서는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하는 이스라엘 규탄 여론이 높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권이 이스라엘을 직접 지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런 측면에서 커비 조정관과 블링컨 장관이 굳이 팔-이 전쟁과 관련해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사례를 콕 짚어 거론한 점이 의미심장하다. 윤석열 정권에게 이미 해본 적 있는 ‘우크라이나 지원 방식’을 제시해 준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미 추종으로 일관해 온 윤석열 정권은 이미 우크라이나에 최소 3조 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고,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우회 지원했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윤석열 정권은 이스라엘을 지원하라는 미국의 뜻도 고분고분 따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이 미국의 뜻대로 이스라엘을 지원한다면 그토록 강조하던 중동 순방의 성과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게 된다.
지난 10월 윤석열 대통령은 중동 주요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를 4박 6일 동안 돌면서 ‘경제적 성과’를 자화자찬했다. 두 국가와 27조 원이 넘는 규모의 계약 및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이를 통해 어려운 한국 경제의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대중동 수출 규모는 175억 2,436만 달러(대략 23조 550억 원)로 2021년 대비 12.3% 늘었다. 한국의 대중동 주요 수출품은 자동차, 자동차 부품, 합성수지, 냉난방기 등이다. 특히 중동 각국 가운데 최대 시장인 사우디를 대상으로 한 수출액 규모는 48억 6,515만 달러(대략 6조 4,000억 원)로 나타났다. 올해 1~7월 한국의 전체 수출 증가액이 -13.0%로 후퇴했지만 같은 기간 대중동 수출이 12.1% 늘어난 점도 주목된다. 한국 경제에서 중동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은 중동을 저버리는 패착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무함마드 빈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 왕세자 등 중동 각국 정상, 정상급 인사는 팔레스타인 지지·옹호 의사를 확고히 밝혔다. 이런 점에서 한국이 만약 이스라엘을 지원하게 되면 윤석열 정권이 기껏 내세우던 중동 순방 성과마저 ‘말짱 도루묵’이 된다. 게다가 온 중동, 아랍 세계를 적으로 돌릴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위다.
미국의 압박은 11월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에이펙 정상회의에서 훨씬 노골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에이펙에 참석하는 윤 대통령에게 직접 이스라엘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은 이스라엘 지원이 우리나라에 몰고 올 파장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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