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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신년경축대공연과 자제

최철훈 | 기사입력 2024/01/26 [14:52]

북한의 신년경축대공연과 자제

최철훈 | 입력 : 2024/01/26 [14:52]

지난해 12월 31일 밤을 지나 새해 1월 1일, 평양의 5월1일경기장에서 북한의 신년경축대공연이 있었다. 최근년도 북한의 공연들이 다 자신들의 기존 공연을 뛰어넘는 것들이었지만 이번 공연은 특히 그렇다. 

 

지난 2021년 있었던 조선노동당 제8차대회 경축공연 「당을 노래하노라」 이후 또 한 번 새로운 획을 그은 공연이 아닌가 싶다. 당시 공연 소감을 다룬 기사는 (「세계를 압도한 공연, ‘당을 노래하노라’」 http://jajusibo.com/54575)를 참고하면 된다. 그 글의 필자는 당시 공연의 제목을 ‘세계를 압도한 공연’이라고 했는데 이번 공연은 규모와 화려함 등에서 그 공연을 압도한 공연이었다. 

 

이번 공연을 비교할 수 있는 공연은 1년 전 ‘2023년 신년경축대공연’이다. 공연 장소, 무대, 출연진들이 비슷하다. 그런데 그 공연과도 확연히 다르다. 1년 전 공연은 대부분 서정적인 노래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이번 공연은 그와는 완전히 다른 활기차고 힘찬 공연이었다. 2023년을 대단히 만족스럽게 평가하고 새해에 더 큰 희망을 꿈꾸고 있다는 것이 공연 전체에서 느껴진다. 

 

또 무대 예술을 놓고 본다면 조명이 확연히 다르다. 정말 이번 신년경축대공연의 조명은 이제까지 본 적이 없는 화려함과 강렬함을 내뿜는다.

 

이번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자제의 관람이다. 자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 사이에 앉아서 공연을 관람했는데 이런 자리 배치는 자제가 후계자임을 전체 국민들 앞에 보여주는 뚜렷한 징표라 생각된다. 그리고 거의 모든 곡 중간에 자제의 얼굴이 비친다. 한마디로 이번 공연은 지난해 정찰위성을 쏘아 올린 북한의 자신감과 자제와 함께 번영해 나갈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 공연을 ‘화려함, 힘, 행복, 단결’이라는 4가지 주제로 분석해보려고 한다.

 

첫째로 화려함이다.

 

 

무대가 화려하다. 작년에 이어 등장한 얼음무대와 그 뒤로 가수들의 무대와 관현악단 천막, 그 양쪽으로 합창단이 자리 잡고 합창단 뒤로는 왼편에 2023, 오른편에 2024라는 숫자가 빛을 뿜으며 장식돼있다. 그 뒤 경기장의 한 면을 영상막으로 설치하고 영상이 펼쳐진다. 그 양쪽으로 눈꽃 모양의 조명을 큼직하게 이어서 설치했다. 그 양옆으로 영상 LED 화면이 설치돼서 현장 생중계가 펼쳐진다. 

 

그리고 조명. 이번 공연의 일등 공신은 무엇보다 조명이다. 북의 무대조명 기술이 갈수록 발전하는 것 같은데 이번 공연은 상상을 초월한다. 무대 위와 영상막 옆 그리고 합창단 양옆 바닥에까지 조명을 설치했다. 심지어 무대 맞은편에서도 무대를 비춘다. 그런데 조명빛이 대단히 강하다. 빛이 아주 멀리 뻗어나간다. 영상을 보면 누구나 놀라겠지만 15만 관중이 들어가는 5월1일경기장인데 마치 조그마한 소극장에 그 극장 전체를 환하게 비추는 조명을 보는 것만 같다. 색깔도 또렷하고 다채롭다. 게다가 고정된 조명이 아니고 움직인다. 강렬한 빛들이 동시에 다양한 각도로 움직이며 빛을 뿜는다. 조명의 압권은 ‘빛나는 조국’을 연주할 때다. 이 노래에서 크고 작은 다양한 북한의 국기가 등장하는데 심지어 조명까지 국기의 색깔을 형상해서 빛을 내뿜는다. 다양한 형태로 변형된다. 

 

출연진들의 의상도 세련되고 화려하다. 가수들, 무용수들, 아이들 각자에 맞게 다양한 의상들을 볼 수 있다. 무용수들의 소품들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둥근 꽃 모양의 소품, 횃불을 형상한 소품, 다양한 색깔의 띠 등등.

 

 

소고대의 연주 부분에선 조명이 꺼지자 소고대의 옷에서 여러 가지 빛이 뿜어져 나온다. 관객들이 환호한다. 관객들의 복장도 다양하고 화려하다. 관객들은 저마다 형광봉이나 불꽃을 들고 있다.

 

음악 편곡이 화려하다. 당장 첫 곡인 「애국가」의 편곡부터 예사롭지 않다. 우선 무반주 음악으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관현악이 합쳐지고, 대합창이 합쳐지고, 소고대의 북 연주가 합쳐지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우리는 당기를 사랑하네」에선 음악이 상승되는 부분에서 다른 연주가 멈추고 드럼이 강하게 연주되는 속에 여성 가수의 힘찬 노래가 펼쳐지며 음악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주다가 관현악과 대합창이 함께 터지면서 폭발적인 느낌을 준다. 물론 이때 조명도 함께 폭발한다. 관객들의 함성도 폭발한다. 맨 뒷부분의 「우리의 국기」에서도 이런 편곡을 선보인다.

 

둘째로 힘이 넘친다. 

 

우선 규모에서부터 힘이 넘친다. 전 세계에서 이런 규모의 공연을 펼칠 수 있는 나라는 아마 없을 것이다. 10만이 넘는 관중이 함께 함성을 지르고 합창을 하는 것 자체에서 강한 힘이 느껴진다. 

 

앞서 언급한 조명도 화려함과 더불어 강한 힘을 느끼게 한다. 공연을 시청한 한 사람은 조명이 땅에서 위로 강렬하게 쏘아지는 모습이 마치 미사일이 발사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편곡과 노래에서도 힘이 느껴진다. 1시간 반 공연영상인데 내내 힘찬 편곡으로 진행되어 지루함이 전혀 없다. 공연 중간에 「추억」이라는 노래와 「종소리」라는 무용곡에서만 서정적인 편곡이고 총 17곡 중 15곡은 힘찬 편곡이다. 「세상에 부럼 없어라」와 같은 느린 노래도 강하고 경쾌한 박자로 편곡해서 느린 느낌을 전혀 받지 못한다. 「노동당의 정책은 좋다」를 들어보면 중간에 공훈국가합창단의 남성 합창이 펼쳐지는데 대단히 박력 있다. 이 합창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무척 사랑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이 합창단을 “방사포의 일제사격과 같은 강력한 노래 포성”으로 노래한다고 소개한다. 

 

「빛나는 조국」이 연주될 때 뒤 영상막에는 북한의 정찰위성인 만리경-1호의 발사 장면이 펼쳐지는데 관객들의 함성이 높다. 그러다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이 비치는데 매우 강렬한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한다. 그러면서 대합창으로 “조선아 조선아 영원무궁 만만세”가 불려진다. 작년 정찰위성 발사 성공을 비롯한 북한의 성과에 대한 자신감과 힘을 공연과 영상편집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셋째로 행복이다.

 

가수들의 표정, 관객들의 표정에 웃음이 가득하다. 「웃음 많은 우리집」이라는 노래는 어린아이들이 나와서 부르는데 “하하하 호호호”라는 가사가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가사에 ‘풍년분배를 받아서 우리 집에 웃음이 많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정찰위성이나 북러정상회담 등 군사 정치적 측면의 성과만이 아니라 실제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성과들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출연하는 아이들의 얼굴에 구김살이 없고 밝다. 영상 앞부분에 대기실에서 자기들끼리 장난을 치는 아이들을 비추는데 앙증맞고 귀엽다. 

 

간부들의 표정도 밝다. 공연 시작 전에 간부들이 경기장 밖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기다리며 환담을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가볍게 술도 한잔 나누면서 화기애애한 모습이다.

 

「사회주의 너를 사랑해」라는 노래는 유독 관객들의 따라 부르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사랑해 사랑해 사회주의 내 조국을”이라는 가사다. 우리로서는 언뜻 이해되지 않는 장면이다. 우리에게 “사랑해 사랑해 자본주의 내 조국을”이라는 노래가 있을 리도 만무하지만 그 노래를 온 국민이 따라 부르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다. 보통 노래를 크게 따라 부른다는 건 그 노래 가사에 공감하고 그 노래를 함께 부르며 일체감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북한 국민들이 자신들의 제도에 행복해한다고 여길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앙코르곡이라고 할 수 있는 「지새지 말아다오 평양의 밤아」는 온 관객이 일어나서 어깨 물결을 만들며 함께 노래 부른다. 대단히 행복한 표정들이다.

 

「흥하는 내나라」에서는 북춤과 민족무용이 나오는데 객석에서 일어나 춤추는 관객이 영상에 잡힌다. 가슴속 행복과 흥으로 인해 앉아 있을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영상 중간중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자제를 비추는데 서로 환담도 나누고 미소도 짓는다. 많은 국민들과 함께 새해를 맞는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행복한 듯 보여진다.

 

마지막으로 단결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제와 팔짱을 끼고 공연장에 입장을 하자 관객들의 박수가 끊이지 않는다. 손을 흔들며 여러 차례 답례하다가 자리에 앉았는데도 박수와 함성이 멈추지 않는다. 급기야 자제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 굽혀 인사를 한다. 공연이 다 끝났을 때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관람석을 지나 계단을 내려가 객석에 있는 국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허리 굽혀 인사를 한다. 국민과 지도자가 서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이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연이 가지는 남다른 면이 또 하나 있다. 「세상에 부럼 없어라」 가사 부분이다. 원래 가사는 “우리의 아버지 김일성 원수님, 우리의 집은 당의 품”인데 이번 공연에서 처음으로 현 지도자의 이름으로 바뀌어 불렸다. 이 노래는 당 제4차대회(1961년)에 바쳐진 노래로 북한 국민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노래다. 이 노래의 가사 변화는 그만큼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그만큼 높다는 것의 방증이 아닌가 싶다.

 

공연의 전체 흐름이 단결의 내용으로 일관돼 있다. 애국가로 시작해서 당에 대한 노래들(「당을 노래하노라」, 「우리 당 영원히 따르리」, 「내 한생 따르리,」 「우리는 당기를 사랑하네」)이 펼쳐진다. 그리고 나라와 제도에 대한 노래들(「해빛 밝은 내나라」, 「우린 사랑한다」, 「사회주의 너를 사랑해」)에 이어 가정과 자신에 대한 노래들(「웃음 많은 우리집」, 「추억」)이 펼쳐진다. 자신에 대한 노래라고 해서 마냥 자기 추억만을 찾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에 “어머니 우리당 위해 한 생을 값있게 살리”라며 다짐한다. 그러다가 다시 노래 연곡(「노동당의 정책은 좋다」, 「흥하는 내나라」)으로 흥을 돋우다가 마침내 공연의 절정(「빛나는 조국」, 「번영의 이길 따라」, 「조선의 모습」)으로 치닫는다. 특히 「조선의 모습」에서 “천만 사람 대답해도 한 목소리고, 천만대오 걸어가도 한 걸음일세. 일심단결은 우리의 모습, 일심단결은 조선의 모습”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이것이 이번 공연을 통해 말하고 싶은 핵심적 내용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의 큰 특징은 서두에서 언급한 자제의 관람이다. 기존 북한의 공연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관람하는 공연이라고 하더라도 이번처럼 편집화면에 많이 등장하진 않는다. 이번엔 자제가 14번이나 등장한다. 그리고 자제가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비추는 장면들이 주목된다.

 

「우리는 당기를 사랑하네」에선 자제가 두 번이나 등장하는데 앞부분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그 모습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고개를 돌려 흐뭇하게 바라보며 미소 짓다가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그리고 화려하고 힘찬 편곡과 조명이 펼쳐진다. 대합창이 펼쳐지고 관객들도 함께 부른다. 노래 가사는 이렇다. 

 

“대를 이어 우리 세상 끝까지. 이 깃발 따라 한길 가리라.” 

 

분위기가 최고조에 이를 때 자제의 모습이 한 번 더 비친다. 

 

그리고 「번영의 이길 따라」, 「우리의 국기」에서도 자제가 노래를 따라부른다. 「우리의 국기」에서 자제가 함께 부르는 장면은 “나부껴다오 이 세상 다할 때까지”라는 가사다. 

 

북한 연출단의 의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중심으로 당과 국민들이 일심단결하여 이룩한 성과를 바탕으로 자제와 함께 “번영의 이길 따라”, “이 세상 다할 때까지”, “한길 가리라”는 의지를 표현하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화성포-18형, 극초음속 미사일, 정찰위성 등을 발사하며 스스로 군사강국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대선후보들이 대북 정책을 놓고 싸우는 걸 보면 북한의 정치적 위상도 상당해 보인다. 경제도 많이 좋아진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해 말 전원회의 발표를 보면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이 최근 3년 동안 연 12% 성장했다고 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놀라운 수치다. 이게 사실이라면 북한이 주장해온 대로 군사강국, 정치강국에 이어 곧 경제강국에 올라설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 공연을 통해 알 수 있듯 북한의 문화공연 실력도 주목된다. 내처 문화강국의 목표까지 이루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계속해서 자신들의 지난 공연 수준을 갱신하는 북한의 다음 공연이 벌써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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