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촛불대행진은 시작 전부터 혼잡스러웠다. 보수세력과 경찰의 집회 방해와 시비로 곳곳에서 긴장이 조성됐다. 하지만 촛불국민은 마찰과 충돌을 유발하려는 의도에 말려들지 않고 인내와 자제력을 발휘했다.
사회자는 법원에서 합법 집회라는 가처분 결과가 나왔는데도 경찰이 행진을 불허해 집회 장소를 옮기게 되었다고 설명하며 촛불대행진을 시작했다.
■ 희망찬 기세
「조일권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촛불국민의 모습에서 노래 가사 ‘촛불이여 세차게 / 타오르거라 / 승리의 날 더덩실 / 춤을 추리라’ 부분에서와 같이 희망차고 드높은 기세를 느낄 수 있었다.
주변에 있던 참가자들은 촛불대행진에 참여하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참가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도피시켰다”라면서 분노를 표시했다.
또 “성일종 규탄을 위해 국힘당을 찾아간 대학생들이 장하다”라는 이야기도 나눴다.
“우리가 아무리 힘들어도 옛날 독립군에 비하겠냐”라면서 서로 격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촛불국민 누구나 정치에 민감하고 도통했다는 것을 느꼈다. 정치 사회 문제에 관심이 높고 자기 주관이 뚜렷한 모습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눌 수 없는 이야기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탄핵 국회 건설의 염원
촛불국민은 무엇보다 4월 총선을 통해 탄핵 국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았다.
구호에서, 선전물에서, 연설에서, 서로 간에 나누는 이야기들까지 모두가 ‘윤석열 탄핵’, ‘탄핵 국회 건설’을 언급했다. 이것이야말로 뜨거운 민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촛불국민은 탄핵을 위해 단결을 호소했다. 다음 주에 있는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대거 참여하자, 촛불후보가 함께 해 윤석열 정부에 맞서 싸우자는 것이었다.
촛불대행진 참가자들이 본 집회를 마치고 행진을 위해 이태원역으로 이동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이동하는 내내 그들은 구호를 외쳤다. 누군가가 “윤석열을”하고 선창하면, 주변에서 “탄핵하라”를 제창했다.
많은 사람들이 ‘윤석열 탄핵 국회 건설! 다음 주 3.16 모이자! 서울시청으로’라고 쓰인 선전물을 옷과 가방에 부착하고 있었다. 그리고 틈틈이 전국집중촛불을 알리는 스티커를 붙이면서 다녔다.
누군가는 지하철 안에서 윤석열 탄핵과 3.16촛불대행진 참가를 시민들에게 호소하는 연설도 했다.
지하철로 이동하는 내내 자봉단의 안내에 따라 질서정연한 모습, 쉬지 않고 선전선동활동을 하는 촛불국민의 모습은 그야말로 인상적이었다.
■ 정치학교
이태원역에 도착해 행진이 시작됐다. 방송차마다 대오를 짓고 행진을 했다.
‘윤석열을 탄핵하라’, ‘김건희를 구속하라’, ‘한미연합훈련 중단하라’, ‘친일파를 청산하자’, ‘친일파 소굴 국힘당을 해체하라’, ‘성일종 공천을 취소하라’, ‘대학생을 석방하라’ 등의 내용으로 연설과 구호 제창이 이어졌다.
중간중간 노래를 부르며 기세를 높이고 흥을 돋우기도 했다.
촛불대행진은 최고의 정치학교라는 생각이 들었다.
촛불대행진에는 교양이 있었고, 실천이 있었다. 촛불대행진은 정치·정세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나라의 현실을 바로 알 수 있는 격동적인 교양의 장이었고, 사회를 바로 세우기 위해 직접 바꿔나가는 왕성한 실천의 장이기도 했다.
또 힘겨운 속에서도 서로를 챙기며 위해주는 감동과 품격도 느낄 수 있었다. 차가운 길바닥에 앉지 말라고 방석을 챙겨주는 모습, 누구라도 지칠 새 없이 자신도 힘들지만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 행진 막바지에 행진하느라 고생한 사람들을 격려하기 위해 끝까지 쉬지 않는 풍물단과 나팔부대의 모습은 상대방을 위하고 배려하는 높은 인격의 발로로 보였다.
나만 아는 극심한 개인주의 사회에서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풍경이었다.
■ 경찰의 심기 경호
한강진역에 도착해 정리 집회가 있었다.
정리 집회하는 동안 경찰의 경고 방송이 거듭 반복되었다. 소음 기준치를 초과했으니 확성기를 꺼라, 확성기를 임시 보관 조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직접 측정해 보니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
경찰의 경고 방송은 집회에 도무지 집중할 수 없게 했다. 흐름을 끊는 것은 물론이고 경고 방송 소리가 집회 발언자의 소리보다 더 컸다.
이건 순전히 집회를 방해하려고 하는 공권력 남용 같았다. 그리고 촛불대행진을 불법으로 몰아가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했다.
대통령 관저가 가까운 곳이어서인지 경찰의 윤석열 심기 경호, 과도한 대응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3월 꽃샘추위 속에서도 아랑곳없이 촛불국민의 윤석열 탄핵, 촛불 단결의 목소리가 드높게 울려 퍼진 하루였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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