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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19] 북한이 ‘통일’ 대신 ‘점령’을 선택한 배경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1/30 [14:49]

[정조준19] 북한이 ‘통일’ 대신 ‘점령’을 선택한 배경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4/01/30 [14:49]

육상 완충구역 사격 중지

 

1월 28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군은 당초 2월 중 육상 완충구역에서 포병 사격을 검토했는데 이를 잠정 보류했다고 합니다. 군은 북한이 아직 육상 완충구역에서 훈련하지 않고 있는데 우리 군이 먼저 훈련하면 북한에 ‘도발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1월 초에 있었던 해상 완충구역 포격은 북한이 먼저 포사격을 했기 때문에 맞대응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행동에 대해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상응 조치를 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군의 해명을 들으면 오히려 의문이 커집니다. 

 

군은 연말·연초에 육지와 해상에서 전례 없는 훈련을 집중해서 진행했습니다. 이건 북한이 먼저 무슨 훈련을 한 것에 대응한 게 아니었습니다. 군 당국도 “각 군에서 자율적으로 훈련”하는 것이라면서 북한에 대응한 훈련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왜 이때는 북한이 먼저 훈련하지 않았는데 우리가 고강도 훈련을 했나요? 그리고 지금은 왜 북한이 먼저 훈련하지 않으니 우리도 훈련하지 않는다고 하는 걸까요?

 

군은 북한이 서해에서 포사격을 진행하자 1월 8일 “적대행위 중지구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해상은 물론 육상 완충구역 내 훈련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때는 북한의 포사격에 맞대응해 육상에서도 포사격을 하겠다고 하고서 왜 지금은 훈련하지 않겠다고 하는 건가요? 우리도 모르게 북한의 서해 포사격 문제가 해결되기라도 했나요?

 

북한이 군사행동을 하면 거기에 맞대응하고, 하지 않으면 우리도 하지 않는 식이라면 윤석열 정권 들어 무수히 실시한 선제 훈련들은 무슨 원칙에 따른 것인가요? 그때와 지금은 훈련 원칙이 다른 건가요? 

 

지난해 북한이 정찰위성을 발사하고 10여 일 후 한국도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린 일이 있었습니다. 군 당국이 내세운 ‘행동 대 행동’의 원칙대로면 북한이 한 행동과 똑같은 행동을 우리도 했으니 그걸로 끝날 일인데 왜 9.19남북군사합의 일부 조항을 중지했을까요? 

 

군 당국의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고 원칙도 일관성도 없습니다. 

 

꼬리는 내렸지만 전쟁 포기는 아냐

 

군 당국이 28일 육상 완충구역 내 사격 훈련을 중지한 건 누가 봐도 우리 군이 꼬리를 내린 것입니다. 북한이 강하게 나오니까 여기에 밀려서 꼬리를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 일이 있기 직전인 26~27일 태국 방콕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의 외교·안보 회담이 있었습니다. 

 

이 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의 무기 시험 등을 거론하며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고려해 우려를 직접적으로 전달”했다고 합니다. 아마 중국이 북한에 군사 행동을 자제하라는 압박을 넣어주기를 기대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 뜻대로 움직일 것 같냐는 기자 질문에 미국의 고위 관계자는 “최근의 어떤 것도 건설적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라며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중국은 아예 회담 관련 공식 발표문에 북한 문제를 빼버렸습니다. ‘혹시나’가 ‘역시나’인 셈입니다. 

 

흥미로운 건 중국 외교부가 26일 쑨웨이둥 부부장(차관)의 방북 결과를 설명하면서 “북중이 모든 수준에서 전략 소통을 강화하는 데 동의했다”라고 밝힌 점입니다. 어쩌면 미중 외교·안보 회담에서 중국은 북한의 의도를 미국에 설명해 줬을 수도 있습니다. 

 

북한의 의도는 비밀이 아니고 모두 알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은 ‘만약 한미가 군사 도발을 하면 전면전으로 남쪽을 점령하고 미국에는 재앙을 안기겠다’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습니다. 아마 미국은 중국을 통해 이 선언이 빈말이 아니고 진심이라는 것을 확인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깜짝 놀라 서둘러 윤석열 정권에 훈련 중단을 지시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북한에 밀려서 중단한다는 것을 드러내면 망신이니 이런저런 명분을 생각하다가 ‘북한이 안 쏘니 우리도 안 쏜다’는 식으로 둘러댄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미국이 정말 전면전이 걱정되고 피해야겠다고 여긴다면 아예 훈련을 중지하고 북한에 평화협상을 선제 제안하면 될 일인데 왜 그렇게는 하지 않을까요? 한미 국민들도 다 좋아할 일인데 말입니다. 

 

아마 미국은 전쟁 계획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미국은 오랜 기간 북한과 전쟁을 하려고 시도했지만 결국은 포기하였습니다. 1994년에도, 2017년에도 전쟁 접경까지 갔지만 끝내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전쟁 위기가 심각하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전처럼 또 진정 국면으로 넘어갈 것이다’라고 여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전과 다릅니다. 중요하게는 북한의 반응이 이전과 다릅니다. 북한의 반응이 다른 건 지금의 전쟁 위기가 과거의 위기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1994년이나 2017년만 해도 미국은 경제 상황이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고 세계 패권도 지금처럼 심각하게 무너지지 않았으며 북·중·러도 지금보다는 위협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이 모든 면에서 급격히 몰락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내부 정치 혼란마저 심각합니다. 미국의 역사가이자 정치평론가인 댄 라자르는 “248년 역사의 미국이 우리 눈앞에서 무너지고 있다”라고 개탄하기까지 했습니다. 미국의 패권이 몰락하는 반면 북·중·러 연대는 공고해지면서 세계의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역량 관계를 타산한 결과 지금은 수세 국면이며 일단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권과 북·중·러 중심의 반미·탈미 진영을 완전히 차단, 분리하자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권에서라도 패권을 유지하면서 북·중·러를 치는 것은 차차 힘을 키워 차후를 도모하자는 전략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동맹국이라고 해서 예전처럼 순순히 미국 말을 듣지 않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동맹국이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폭력적 상황을 만들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제조업이 발달한 독일은 러시아에서 값싼 천연가스를 수입해 공장을 가동하여 완제품을 수출해 엄청난 돈을 벌었습니다. 그러니 미국이 독일-러시아 천연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 2 건설을 중단하라고 압박해도 독일이 말을 듣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고 러시아를 악마화하자 그제야 독일이 러시아와 경제 거래를 중단했습니다. 

 

이른바 탈동조화 혹은 디커플링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한 중국 고립봉쇄 정책도 바로 이런 취지에서 나온 것입니다. 

 

지금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이 중국과 무역을 하면서 많은 경제적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미국의 중국 고립봉쇄 정책이 먹히지 않습니다. 심지어 미국 기업들도 중국과 거래를 유지해야 한다며 자국 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부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중국을 방문해 ‘중국 고립봉쇄 정책에 반대한다’, ‘중국에서 사업을 계속 확장하겠다’며 중국 ‘사랑’을 내세웁니다. 이런 분위기를 일거에 뒤집으려면 중국-대만 사이에 전쟁이 터져줘야 합니다. 미국은 ‘대만을 침략한 중국’이라는 악마화를 통해 각국이 그리고 미국 기업까지도 중국과 거래를 못 하게 막고 싶을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런 미국에 찰싹 달라붙어 권력의 단맛을 즐기기로 작정한 자입니다. 경제가 망하건 말건 중국, 러시아, 북한을 적으로 돌리는 길로 서슴없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전쟁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전쟁의 길로 착착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훈련을 전면 중지하고 평화협상을 하자는 말을 못 하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전면전을 피하고자 잠깐 한숨 돌리고 작전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전쟁을 위한 작전 말입니다.

 

북한이 ‘통일’을 ‘점령’으로 전환한 이유

 

이런 관점으로 보면 연중무휴로 진행하는 한미연합훈련, 미국의 핵 전략무기 한반도 전개, 한·미·일 연합훈련,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다국적 훈련 등 한반도에서 진행되는 전쟁 위기 고조의 현상을 잘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독도까지 일본에 내주며 매국을 거침없이 해대는 윤 대통령의 머저리 같은 자기 무덤 파는 짓거리도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은 북한과의 전쟁으로 이 모든 것을 한방에 뒤집을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북한도 작년 말부터 전과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일반적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것도 위의 관점에서 보면 해석이 됩니다. 

 

미국은 전쟁이 절박하지만 두 가지가 고민일 것입니다. 

 

하나는 주한미군의 존재입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주한미군은 자동 개입하게 됩니다. 북한은 주한미군 기지에도 핵미사일을 날릴 것이며 미국 역시 핵미사일을 맞고 대응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한반도에서 전쟁을 시작해도 결국은 북미 전면전이 됩니다. 북한은 주한미군뿐만 아니라 미국 본토를 날려버리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주둔한 주한미군이 이제 북한의 인질이 된 꼴입니다. 

 

다른 하나는 북한이 전쟁에서 승리할 때 한국의 운명 문제, 즉 한국의 자본주의가 붕괴하고 북한식 사회주의가 될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북한의 통일방안은 원래 연방제였습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설사 전쟁을 해서 북한이 이기더라도 북한은 계속 사회주의를, 한국은 계속 자본주의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설사 통일이 되어도 미국은 한국을 거점으로 이용해 북한 붕괴 전략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연방제 통일방안을 폐기하고, 아니 아예 통일 정책 전체를 폐기하고 이제는 ‘점령, 평정, 수복’을 통해 한국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편입’하겠다고 선포했습니다. 전에도 ‘비평화적 방법에 의한 통일’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굳이 통일 자체를 지워버리고 ‘점령 정책’으로 넘어간 것은 한국에 자본주의를 허용하지 않고 북한식 사회주의로 편입시키겠다는 구상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새로운 노선 선포로 미국의 고민이 더욱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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