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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32] 마약 중독과 비슷한 정부의 대북 인식 방식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3/12 [10:07]

[정조준32] 마약 중독과 비슷한 정부의 대북 인식 방식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4/03/12 [10:07]

신원식 국방부장관이 2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정찰위성에 관한 질문에 “만리경-1호가 궤도를 돌고 있다는 신호는 정상적으로 수신되고 있다. 그러나 일을 하는 징후는 없다. 일없이 돌고 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또 “(만리경-1호는) 정찰도 하지 않고 지상과 통신 중계도 하지 않는데, 그냥 돌고는 있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 소속 인공위성 전문가 마르코 랑브룩 박사는 2월 27일 자신의 블로그에 만리경-1호 궤도가 바뀌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2월 19~24일 만리경-1호가 다섯 차례에 걸쳐 근지점(인공위성 궤도 중 지구와 가까운 지점) 고도를 올렸고, 원지점(인공위성 궤도 중 지구와 먼 지점) 고도를 낮춰 전체 궤도가 타원형에서 원형에 가까운 모양으로 조정되었다는 것입니다. 

 

랑브룩 박사는 미군 주도의 다국적 연합우주작전센터(CSpOC)의 자료를 토대로 이같이 분석한 후 “북한이 위성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즉, 지상과 통신 중계를 하지 않는다는 신원식 장관의 주장과 달리 지상에서 정찰위성을 조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관련 내용을 다룬 중앙일보 기사.  © 중앙일보


북한의 우주기술 역량과 전자기전 능력은 미국에서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스티븐 와이팅 미 우주사령부 사령관은 2월 29일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은 우리 우주 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자기전 역량을 보여줬다”라며 “우리는 북한의 우주 체계도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청문회 서면 보고를 통해 “(북한은) 우주 영역에 파괴적인 잠재력을 지닌 사이버 및 전자전 무기를 배치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 청문회에 출석한 스티븐 와이팅 사령관. [출처: 미 국방부]


북한을 무작정 깎아내리면 신원식 장관의 기분이야 좋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기분을 내다가는 자칫 북한의 군사력을 올바로 파악하지 못하고 국가 안보를 위기에 빠트릴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북한 경제에 관해 “최악의 퇴보와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이 공개한 사진과 영상 그리고 올해 북한을 다녀온 러시아 관광단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북한 경제는 “최악의 퇴보와 궁핍”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었던 박형중 박사는 2월 29일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리뷰 2월호에 실린 「지정학적 북한 분석과 북한경제 연구」에서 “한국에서의 북한 연구는 북한 ‘부활’의 원인과 과정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라며 북한을 향한 시각을 교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한국 국력의 압도적 대북 우위는 부지불식간에 한국의 대북 사고에 승리주의(triumphalism)와 전략적 오만을 불어넣었고, 그에 따른 오판을 야기했다. 이러한 승리주의에 따른 오만과 오판은 대표적으로 북한 붕괴 박두론 그리고 개혁개방 시장화 필연론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습니다.

 

즉, 북한 경제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대결적 관점에서 바라보다 보니 ‘자아도취적 승리주의’에 빠져 ‘북한은 곧 망한다. 북한은 개혁개방 된다’는 망상을 하게 되어 북한 경제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이야말로 승리주의에 도취하여 망상에 빠져있는 것이 아닐까요?

 

경제뿐 아니라 군사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군사력을 깎아내리며 ‘별것 없다, 전쟁 나도 이긴다, 북한은 전면전 못한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공개해도 ‘대기권 재돌입은 입증 안 됐다’라고 무시하고, 미국도 대응 수단이 없다고 우려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두고도 대응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이야기하는 북한의 군사력은 실제와 다릅니다. 

 

북한이 연일 신무기를 공개하지만 한미 군 당국은 제대로 파악조차 못 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저 윤석열 정부는 북한이 우리보다 우수하다는 걸 인정하기가 싫을 뿐입니다. 

 

북한을 깎아내리면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겠지요. 

 

이건 히로뽕(필로폰) 같은 마약을 맞는 효과와 비슷합니다. 

 

히로뽕을 맞으면 기분이 좋고 세상이 천국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런 효과는 순간일 뿐이며 깨어나면 현실을 깨닫고 우울감에 빠져 좌절합니다. 

 

그래서 다시 히로뽕을 찾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히로뽕을 계속 맞으면 몸이 망가지며 중독되어 결국 파멸에 이르고 맙니다. 

 

북한 능력을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깎아내리기에만 매달리면 한미가 마약중독자 꼴이 날 수 있습니다. 

 

모든 대북 정책의 실패는 멀쩡한 미사일을 종이로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식의 현실 도피에서 출발합니다. 

 

지금처럼 깎아내리기만 하다가 한미 대북 정책이 계속 실패할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대북 정책에서 실패하지 않으려면 북한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무지한 상태를 방치하면 무모한 판단과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신원식 장관의 무지하고 무모한 판단과 행동이 우리 국민을 핵전쟁 참화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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