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3년 12월 6일(현지 시각) 아랍에미리트 연합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을 찾아 협력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것은 코로나19 대유행 전인 2019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그리고 2023년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체포 영장을 발부한 이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중국 정도만 직접 방문했던 푸틴 대통령이 이번에 중동 국가들을 찾은 것은 이례적인 행보다. 당시 국제형사재판소는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아이들을 불법적으로 러시아로 보낸 피의자로 푸틴 대통령을 지목했다.
아랍에미리트는 수호이(Su)-35S 전투기 4대의 호위를 받고 수도 아부다비에 도착한 푸틴 대통령을 극진히 환대했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 대통령은 전용기 계단을 내려오는 푸틴 대통령을 “나의 친구”라고 부르며 환영했다.
푸틴 대통령이 나흐얀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카사르 알 와탄 대통령궁으로 향하는 동안엔 아랍에미리트 비행기가 아부다비 상공에 러시아 국기를 그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대통령궁에서 서로를 마주한 두 정상은 양국 관계를 되짚어보며 앞으로 협력을 더 돈독히 하자고 이야기했다.
나흐얀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가 걸프 지역에서 러시아의 최대 무역국이자 최대 아랍 투자국이라면서 “우리는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 등 다양한 국제적 협력체에서도 러시아와 함께하는 국가”라고 강조했다.
나흐얀 대통령은 “이러한 배경이 있기에 우리가 다양한 분야에서 관계를 강화하고 확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국제적·지역적으로 주요한 문제와 양국의 핵심 사항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의견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라며 앞으로도 러시아-아랍에미리트 간 대화를 이어가자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 건국 52주년 축하와 함께 소련이 아랍에미리트를 주권국가로 인정한 최초의 나라였다고 서두를 뗐다. 그러면서 “우리 관계는 오늘날 유례없이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라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무역, 투자, 산업, 관광 부문뿐만 아니라 국제적 문제와 관련해서도 아랍에미리트와 활발히 협력해왔다고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서 세계정세 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현재 가장 뜨거운 열점인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관련 상황에 대해서도 여러분과 논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아랍에미리트가 브릭스 성원으로 함께 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며 앞으로도 아랍에미리트와 협력을 강화해나가자고 덧붙였다.
회담을 마친 후 푸틴 대통령은 나흐얀 대통령과 웃으며 인사를 나눈 뒤 전용기를 타고 사우디아라비아로 곧장 향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지난 7년 동안 우리는 에너지, 투자 관계, 농업 부문 등 양국 관계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정치적 협력과 교류 덕분에 우리는 중동의 여러 현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고 안보도 강화할 수 있었다”라며 “앞으로도 우리의 정치적 상호작용과 협력은 의심할 여지 없이 세계정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왕세자를 모스크바에서 만나기를 기대했으나 여러 상황들이 애초 계획에 영향을 줬다”라면서 “그 어떤 것도 우리의 우호 관계 발전을 막을 수는 없다. 다음에는 모스크바에서 만나기를 기대한다”라고 서두를 뗐다.
그러자 빈 살만 왕세자는 푸틴 대통령에게 “준비가 돼 있다. 전 세계의 이익을 위해 러시아와 함께 일할 것이다”라고 화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언제나 사우디아라비아 국민이 스스로 미래를 건설하려는 의지를 존중해왔다”라며 오늘날에도 양국이 정치, 경제, 인도주의 분야에서 안정적이고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우리가 지금 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의 정보와 평가를 교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날 회담에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을 둘러싼 중동 정세, 세계 석유 시장을 둘러싼 에너지 문제, 우크라이나 상황, 양국 무역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처럼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직접 방문해 양국 간 교류·협력은 물론이고 세계정세에 있어서도 힘을 합쳐 나가자고 이야기한 푸틴 대통령의 행보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중동 방문이 2020년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러시아 고립 시도를 무색하게 만들었고 세계 무대에서 러시아의 존재감을 재확인시켰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푸틴 대통령의 중동 방문에는 서방 영향력의 한계를 부각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해석했다. 통신은 그 근거로 현재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서방의 의도와 달리 더는 우크라이나 관련 상황이 푸틴 대통령의 대외 행보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이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 방문 당시 아랍에미리트 최대 도시인 두바이에서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진행 중이었지만 전 세계의 이목은 푸틴 대통령의 행보에 쏠렸다.
지금 전 세계는 푸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다음 날인 2023년 12월 7일 모스크바에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것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편, 미국의 동맹국으로 알려졌던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미국을 멀리하고 러시아와의 협력을 확대한 데 이어 브릭스, 상하이협력기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는 그동안 상하이협력기구에서 대화 참여국으로 활동해왔고 2024년 1월 1일부터는 이란, 이집트, 에티오피아, 아르헨티나와 함께 브릭스 정식 회원국으로 활동하게 된다.
이로 미뤄볼 때 이번 푸틴 대통령의 행보로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이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팔레스타인 등 중동 국가들이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데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은 이 지역에서의 자신들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어 패퇴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압박감을 더 느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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