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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288] 새해 남·북·미 풍경 - 군사 영역 ③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2/07 [11:27]

[아침햇살288] 새해 남·북·미 풍경 - 군사 영역 ③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4/02/07 [11:27]

(이어서)

 

4) 죽음까지 각오한 듯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자제가 북한 언론에 자주 나온다. 초기에 국방 관련 현지지도나 행사에 주로 보였는데 요즘은 다양한 현지지도와 행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동행하고 있다. 사실상 후계자로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 지난 해 12월 31일~새해 1월 1일 열린 북한 신년경축대공연을 관람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자제.

 

국내에서도 이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자제가 후계자임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미국의소리(VOA)는 지난해 12월 7일 통일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자제가 후계자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자제에 관해 정부 관계자가 후계자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후계자를 매우 일찍 공개한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그중 하나는 유사시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21년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당중앙위 제1비서직을 신설했다. 당 규약에 따르면 당중앙위 제1비서는 ‘총비서의 대리인’이다. 사실상 후계자로 여길 수 있는 자리인 것이다. 당시 왜 제1비서직을 신설했는지에 관한 의견이 분분했는데 그중 하나는 유사시를 대비한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유사시’에는 당연히 전시도 포함된다. 지금까지 제1비서를 임명했다는 보도가 없어 공석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제1비서직이 상설직이 아니라 유사시에만 작동하는 직책이며 전쟁이 발발하거나 임박하면 제1비서를 임명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제1비서직 신설과 후계자 공개가 동일한 배경과 목적에서 나타난 현상인지는 모르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연달아 있었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유사시를 대비해 최고지도부에 관한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정도 가능하다. 

 

그런데 보통은 전쟁이 나더라도 최고지도부, 특히 총사령관은 가장 안전한 곳에서 지휘하게 마련이다. 주로는 위치가 드러나지 않는 지하 벙커에서 지휘한다. 현대전의 역사를 봐도 최전선의 사령관이 죽거나 포로가 되는 경우는 있어도 후방에서 지휘하는 총사령관이 잘못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알카에다 수장인 오사마 빈 라덴이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대통령 등은 이미 전쟁이 마무리되어 지휘부만 남아 쫓기다가 사살되거나 체포된 경우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볼 때 북한이 전쟁에 대비해 최고지도부에 관한 대책을 거듭 세우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쟁 중에 후방의 지하 벙커에서 지휘하지 않고 직접 전선사령관으로 나서려는 것 때문으로 보인다. 

 

과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쟁이 발발할 경우 직접 전선사령관이 되어 전선에 나가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2023년 2월 7일 인민군 장령 숙소를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기념 연회 연설에서 “우리 군대와 생사 운명을 함께 할 결심을 다질 때면 나는 무한한 행복에 빠지곤 합니다”라고 하였다. ‘군대와 생사 운명을 함께 할 결심’을 다진다는 표현에서도 ‘전선사령관’이 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쟁 발발 시 죽음까지도 각오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1) 곳곳에서 밀리는 미국

 

현재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사실상 전쟁에 개입한 상태다. 특히 중동에서는 직접 공습하고 있다. 그런데 새해 들어서도 두 지역의 전쟁은 미국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먼저 우크라이나 전황을 보자. 

 

사실 이제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이길 것으로 보는 사람이 없을 듯하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얼마나 더 많은 땅을 빼앗길 것인지, 젤렌스키 정권은 어떻게 전쟁을 마무리할 것이며 전후 정권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 정도가 남은 관심사인 것 같다. 

 

러시아군은 2023년 12월 25일 도네츠크주 중부 도시인 마린카를, 2024년 1월 17일 도네츠크주 베숄로예를, 1월 21일 하르키우주 크라흐말노예를 점령했다. 그런데 크라흐말노예를 빼앗겼다는 소식이 나오자 볼로디미르 피티오 우크라이나군 대변인은 현지 방송에 “전략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집 다섯 채뿐이다”라며 극도의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 패색이 짙은 군대의 대변인 노릇을 하기도 힘든 모양이다. 

 

또 1월 말부터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 경질설이 돌았으며 2월 4일(현지 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관련 질문을 받자 “확실히 재설정,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라며 사실상 경질 방침을 확인했다. 전쟁 중에 총사령관을 경질하는 것은 우크라이나군이 패배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 잘루즈니 총사령관에게 선물을 수여하는 젤렌스키 대통령.  ©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우크라이나인 속에서 굉장히 인기가 높아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힌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의 신뢰도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26% 포인트나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또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견제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적도 있다. 이 때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기 경쟁자를 주저앉힌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말 이런 이유로 총사령관을 경질하는 것이라면 우크라이나군의 사기가 땅에 떨어질 것임은 당연하다. 

 

한편 스티븐 브라이언 전 미 국방부 차관은 2월 5일 칼럼 「바이든의 새로운 우크라이나 정책」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경질하려는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쿠데타를 일으킬 것을 우려해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정무차관이 급히 우크라이나에 파견되었다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의 공격으로 키이우가 함락될 위험이 있어 우크라이나의 서쪽 끝, 폴란드 국경지대에 있는 르비우로 수도를 이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소개했다. 

 

▲ 키이우와 르비우 위치. 동쪽의 빨간색, 보라색은 2024년 1월 30일 기준 러시아가 차지한 영토.

 

만약 수도 이전까지 한다면 사실상 우크라이나는 폴란드의 속국 혹은 보호령으로 전락할 것이다. 폴란드는 애초에 우크라이나 서쪽이 폴란드 땅이었기 때문에 수복을 노리고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우크라이나라는 나라가 지도에서 사라지고 러시아와 폴란드가 분할해 가져갈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이렇게 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만 믿고 러시아에 덤볐다가 나라를 공중분해한 장본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아무튼 우크라이나의 패전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지원을 해온 미국의 패배나 다름없다. 

 

중동도 미국 뜻대로 안 풀리기는 마찬가지다. 

 

이제 중동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을 넘어 예멘, 시리아, 이라크, 레바논, 미국, 영국이 싸우는 국제전장이 되었다. 여기서 가장 주목을 받는 지역이 홍해다. 예멘의 후티 반군(안사르 알라)이 이스라엘을 압박하려는 목적으로 홍해를 지나는 이스라엘 관련 배를 공격하면서 미국이 전쟁에 직접 뛰어든 것이다. 

 

1월 12일 1차 대공습에 나선 미국은 후티 반군의 여러 군사시설에 유도폭탄 150개, 순항미사일 60개를 발사했으며 영국도 전투기 4대를 출격해 미국을 지원했다. 미국은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발표했지만 후티 반군 측은 1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의 주장이 맞다면 공습 규모에 비해 극히 초라한 전과라 할 수 있다. 

 

예멘은 2014년부터 내전 상태였고 특히 후티 반군은 서방 진영이 인정하는 정부군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연합군의 공격을 계속 받아왔다. 따라서 후티 반군의 군사시설은 공습에 대비해 대부분 지하에 있거나 이동식으로 되어 있어 이번 미군 공습이 특별한 피해를 주기 어려웠다. 미군 공습 정보를 이란이 제공해서 미리 대처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후에도 미국은 공습을 계속했지만 후티 반군을 꺾지 못했다. 홍해를 지나는 이스라엘 관련 배들은 계속 공격받았다. 1월 22일 2차 대공습 때는 아예 미국이 전과 발표조차 하지 못했다. 

 

1월 27일 밤에는 요르단에 있는 미군 전초기지 ‘타워 22’가 민병대의 공격을 받아 43명의 미군 사상자가 발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팔-이 전쟁 발발 이후 중동에서 첫 미군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미국은 즉각 보복을 선포했다. 그러나 전략폭격기 B-1B 랜서를 동원한 미국의 보복 작전은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조용히 끝났다. 중동 전역에서는 미군기지를 향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1월 11일(현지 시각) 이란이 오만만에서 미국 유조선 ‘성 니콜라스’호를 나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은 “용납 못할 도발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배는 원래 그리스 선적 ‘수에즈 라잔’호였으며 2022년 이란산 원유를 싣고 가다가 미국에 나포, 원유를 몽땅 빼앗긴 배였다. 이란은 이번에 이 배가 이란산 원유를 훔쳐 미국에 가져갔기 때문에 법원의 명령에 따라 나포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아직 이 문제에 관해 별다른 조치를 못 하고 있다. 

 

이처럼 새해 중동에서 미군의 군사 활동은 상당히 무기력해 보인다. 미국은 중동에서 계속 확전을 바라지 않는다는 발언을 하는데 무언가 소극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실전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모습도 보인다. 

 

지난 5일(현지 시각) 미국이 인정하는 예멘 정부의 대통령위원회가 갑자기 총리를 경질하고 아흐메드 아와드 빈 무바라크 외무부장관을 새 총리로 임명했다. 정부는 이유를 밝히지 않았는데 무바라크 신임 총리는 후티 반군에 억류된 경험이 있는 반후티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이번 일을 두고 미국이 후티 반군을 직접 공격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정부군을 앞세우려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미국이 반미 세력을 직접 공격하기 부담될 때 내전을 이용하는 일은 지금까지 흔했다. 

 

2) 사라진 국방부장관

 

새해 첫날 미국에서는 국방부장관이 사라지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로이드 오스틴 장관이 1월 1일 건강 악화로 입원하면서 사흘이나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이다. 

 

▲ 2023년 11월 11일 워싱턴 D.C.를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가운데)과 오스틴 장관(왼쪽).  © 미 국방부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사실상 전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인데 국방부장관이 사라지는 일은 비상사건이다. 오스틴 장관 입원 중 미군은 이라크에서 민병대 지휘관을 제거하는 작전을 진행했다. 돌발 상황이라도 발생했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오스틴 장관이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캐슬린 힉스 국방부 부장관도 푸에르토리코에서 휴가 중이었다. 

 

원래 미국은 장관이 입원하면 백악관에 즉각 보고하고 24시간 이내에 성명을 발표한다. 또 감사원장과 상·하원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국방부가 장관 입원 사실을 백악관에 보고한 것은 3일이 지난 4일이었다. 성명은 5일에야 나왔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와 의회 지도자들도 뉴스를 통해 장관의 입원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정부 매뉴얼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오스틴 장관은 1일 전화 회의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중동 상황을 논의했지만 입원 얘기는 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과 오스틴 장관은 6일 저녁에야 입원 후 첫 통화를 했다. 장관이 입원했다는데 보고를 받고도 바로 통화하지 않은 것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도 상당히 화가 난 듯하다. 일부 언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단히 분노했다고 했으며 백악관은 여론 수습에 진땀을 뺐다. 국방부는 장관의 사생활이라며 사건을 덮기에 급급했다. 대선 유력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방부장관 즉각 경질”을 주장하며 비난하였고 의회에서도 초당적 조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이처럼 새해 첫날부터 미국은 국방부장관 실종 사건으로 한바탕 아수라장이 되었다. 미 수뇌부가 무너진 것이나 다름없는 이 사건은 미 수뇌부에 불신과 이기적 태도, 무책임, 분열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만약 국방부장관이 사라진 사이에 어디선가 핵미사일이라도 날아왔다면 제대로 대응을 못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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