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정치 인생이 끝장날 수 있는 위기로 내몰렸다.
아사히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2019년 10월, 자민당 본부에서 뉴트 깅그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과 동행한 통일교 우호 단체 천주평화연합(UPF) 일본의 수장 가지쿠리 마사요시를 만났다고 12월 6일 보도했다. 당시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의 중역인 정조회장이었다.
일본에서 기시다 총리가 통일교 유력 인사와 만났다는 보도는 큰 파장을 미치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암살에 통일교 문제가 깊숙이 연관된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분게이슌슈 등 일부 일본 매체는 아베 전 총리의 암살이 단독 범죄가 아닐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대다수 주요 언론은 40대 남성 야마가미 데쓰야가 단독 범죄를 벌였다고 밝혔다. 야마가미가 ‘어머니가 통일교에 큰돈을 기부해 가정이 파탄 났다’라며 통일교 문제를 방치한 아베 총리를 암살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의 죽음 이후 자민당 유력 인사들이 통일교와 유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기시다 총리는 통일교와 관계가 없다면서 통일교의 해산을 추진해 왔다. 그런데 기시다 총리 본인이 통일교 유착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것이다.
12월 7일 기시다 총리는 일본 총리 관저에서 ‘통일교 인사와 만났는가?’라고 묻는 일본 기자들의 질문에 “동행자 중에 (통일교 우호 단체) 관계자가 있었다고 해도 그 동행자가 누구인지는 알지 못한다”, “확인하기 위해 깅그리치 씨에게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등의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한편 일본 주요 언론이 기시다 총리를 몰아붙이며 관련 소식을 일제히 보도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그만큼 기시다 정권이 궁지에 몰렸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와중에 자민당 총재 선출 과정에서 기시다 총리를 지원한 아베파의 유력 인사들이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도 거세다. 정치자금 모금 행사를 주관한 자민당 최대 파벌 아베파가 자금 내용을 장부에 기록하지 않고 뒷돈으로 빼돌렸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은 아베파가 지난 5년간 약 1억 엔(9억 원)을 뒷돈으로 챙겼고 관련된 의원이 10여 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특히 뒷돈 의혹에는 기시다 정권의 유력 인사도 직접 얽혀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당시 자민당의 자금, 사무 전반을 관장하는 사무총장이었다. 도쿄지검 특수부가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데 앞으로 기시다 정권 전반으로 수사를 뻗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12월 4일 극우 성향 산케이신문을 계열사로 둔 방송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전문가를 인용해 아베파의 뒷돈 의혹이 ‘리쿠르트 사건급’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리쿠르트 사건은 1989년 당시 다케시타 노보루 정권이 뇌물 수사를 받고 무너진 사건이다. 기시다 정권 역시 버티지 못하고 퇴진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들어 기시다 정권의 잇따르는 악재는 기시다 총리가 민심을 잃은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통일교 인사 만남, 아베파의 뒷돈 의혹이 터지기 전부터 진작 일본 국민의 지지를 잃은 처지였다.
기시다 총리는 윤석열 정권 출범 뒤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과 한 몸처럼 움직이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기시다 정권은 이른바 한일관계 정상화와 한·미·일 협력 강화를 통한 북한, 중국 적대 정책을 앞세웠고 이를 통해 일본의 군국주의 행보에 박차를 가해왔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의 군국주의 행보는 역풍을 불렀고 나빠지는 경제 상황과 실책에 민심은 갈수록 나빠졌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정권의 지지율은 집권 이후 최저치인 20%대로 곤두박질쳤다.
기시다 정권을 몰아붙이는 일본 언론의 보도와 검찰의 수사는 기시다 총리가 민심과 국정 장악력을 모두 잃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가 내년 9월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임기를 끝까지 채울지에 관해서도 이목이 쏠린다. 중의원(하원) 다수를 차지한 정당의 대표가 총리로 뽑히는 일본 정치의 특성상, 자민당 총재직 사임은 곧 총리직 퇴진을 뜻한다.
일부에서는 이런 기시다 총리의 모습이 퇴진, 탄핵 여론에 직면한 윤 대통령의 처지와 닮았다고도 한다. 최대 위기에 빠진 기시다 총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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