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강끝’의 실체
새해 벽두부터 한미가 접경지역의 사격훈련장, 동·서·남해상 등에서 포격훈련과 기동훈련을 했다고 한국의 연합뉴스 등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
그 직후, 북한이 해안포를 200발 정도 쏘고, 한국이 그에 대응해 그 2배인 400발 정도를 쏘면서 연평도, 백령도 주민에게 대피령까지 내려 시끌벅적했습니다.
그다음 날, 군은 또다시 북한이 60발을 쐈다면서 도발을 이어갔다고 비난했으나 전날과 같은 대응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음날에도 북한에서 88발을 쐈다는데 우리 군은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붕 짜자 붕 짜’와 ‘모가지’ 발언으로 유명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자기 취임식에서부터 부르짖던 나름 신조 구호가 ‘즉강끝’인데, ‘즉시, 강력히, 끝까지 응징하라’라는 말에 비추어 처음에 2배로 대응하고 다음부터는 대응하지 않아 ‘즉강끝’의 실체에 대한 의문이 커진 듯합니다.
그의 의욕과 명령대로라면 남북 간 대결의 강도가 서로 주고받으며 계속 상승해야 하는데, 일방이 대응하지 않으면서 여기서 그칠지, 아니면 북한이 울산 앞바다에 순항미사일을 쏘아도 한국이 모르는 척하며 끝난 재작년의 경우처럼 흐를지, 서로 더 강력 대응하며 충돌 강도가 상승한다면 어느 정도에서 그치기는 하는 것인지, 정말 전쟁으로 가고 마는 것인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포사격+폭약폭발’이라는 절충안
정부 당국은 북한이 그 전날에는 남서 방향, 즉 해상경계선 방향으로 쏴서 강력하게 대응했지만 60발은 서쪽으로 쏴서 대응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북한은 그것은 포사격이 아니라 모의실험, 즉 발파용 폭약을 터뜨린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 군은 처음에는 북한이 분명 포사격을 하였고 폭약폭발이라는 것이 ‘거짓말’이고, ‘말도 되지 않는 코미디’라고 하였으나 다음 날에는 ‘포사격 전후로 폭약폭발을 하였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궁금한 것은, 그냥 북한이 포사격을 해놓고 폭약폭발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우겨도, 아무도 사실 확인을 해 줄 수 없는 일을 두고 굳이 왜 말을 바꿨을까 하는 것입니다.
한국 기상청에서 북한에서 확인된 지진파에 의하면 폭약폭발이지 포사격은 아니었다고 할 것도 아니고 미국이나 일본에서 그런 발표를 할 것도 아니지 않겠는가? 중국, 러시아에서 그런 발표를 하면 그것도 거짓말이라고 하면 되는 것이고. 북한에서 폭약 영상을 발표했다고 하지만 그것이야 그날 그 장소가 아니라고 하면 그만 아닌가? 그 영상이 그날 그 장소에서 한 그것이라고 입증할 수 있나? 왜 한국군이 말을 바꿨는지 쉬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북한의 말이 맞다면 아마 그날 한국군은 몹시 어리둥절했을 것입니다. 탐지만으로는 북한이 포를 쏘는 소리는 들리는데, 포탄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으니, 여러 갈래로 추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이게 무슨 무기이지? 우리가 모르는 신무기인가? 우리 장비로 탐지할 수 없는 뭔가 새로운 무기인가?’, ‘포탄이 북한 땅으로 거꾸로 날아갔나? 우리 미사일도 뒤로 가곤 하는데···’, ‘아니면 북한군의 쿠데타인가?’ 상당히 혼란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대충 서쪽으로 날아갔다고 보고하여 언론에 발표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그것은 폭약폭발이고 기만책이었다고 발표하니, 일단 급한 김에 북한의 발표는 수준 낮은 엉터리 기만 술책이라고 격하시켰다가, 다음날 군이 발표한 포사격도 맞고, 북한이 발표한 폭약폭발도 맞다고 말을 바꾼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명박 때 천안함 사건을 두고 현 국가안보실 김태효가 돈봉투를 들고 가 ‘북에서 보기엔 사과가 아니고, 남에서는 사과로 보이는 말을 해 달라’고 북한에 제안한 적이 있었다는데, 그때 그 뉴스가 떠오릅니다.
어쨌든 전 세계를 향해 ‘바이든’이 아니고 ‘날리면’이라고 우기는 그들인데, 끝까지 포사격이었다고 하면 될 것을 왜 포사격과 폭약폭발이었다고 절충하였는가 하는 의문은 고스란히 남습니다.
엉켜버린 발걸음
확실한 것은 북한에 대한 응대에서 한국군 걸음이 꼬였다는 것입니다.
탐지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그렇다면 큰 문제입니다. 서해 백령도, 연평도 쪽은 충돌 위험이 가장 크다고 하는 지역이고 그곳에 온갖 최첨단 탐지, 정찰 장비들을 총집중시켰을 텐데 그것을 제대로 탐지하지 못했다면 중부 전선, 동부 전선, 후방 등에서는 더더욱 파악이 어려운 상태일 것이 뻔한 일 아니겠습니까?
탐지 능력도 능력이지만, 발표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군 당국이라니, 믿고 단잠을 이루기는커녕 국민의 안보 불안을 가중시킬 뿐입니다.
‘바이든’을 ‘날리면’이라고 하던 그 배짱이 군에는 없는 것인지, 아니면 그 정도까지 비양심적이지는 않은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불안한 용산 집무실
우리는 이 며칠 사이 사태 전개를 보며 윤석열 정부가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은 없고, 말로만 큰소리치는 허풍쟁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허풍과 말 폭탄으로도 진짜 전쟁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저 뻥쟁이들을 두고 실소만 할 수는 없게 만듭니다. 전쟁은 무능한 뻥쟁이뿐 아니라 모두의 생사가 갈리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윤석열은 이 짓을 멈추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난 5일 북한이 포사격을 하자 수 시간이 지난 후 연평도, 백령도에 주민대피령을 내리고, 주민들을 방공호에 몰아넣었습니다만, 주민들이 북한 때문에 불안에 떤다던 당국과 달리, 정작 언론 인터뷰에 응한 주민은 아무 불안 없이 평온하고, 북한의 포사격 훈련이 있어도 별문제 없었는데 언론이 유난히 호들갑이라는 식으로 답을 한 바 있습니다.
윤석열 용산 집무실이 불안한 것을 연평도, 백령도 주민들이 불안한 것처럼 덮어씌운 것인지, 그리고 총선까지 이런 식으로 국민의 안보 불안 심리를 자극하여 표를 얻겠다는 것인지, 매우 의심스러운 상황입니다.
확실한 것은 정권 위기를 전쟁 위기 군사적 대결로 돌파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집권 세력이면 다들 자기들 같은 줄 알고 ‘북풍, 총풍’을 주문했던 그들이 아닙니까?
그런데 세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듯, 지금 북한은 핵을 가졌고,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게 전술화 했습니다. 그런 그들을 계속 자극하다가는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늠할 수 없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1월 8일) 합참은 “지상과 동·서해 해상에 적대행위 중지구역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공식 선언하고, 이 지역에서 사격 등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민의 안보가 윤석열 정권 탄핵에 있다는 것이 더욱 뚜렷해져 가는 스산한 새해 벽두입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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